대몽(大蒙)견문록 시리즈

1편: 몽골 입국기


저번 편에 몽골에 입국하자마자 바로 다음 날 몽-러 국경을 넘을 예정이었다고 말했는데, 현재 몽골에서 러시아로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비행기. 가장 편한 방법이자 가장 비싼(;;) 방법이죠. 몽골의 항공사 훈누에어(AT)에서 울란바토르-울란우데 왕복 주 4회 편성으로 운항중에 있습니다. 편도 30만원 대로 1시간 반 만에 갈 수 있습니다.


둘째는 기차. 국제열차이므로 기본 침대칸에 매점까지 있지만 가격이 다소 있고 (2등석 기준 편도 10만원 정도 선) 소요시간이 가장 오래 걸립니다. 대략 14시간에서 16시간은 잡아야 할듯...? 그리고 무엇보다 편수가 주 2회로 생각보다 자주 없죠.


셋째는 버스. 가장 싸지만 몽골의 도로포장 상태를 감안하신다면 가히 돈내고 디스코팡팡을 탄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편수가 매일 있고 (아침 7시) 소요시간은 12시간 정도이니 (출입국 심사에 2-3시간 정도 잡아먹으니 실제 탑승 시간은 더 적음) 생각보다 꽤 애용되는 교통편입니다.


저는 현장에서 될대로 되라 식으로 부닥치는 식의 여행을 하기에 기차 아니면 버스밖에 선택지가 없었는데, 기차는 주말에만 편수가 몰려있었고, 제가 도착한 다음날은 월요일...

그래서 버스를 타기로 하고 호스텔 직원에게 버스표 예매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전날 늦게까지 술을 퍼마셔 비몽사몽한 상태로 도착한 울란바토르의 중심 버스터미널인 드래곤 터미널.

당연히 정신없는 전날 때문에 PCR이고 뭐고 못한 상태로 될대로 되라 식으로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참고로 러시아에 입국하기 위해선 48시간 전까지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데... 몬테네그로에서 온 한 바이크 좋아하는 아재가 자기가 몽골 올때 러시아를 거쳐 왔는데 PCR 검사서 확인 그런거 없다고 걱정말라고 해서 그 말 믿고 일단 가보기로 결정.


그동안 주변 사람들한테 러시아 간다고 하니 그 위험한 데를 왜 가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는데, 막상 러시아 국기를 보니 저도 쫌 쫄리긴 하더군요... ㅋㅋㅋㅋ

(뭐 제가 쫄린 이유는 위험해서는 아니었지만...)


의외로 쿠션도 푹신푹신하고 빈자리도 많아 꽤 안락(?)하게 갔습니다. 승객 구성은 대략 몽골인+부랴트인 반, 러시아인 반. 저 혼자만 유즈나 까리예츠.


이게 버스 터미널 메인 건물. 이 이후로 여길 또 올 일이 또 있을까 싶었는데, 없었습니다.



일단 울란바토르 자체는 여느 도시랑 다를 바 없는 모습. 어 근데 저기 익숙한 버스가...?



출발한지 20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몽골의 드넓은 스텝 초원. 참고로 여기 울란바토르 시 경계 내부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보이는 몽골 하면 떠오르는 풍경.


출발한지 두 시간 정도가 지나자 나타난 한 휴게소. 여기서 초코바랑 물을 사려는데 당연히 통하지 않는 영어.

러시아 가는 길목이어서 그런가 그나마 생존 러시아어로 원하는 것은 얻었습니다...


그리고 인생 최악의 화장실 경험... 으으

몽골 사람들도 이런 화장실은 싫은지 작은 볼일 정도는 그냥 들판에 갈기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


분명 여기까지만 해도 포장도로였는데...


갑자기 이 포인트를 기점으로 포장도로가 공사 때문에 막히고...


이런 도로로 빠지기 시작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도로를 한 3시간 정도 달리는데, 그냥 영혼 탈곡되는 느낌이라 보시면 됩니다 ㅋㅋㅋㅋㅋㅋ

다행히 큰 차는 멀미를 안해서 이 정도지, 멀미하는 사람은 절대 추천 안하는 여행지가 몽골 되겠습니다...



그 와중에 가는 길은 겁나 이쁩니다... 풍경보느라 잠을 못잘 정도.



갑자기 인터넷도 잘 터지고, 포장도로가 나오더니 어느새 몽골 제 3의 도시 다르항(дархан)에 와 있는 버스. 제 3의 도시라고 하긴 했지만, 인구 9만 4천명의 한국 소도시급 규모 되겠습니다...

여기에서 환전상이 탑승해, 전날 미처 다 못한 환전을 하고 러시아로 들어가기로 합니다.




도시를 벗어나니 다시 한번 쫙 깔린 몽골 초원의 전형적인 모습.


하지만 러시아와의 국경도시인 수흐바타르(Сүхбаатар)에 가까워 질수록 몽골 답지않게(?)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뭔가 나무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나무죠? 실제로 유한킴벌리에서 조림사업을 벌여서 심은 구주적송이라고 합디다...

몽-러 국경쯤부터 해서 스텝과 타이가의 경계지역이 펼쳐지다 보니 조림사업을 하기엔 몽골 내에선 이 곳만큼 최적인 곳도 잘 없죠.


이윽고 버스는 국경 코앞에 있는 한 식당에 내려주고... 2시가 다 되어 늦은 점심을 섭취하는 승객들.

지금 생각해보면 평화롭게 밥이나 먹고 있을 때가 아니었는데... 참고로 여기 초이왕(цуйван) 맛집입니다.


초이왕이 뭐냐면

저 위에 있는 볶음국수 요리의 이름입니다. 뭔가 중국틱한 음식 이름이 또...?

이 역시 차오빙(炒餅)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하더군요...

이 초이왕이란 물건은 각 식당마다 맛 편차가 굉장히 큼으로 잘 보고 선택하시길 빌겠습니다.


딱 사진을 찍었던 이 시점이 바로 몽-러 국경 선상 위. 몽골 방향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제가 몽골 국경 건물에서 뭘 봤냐 하면...


(외부 펌, https://kr.theepochtimes.com/%EC%86%8C%EB%B0%A9%EC%B0%A8-%EB%81%8C%EA%B3%A0-%ED%99%94%EC%9E%AC-%ED%98%84%EC%9E%A5-%EA%B8%B4%EA%B8%89-%EC%B6%9C%EB%8F%99%ED%95%98%EB%8B%A4%EA%B0%80-%EA%B5%90%ED%86%B5%EC%82%AC%EA%B3%A0-%EB%82%B8_536376.html)

저 스티커도 안 뗀 한국산 소방차가 그대로 있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중고 소방차여서 그런가 연식은 좀 오래되어 보였지만... 국경을 넘는 와중에 좀 반가웠네요.


근데 문제는 이게 아니었습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전 PCR을 안해갖고 갔고, 저만 버스 승객들 중에서 몽골, 러시아 이외의 국적이다 보니 국경 수비대의 눈에 띄었나 봅니다.

유즈나 까리예츠인 저를 찾자마자 뻬쩨에르? 뻬쩨에르? (PCR의 러시아어) 이러길래 없다고 했더니...

그대로 버스에서 쫒겨나 PCR 다시 해오라는 소릴 들었습니다.

뭐 당연히 제 잘못인 거죠. 전날 바쁘게 움직여 받아놨어야 하는 것을 이 놈의 정신머리 때문에 못한 것이기 때문에...


국경에서 입밴을 먹어버려 처지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린 돚붕이. 과연 저는 무사히 국경을 넘었을까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