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몽(大蒙)견문록 시리즈

1편: 몽골 입국기

2편: 이 시국에 러시아? (1)

3편: 이 시국에 러시아? (2)

4편: 울란우데

5편: 바이칼 호수

6편: 부랴티야의 불교사원

7편: 울란우데 마지막 날


약 5일간의 러시아(부랴티야) 답사를 마치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 몽골로 가는 날. 올때는 버스(국경에서 놓치긴 했지만...;)를 이용해 봤으니, 이번엔 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표는 매진될까봐 울란우데 도착하자마자 역에서 바로 구매했는데, 엄청 짧은 러시아어로 어찌저찌 무사히 구매. 표 값은 5000루블 언저리로 좀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비행기에 비해선 꽤 싸고 또 침대칸인지라 그만큼 편하게 오기 때문에 그냥 움직이는 호텔에서 잔다 생각하고 한번 질렀습니다... ㅋㅋㅋ


러시아 탈출을 위해 울란우데 역에 도착한 돚붕이. 러시아 철도역도 중국 철도역처럼 들어갈때 짐검사를 하더군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나저나 바닥에 있는 부랴트 식 문양이 인상적이네요.


그 위에는 뭔가 또 동양풍인 샹들리에가 달려있습니다.


부랴트인 무사와 문인의 전통 복장과 게르 내부 모형이 있는 포토존. 역사 건물 자체는 전혀 동양풍이 아니긴 하지만 구석구석에서 몽골-부랴트의 향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건 울란우데 역사의 뒷편. 위의 사진을 보시면 감이 오시겠지만 역사의 앞면이랑 대칭을 이루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RZD의 기관차. 기관차 달랑 혼자 운행하는게 꽤 인상적이어서 찍어봤습니다.


곧이어 2번 플랫폼에 도착한 오늘의 열차.


이르쿠츠크에서 울란바토르까지 가는 RZD의 국경종단 열차 되겠습니다.

참고로 몽골 국철에서 운영하는 국제열차도 있다고는 하는데...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패스.


저렇게 러시아에선 기차 타기 전 제복 입은 승무원이 여권과 티켓 검사를 합니다.


건너편 3번 플랫폼에서 오는 진정한 근성열차... (모스크바 야로슬라블-블라디보스토크 간 시베리아 횡단철도)

언젠가는 저것도 타봐야죠. 언젠가는...


타임테이블입니다. RZD는 북아메리카의 어느 막장 철도회사랑은 다르게 정시성이 꽤 우수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국경을 넘기 전까진 저 타임테이블 그대로 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참고로 저희 열차는 하행임으로 좌측의 시간표를 따라갑니다.


불가리아-터키 간 국제열차 이후로 처음 타보는 복도식 침대칸 열차.


침대칸은 이렇게 생겼는데, 침구류가 어질러져 있는 모습이 알고보니 여기가 제 자리가 아니었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사람이 방 번호 4번이랑 4번 침대랑 헷갈릴 수가...

효도르같이 생긴 러시아 형님한테 비키라고 한 소리 듣고 나서 사과 오지게 박고 제 원래 자리로 돌아갑니다... ㅋㅋㅋㅋㅋㅋ


기차 내부에서 나름 간식들도 팔기 때문에 먹을 걸 들고오지 못하셨다면 여기서나마 해결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

물론 시베리아 횡단철도 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중간 장기 정차역에서 음식 파는 가판대나 아주머니들을 종종 보실 수 있는데, 몽골 종단철도는 중간에 장기 정차역이 국경도시 뿐인 관계로 이 아주머니들을 뵐 수 없습니다 ㅠㅠ

같은 방 승객분들이랑 친해진다면 다들 음식을 나눠주시긴 합니다... (불쌍해보여서...?)


저의 배낭도 쏙 들어갈 만큼 넓은 수납공간.


그렇게 열차는 오후 3시 42분 정시에 울란우데 역을 출발하고...


울란우데를 조금만 벗어나자 바로 보이는 부랴티야 남부의 반 스텝/반 타이가의 풍경.


같은 방 승객들이 영어가 통하는지라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서 그만 사진을 많이 남기진 못했습니다만...


대신 장거리 열차타면 항상 찍는 타임랩스 영상으로 풍경을 대신하겠습니다.


참고로 같은 방 승객들이 러시아인인데도(커플인 부랴트인 남자와 러시아인 여자, 그리고 그 러시아인 여자의 어머님 이렇게 셋이었습니다) 영어가 통해서 꽤 놀라웠는데, 이 커플이 울란바토르로 향하는 이유가 바로 미국 유학 준비였다니...

원래라면 미국 비자 심사를 받으러 모스크바로 가야 하지만, 최근 제재로 인해 러시아인들의 미국 비자 발급이 상당히 까다로워진데다 이 커플이 울란우데 주민이다 보니 그냥 가깝고 덜 까다로운 울란바토르로 향해 거기서 몇일 체재하면서 비자 발급도 받고 미국 갈 준비도 하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 부랴트인 남자애는 지금 무사히 캔자스에 있지만 (최근 동원령 내려져서 꽤 심란하다고 함), 러시아인 여자애는 비자 발급 과정에서 서류상 문제가 생겨서 다시 울란우데로 돌아갔습니다.


이 커플이랑은 울란바토르에서 몇번 밥 같이 먹으면서 친해졌습니다... ㅋㅋㅋ


한 5시간 정도 지나자 열차는 국경도시인 나우쉬키(наушки)에 도착하고, 러시아 탈출을 위한 마지막 단계인 러시아 출국심사를 받았습니다.

최근 시국이 시국인지라 원래라면 널널했을 출국심사가, 짐검사 등등 여러모로 강화된게 많더군요.

제 미국 비자를 보자 저한테 여행객이냐고 묻더랍니다 ㅋㅋㅋㅋㅋㅋ 뭐 저야 당연히 쫄릴게 없으니 출국심사는 오래걸리긴 했지만 무사히 지나갔고...


진짜 문제는 열차가 정차해 있느라 에어컨을 꺼버린 바람에 열차 내부가 좀 더웠다는 것?


그리고 열차는 국경을 넘어 몽골의 국경도시 수흐바타르(Сүхбаатар)에 진입. 여기선 밖에서 바람도 쐬게 해 주는군요.

...근데 나가니까 좀 춥네요.


몽골 입국심사까지 받고 나니 (몽골 입국심사는 초고속이었음) 시간이 벌써 자정이 넘었고, 울란바토르에는 새벽 도착임으로 일단 잠을 청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한숨 자고 일어나니 다시금 펼쳐지는 몽골 초원.


일출과 함께 맞이하는 몽골 초원.


끝없는 초원이 드디어 끝을 보이고, 마침내 일출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울란바토르 시.


이렇게 바라보니 전형적인 세기말 소비에트 식 도시 느낌.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울란바토르 역. 저게 제가 말했던 몽골 국철입니다. 이건 국제열차가 아니긴 하지만요...

전반적으로 RZD의 열차보단 좀 더 연식이 있는 모습입니다.


몽골답지 않게(?) 흐린 울란바토르의 사실상 첫 날.


아침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꽤 썰렁한 플랫폼.


여기도 울란우데 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옛 증기기관 시절 열차를 보존해 놓았더군요.


그리고 드디어 보는 펄-럭이는 몽골 국기. 여기서 확실히 내가 러시아를 무사히 탈출했구나 체감했습니다... (뒤에 걸려있는 러시아 국기는 함정)

잘 보시면 깃대가 총 3개인데, 아마 나머지 하나는 중국 국기가 걸리는 깃대가 아닐까 합니다. 다만 현재는 중국행 국제열차는 무기한 중단 상태인지라 국기를 내렸을 뿐...


울란바토르 역의 역사. 참고로 몽골어로 기차역은(төмөр замын, tömör zamyn)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zam 부분이 '역참'할때 그 참(站)의 어원입니다 (중국어로 zhàn). 원래 한중일 다 무언가 교통수단이 서는 곳에 대해 역(驛)이란 표현이 더 우세했지만, 원나라 이후로 중국은 몽골어의 영향을 받아 참(站)이 더 우세해졌다고 합니다.

참고로 현대 몽골어 zam에는 도로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 기차역의 전경. 생각보다 아담한 크기입니다.


드디어 울란바토르에 도착했네요. 다음 편부턴 본격적인 몽골 답사기가 이어지겠습니다.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