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몽(大蒙)견문록 시리즈

1편: 몽골 입국기

2편: 이 시국에 러시아? (1)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인해 몽-러 국경 한 가운데에 붕 떠버린 돚붕이. 과연 저는 국경을 무사통과 할 수 있었을까요...?


PCR 검사지를 받으러 다시 몽골 국경을 넘어가야 했는데... (이미 출국 도장을 찍어버림)

몽골 측 국경수비대원이 다행히 히치하이킹을 해준 덕분에 일단 다시 몽골로 돌아갈 순 있었습니다.

그리고 얘기하는게 "국경 바로 앞에 환전소를 찾아가면 PCR 검사를 해주니까 국경 넘으면 거기부터 찾아가봐라" 였는데

제가 제대로 못 알아들으니까 그냥 운전해 주시는 몽골인 여성 분한테 부탁하더군요.


덕분에 난리가 난 저의 여권 사증란...

출국도장을 찍었다가 입국도장을 찍었다가 갑자기 너 출국했는데 왜 다시 입국하냐 이러니까 운전 해주시던 몽골인 분이 옆에서 어찌저찌 사정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더니 찍혀있는 출국도장을 캔슬해 주더군요. 이런게 있다는 걸 코로나 아니었으면 알지도 못했을 사실인데 덕분에 하나 알아가는군요...


다시 국경을 넘어 바로 앞에 있는 환전소로 가서 PCR 검사 받으러 왔다고 하니...

여권을 잠깐 달라는 겁니다. 그래서 줬죠. 그러더니...

검사도 안했는데 1분만에 이런 종이를 뚝딱 뽑아오더군요...?

아니... 검사도 안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뭐 소정의 수수료를 주고 (2000 투그륵 정도) 어쨌든 검사지를 획득(?)했으니 다시 러시아 국경으로 넘어가 봐야죠. 버스가 아직 국경을 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었으니깐요. 이때까지는.


아까 군인 분이 히치하이킹 해준 것에서 눈치채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몽-러 국경은 도보이동이 불가능한 국경입니다. (여기 알탄불락-캬흐타 국경만 이런건진 잘 모르겠네요...) 그래서 러시아로 넘어가려면 다시 히치하이킹을 해서 가는 수밖에 없었는데, 한시간이 지나도 러시아 방면으로 가는 차가 없는 겁니다...

여기서 ㅈ됐음을 직감.


국경에서 히치하이킹 해보려고 무작정 무거운 배낭 매고 기다리고 있던 절 위로하는 댕댕이 한마리.

전 계속 버스 놓칠까봐 답답한 마음에 국경수비대원한테 그냥 도보로 마하 9의 속도로 무빙하면 안되는거냐 해도 계속 안된다고 하고...


약 한시간 뒤... 저같은 불쌍한 중생을 구원할 한 몽골인 가족이 나타납니다.

국경수비대원이 잘 설명해 주면서 다행히 미니밴을 얻어탈 수 있게 되었고, 저는 이 사람들 목적지가 울란우데였다면 돈을 꽤 주고서라도 이 차를 얻어타고 갈 계획이었습니다. (이미 버스를 놓쳤음을 직감했기 때문에...)


하지만 이 사람들 목적지가 캬흐타 (몽-러 국경의 러시아 측 국경도시) 였고, 뭐 러시아 국경 넘어서 합승택시라도 알아보자 하면서 나중으로 일단 미루기로 합니다.


(국경 넘는 중에는 사진 및 동영상 금지여서 사진이 없습니다...)

몽골 출국은 뭐 스무스하게 할 수 있었고, 와중에 몽골 국경수비대원한테서 듣는 유창한 한국어.

아... 이런거 아닙니다...


위조(?) PCR 검사지를 들고 과연 입국이 될까가 유일한 걱정거리였는데,

이 러시아 국경수비대 넘들도 그냥 요식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이 날 육로국경을 넘는 한국인은 저 혼자였을 테고, 위조 PCR인거 뻔히 알텐데 그냥 들여보내 주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만 입국심사에서 기계이슈로 인해 제 전자여권의 인식이 잘 안돼 여기서 30분을 잡아먹고...

(제가 발쇼이 쁘라블롐? 하니까 니엣 니엣 하는게 좀 웃겼음 ㅋㅋㅋㅋㅋ)

러시아 육로국경 특유의 짐검사 때문에 여기서 또 1시간 반 가량 소비...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해가 다 져가는 시간대에서야 국경을 넘을 수 있었고,

저를 반겨(?)주는 "여기서부터 부랴티야임" 표지판.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지금 보니 국경에 심카드 파는곳도 있었는데, 시간도 늦었고 이런거 한가하게 보고 있을 때가 아니어서 이때는 못봤던 듯 합니다...


저 건물이 러시아 측 출입국 사무소. 차들이 많아서 여기서 히치하이킹 어렵지 않겠네~ 싶었는데...

저거 다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 차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즉 캬흐타 주민들이란 소리고, 오늘 안에 울란우데 가긴 글렀다 싶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죽이는 석양. 문제는 저랑 저와 같이 타고 넘어온 몽골인 가족들도 피가 말리는 상황...

한시간이나 히치하이킹을 시도해 봤지만, 차 한대도 울란우데로 바로 가는 차가 없었고...

제가 어설픈 러시아어로 завтра, автобус ("대충 내일 버스 있지 않음? 그거 타고 갈게"라는 의미를 담아) 이러니

아 그럼 호텔을 알아봐 줄게. 하면서 동네 수소문하기 시작하는 착한 몽골인 가족 분들.


사진은 호텔 수소문 하는 와중에 찍은 캬흐타의 명물 보스크레센스카야 성당. (1838년 건립) 의미는 예수님의 부활 이란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고로 중국사나 러시아 제국사 공부하신 분들은 캬흐타라는 지명이 낯설진 않으실텐데, 여기가 바로 청-러시아 제국의 국경을 확정지은 캬흐타 조약의 그 도시입니다.


(외부 펌, https://www.istockphoto.com/kr/%EB%B2%A1%ED%84%B0/buryatia-%EB%9F%AC%EC%8B%9C%EC%95%84%EC%9D%98-%EC%BA%AC%ED%9D%90%ED%83%80-gm821232214-132871901)

한때는 청-러시아 간의 모피 중개무역으로 지금의 울란바토르보다도 잘나가던 도시였지만 (한때 몽골의 독립영웅 담딘 수흐바타르가 청년 시절에 여기서 일했다네요), 지금은 몽골 종단철도도 이곳을 비껴가며 완벽하게 몰락한 비운의 도시.


...그 비운의 도시 답게 호텔은 그리 많지 않았고, 있는 호텔도 죄다 만실이었다는 점.


결국 그 몽골인 가족의 친척집으로 이동해서 다음날 아침까지 시간을 때우기로 했습니다.


그 앞에 있던 기묘한 스타일의 문. 이런 건축을 보니 확실히 러시아로 넘어온게 체감이 됩니다.


몽골인 가족 분들이 다행히 새벽에 출발하는 합승택시를 수소문해 줬고, 그때까지 시간이나 때우자면서 저를 마트로 데려가더군요. 저도 나름 고팠던 배를 이곳에서 대충이나마 때우고 돌아가려는데...

몽골인 아저씨가 어이 한국! (제 이름을 몰라서 그냥 한국! 이렇게 부르심 ㅋㅋㅋㅋ) 차좡묜! 차좡묜! 이러길래 찍어본 사진 ㅋㅋㅋㅋㅋ


확실히 한국 제품을 평상시에도 좋아한다는게 느껴졌네요.


마트 앞에 홀로 빛나는 또 다른 러시아 마트 체인 티탄. 합승택시가 언제올지 몰라 밤 10시부터 그냥 차에서 자라고 이불 깔아주고 그랬는데, 다행히 새벽 1시에 택시가 이분들 집 마당에 도착하고...


워낙 상황이 급박히 돌아갔던 탓에 충분한 사례도 못 드리고 나온 감이 있지만, 어쨌든 이분들의 정 덕분에 전 무사히 울란우데로 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돈은 예상보다 훨씬 많이 깨졌지만요...


그 몽골인 아저씨가 차에 기름넣고 오면서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ㅋㅋㅋㅋㅋㅋ

"한국! 세고드냐, 울란-우드 따보이!" (이봐 한국인, 오늘 울란우데, 가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친절했던 몽골인 가족 분들께 아직도 감사드리며, 다시 만나뵐 수 있다면 꼭 다시 뵙고 싶네요.


택시에 타자마자 전 기절을 했고... 약 3시간을 달려...


여러 손님들의 목적지를 거쳐 저의 목적지였던 울란우데 기차역까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다음 편부턴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울란우데 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