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몽(大蒙)견문록 시리즈

1편: 몽골 입국기

2편: 이 시국에 러시아? (1)

3편: 이 시국에 러시아? (2)

4편: 울란우데


(사진이 굉장히 많음으로, 데이터 없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꾹...)

저번 편에선 가볍게 울란우데도 둘러볼 겸, 바이칼 호수까지 차를 구해서 끌고 갈 생각이었기에 발품을 팔아 차를 빌릴 수 있는 렌트카 업체를 한 곳 수배했습니다.


러시아의 렌트카 업체답게 중고 우핸들 일본차가 많았는데, 이게 가격이 싸서 금방 팔려나가고... (우핸들 한번도 운전 안해봐서 솔직히 한번쯤 해보곤 싶었습니다만... 안전이 우선이죠)

다행히(?) 좌핸들 세단이 하나 남아서 괜찮은 가격에 차를 1박 2일로 빌리게 되었습니다.


여기도 여행 시즌인지라 원래는 이틀 이상부터만 빌려주는데, 제가 어렵사리 한국에서 찾아온 여행객이라고 비벼보니 착한 부랴트인 렌트카 업체 주인장님이 그럼 웃돈을 조금만 더 얹어주면 차를 빌려주겠다고 쿨하게 얘기해주신 덕에 차를 끌고 바이칼 호수를 보고올 수 있게 되었네요.

(이번 부랴트-몽골 여행은 절대적으로 현지인의 도움의 비중이 컸습니다)


가는 길에 타임랩스를 찍었는데, (운전 중에 사진 촬영은 불가능한 관계로...) 그건 이 글 맨 마지막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점찍은 사진 포인트까지 약 2시간 반 정도 소요. 셀렝게 강을 따라 호안도로를 타는 코스입니다. (가다보면 오른쪽 방향으로 바이칼 호가 보입니다)

이르쿠츠크와 울란우데를 잇는 메인 간선도로이기도 하죠.


드디어 첫 포인트에 도착. 역시 소문대로 바이칼 호수는 엄청 맑고 푸르더군요.


엄청난 청량감을 자랑하는 바이칼 호수.


날이 좋은 덕에 건너편 이르쿠츠크 주 땅도 선명히 보이더군요.


땡겨보면 이런 느낌?


이는 바이칼 호수가 동서폭이 좁은 탓에 그런 것인데, 탁 트인 동북쪽 방향으로 셔터를 누르면 그래도 얼추 바다 느낌이 납니다.


이 사진 포인트의 특이한 점은 바로 등대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름은 따로 없는 듯 하고, 구글 지도상에 표기된 이름이 그냥 Mayak... (러시아어로 등대 라는 뜻)


저기 보면 옆에 녹슨 옛 열차칸들도 있고...


반대편으로 눈을 돌리면 폐선로도 있습니다. 따라가볼까요?



특이하게 바이칼 호수 방면으로 나 있는 선로.



옆에 보면 아예 바이칼 호수로 들어가는 선로도 있네요. (센과 치히로?)


왜 이런 시설물이 여기 있을꼬... 하고 생각을 해보니

예전엔 이르쿠츠크-울란우데 간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지금처럼 바이칼 호수 남안을 훑고 지나가는 노선이 아닌, 여름엔 페리, 겨울엔 꽁꽁 언 바이칼 호수의 빙판에 임시 철로를 깔아 사용했다고 하더군요.

즉 여기가 구 시베리아 횡단철도 본선이라는 소리 되겠습니다.




물론 이 뒷편으로 바로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현 본선이 바부쉬킨을 통과합니다. 거기다 바부쉬킨 역은 횡단철도의 정차역이기도 하니 열차로도 방문하시려면 얼마든지 하실 수 있습니다.


호숫가와 같이 잡아본 작은 마을 바부쉬킨. 아무래도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선 지역이다 보니 러시아인이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듯 보였습니다.


대충 영상으로 남겨본 바이칼 호수.


다시 이 흙길을 이용해 마을로 빠져나가 줍시다.


마을에서 끼니를 때우러 둘러보던 중 발견한 오물(омуль) 파는 곳. 생선은 제 취향은 아니므로 굳이 맛을 보진 않았습니다만... 바이칼 호수의 특산물입니다.

부랴트 음식들이 전체적으로 몽골보단 생선을 쓴 요리가 많은데, 바이칼 호수 덕분이겠죠?


바로 옆에 부랴트 음식을 파는 식당으로 왔습니다.


상당히 부랴트스러운 내부.


먹은 것은... 전에도 말했던 몽골-부랴트의 공통 음식 중 하나인 초이왕(цуйван).

다만 여기건 좀 별로였던...


다음 행선지로 향하기 위해 기름을 넣었는데,

전 세계 다른 곳들은 기름값 비싸서 난리였지만, 여긴 아직도 꽤 싸더군요. (그야 현재 석유값 대란의 원인이 누구인지는 자명하지만....)

휘발유(92) 기준 리터당 47-50루블 선. (보통 러시아 주유소에서 기름 등급은 92, 95, DT(디젤)이 있습니다)


욕심부려서 이르쿠츠크 주에 있는 바이칼스크까지 찍고 올까 했지만, 너무 소요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고(4시간) 해도 지고 있어서 미리 찾아놓은 캠프지로 이동하기로 결정.


캠프지는 셀렝게 강 삼각주의 서쪽 어귀에 있는 작은 마을로 결정.


포인트를 바꿔도 여전히 맑은 바이칼 호수.


이 호안가에 위치한 캠프지의 특징은 바로 옆에 러시아 정교회 성당이 있다는 것.


그 옆엔 좀 뜬금없지만, RZD(러시아 철도) 도장이 그려져 있는 열차칸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모래 반 자갈 반의 호반의 모습. 물가에 가까워질수록 자갈 비율이 높았습니다.


렌트카에 4륜구동도 아닌 녀석으로 모래 위를 가기에는 리스크가 큰지라, 대충 잔디밭 위에 이 날의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나저나 이 날 빌렸던 차도 붉은색 닛산이군요. 시애틀에서 옐로스톤까지 갔을 때에도 붉은색 닛산이었는데...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북쪽인지라 9시가 다 되어서야 지는 해)


해가 지기 전에 찍어본 셀렝게 강 하구의 모습. 호수의 규모가 워낙 큰지라 사주도 발달해 있습니다.


놓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부랴티야 공화국 쪽 바이칼은 광공해가 꽤 적어 별 보기에 조건이 매우 괜찮은 곳들 중 하나입니다.

특히 제가 이 날 캠핑을 했던 곳은 보틀 스케일 기준 1등급 같은 2등급에 해당되는 곳으로, 한국에선 이만한 조건을 갖춘 곳은...

없습니다.

...뭐 그만큼 한국이 고도로 도시화 되었단 소리겠죠.


한번 보실까요?





그냥... 미쳤습니다.

제가 몬태나 주에 위치한 보틀 스케일 1등급인 곳에서 찍었을 때는 보름달이었던지라 이렇게 선명한 은하수가 나오진 못했는데, 보틀 스케일 2등급만 되어도 엄청나게 선명한 은하수를 관찰 및 촬영할 수가 있더군요.


비교는 나중에 몽골 고비사막의 보틀 스케일 1등급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도 있으니, 그걸 올리고 나서 한번 제대로 비교를 해보죠.


그리고 저를 깜짝 놀라게 한 사진 두 장이 찍혔으니...



어떠한 색채 보정을 가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적으로 찍힌 미약하지만 확실한 녹색광. 북두칠성과 북극성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북쪽으로 돌렸을 때 나온 사진들인데...

북쪽? 퍼지는 듯한 녹색광? 이거 수상하다 싶어 Aurora 앱을 켜보니...


이게 이 날의 오로라 지도. 바이칼 호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오로라 지대가 뻗어있는 모습입니다.

제가 정말로 오로라를 포착한 건지는 모를 일이지만, KP 지수가 특별히 강했던 이 날이라면 오로라가 지도에 표시된 저 영역을 벗어나서도 발현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역시나 달이 뜨는 방향으로 처음 잡아본 안드로메다 은하(저기 유독 밝게 빛나는 물체). 이게 구형 DSLR로 찍히나 싶었는데, 찍히긴 하는군요 ㅋㅋㅋㅋㅋ


(고프로를 지른 이유) 별의 일주운동도 포착해 봤습니다. 원래 더 길게 찍은 랩스 영상인데 용량 이슈로 풀버전은... 못 올립니다 ㅠㅠ


한국에서 가져온 옷의 한계로 인해 새벽에 텐트에서 자다 깬 돚붕이. (그래도 5시간 반 정도 잤습니다)


아침이 되자 이번엔 호수 동편에서 떠오르는 태양.




아침에 구름이 좀 껴 있었는데, 덕분에 신비한 빛깔의 하늘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 햇빛에 붉게 물든 호수 건너편 사진을 마지막으로 텐트를 챙기고 철수를 합시다.

철수하던 도중 마을의 한 러시아인 아저씨가 절 보고 "혼자 왔어요?" 이러길래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대단하구만." 이라는 츤데레스러운 대사 한마디 내뱉고 가셨습니다. 솔직히 제가 동네 주민이었어도 저같은 사람 신기했을듯...


(본인 유튜브 채널을 여행 동영상 정리용(?)으로 쓰고있는... ㅋㅋㅋ)

맨 처음에 말한대로 울란우데-바부쉬킨 간 두시간 반짜리 여정을 타임랩스로 담아봤습니다. 영상이 긴 관계로 시간 없으신 분들은 굳이 안 보셔도 될듯?


그럼 二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