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몽(大蒙)견문록 시리즈

1편: 몽골 입국기

2편: 이 시국에 러시아? (1)

3편: 이 시국에 러시아? (2)

4편: 울란우데

5편: 바이칼 호수

6편: 부랴티야의 불교사원

7편: 울란우데 마지막 날

8편: 몽골 종단철도


우선 노래부터 흘려 보내겠습니다.

뭐 몽골에 왔으니 몽골의 국가도 들어 봐야죠. 제목은 Монгол улсын төрийн дуулал, 즉 몽골 국가라는 뜻입니다. 몽골의 현대사가 꽤 파란만장한 편인지라 멜로디는 그대로이지만 가사가 굉장히 자주 바뀌었는데, 이건 현재 쓰이는 버전입니다. 추후에 옛 버전들도 브금으로 쓸 예정입니다 ㅋㅋㅋㅋ


드디어 9편만에 첫 몽골(외몽골) 글이네요. 몽골은 그동안 부랴티야의 타이가 삼림의 모습이랑은 전혀 딴판인, 중북부의 너른 스텝 초원과, 내몽골까지 이어져있는 황량한 고비 사막이 펼쳐져 있는 곳입니다. (물론 훕스굴 호수와 서부의 알타이 산맥 지역쪽으로는 또 타이가 지대이긴 하지만요)

원래의 계획은 부랴티야에서 타이가를, 외몽골에서 스텝 초원을, 내몽골에서 황량한 고비 사막을 보는 것이었지만, 중국의 핑핑이 때문에 내몽골은 포기해야 할 수밖에 없었고... 꿩 대신 닭이라고 외몽골 남부도 고비 사막이다 보니 거기서 사막 투어를 하기로 결정.


사막의 처참한 인구밀도와 몽골의 답이 없는 도로망 때문에 원래라면 잘 하지 않는 단체 투어를 한국에서 미리 신청했습니다. 곤경에 처했을 시 유목민 분들이 정말 성심성의껏 도와주시지만, 고비 사막쪽으로 내려가면 그 유목민들 조차 없기 때문에...

러시아에서 온 날로부터 이틀 뒤에 합류하기로 하고 그 사이에 전 울란바토르 시내 구경을 좀 했습니다.


몽골에선 옛날 서울에서 그랬듯이 길가에서 손을 들면 그게 택시를 부르는 사인입니다. 다른 점이라면 택시 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일반 승용차처럼 보이는 차가 택시 영업을 한다는 것...? 물론 다 그런건 아니고 택시 회사에서 운영하는 택시들도 있긴 했습니다.

전 UB캡이라는 앱을 이용했는데(대충 우버같은 앱), 이러면 길에서 손들고 잡는 것보다는 약간 싸더군요. 뭐 택시비 자체가 그리 비싸진 않지만요...


일단 미처 못잔 아침잠을 마저 때리고 낮에 슬금슬금 기어나와 구경을 시작합니다. 몽골 문자로 써진 광고판이 인상적인...


숙소가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었던 지라 조금 걷자 바로 보이는 울란바토르의 한때의 최고층 빌딩 더 블루 스카이 타워(지금은 7위). 지금은 샹그릴라 호텔 건물이 최고층이긴 한데, 여기에 있는 더 블루 스카이 호텔과 함께 몽골 사람들에겐 성공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저 건물은 한국인이 투자해서 지은 건물이어서, 어딘가 익숙한 건축 양식이라고 느끼셨다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ㅋㅋㅋㅋㅋ


길 건너편에 뭔가 특이한 형태의 깃발이 걸려있는 건물이 있길래 알고봤더니...


몽골 민주당 당사였군요... ㅋㅋㅋㅋㅋ 현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이 전부 몽골인민당인지라 지금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신세이지만요.


90년대, 00년대 초 한국처럼 신호등이 존재함에도 워낙 교통체증이 심해 경찰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수흐바타르 광장에 도착했더니... 뭔가 행사를 하고 있더군요.

알고보니 이 날 울란바토르 스트릿 푸드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운이 좋았네요.


그래서 저도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한 입 했습니다만... 결국은 양고기 ㅋㅋㅋㅋㅋㅋㅋ


이건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곳에서 조금 멀찍이 떨어져 찍은 것. 전 공산주의 국가답게 광장이 엄청 넓습니다.

몽골 민주화 때는 여기가 민주화 시위의 중심이 되었지만요.


수흐바타르 광장 한 가운데에는 그 닉값을 하듯이 몽골의 독립 영웅인 담딘 수흐바타르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 몽골 정부청사 건물에서 광장을 내려다보는 칭기즈 칸. 그 양 옆의 기마상은 각각 몽골 제국의 개국공신들인 보오르추와 무칼리 라고 합니다.


건물 좌우측에는 각각 오고타이 칸과 쿠빌라이 칸의 좌상이 있는데, 반대편까지 걸어가기 귀찮아서 오고타이 칸만 찍었습니다... ㅎㅎ


몽골 정부청사 바로 앞에 있는 동상들은 공산정권 시절만 해도 없었다고 하는데, 나중에 몽골이 민주화가 되고 광장 이름이 칭기즈 칸 광장으로 잠시 바뀐 적이 있을 때 몽골 정계에서 꽤나 큰 논쟁이 되었다고 합니다. 대체적으로 몽골인민당에선 담딘 수흐바타르를, 몽골 민주당에선 칭기즈 칸을 더 쳐주기 때문이죠.


그리고 정부 청사 위에서 펄럭이는 몽골 국기. 부랴티야에선 항상 부랴티야 국기와 러시아 국기가 같이 휘날리는 광경만 봤는데 이런 게 바로 주권국가라는 거겠죠.


정부 청사 쇠창살에 박혀있는 몽골국의 소욤보 문장.


몽골 국가에도 있는 구절이 선전 문구스럽게 걸려있는 모습. 대충 '몽골을 번영케 하리라' 라는 뜻의 구절입니다.


그리고 광장에서 발견한 내몽골식 훠궈집 샤오페이양(小肥羊). 미국 대도시 지역에서 살아보신 분들은 아실 수도 있을텐데, 미국에서 훠궈가 먹고 싶을때 타 브랜드에 비해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하는 중국의 훠궈 브랜드입니다. 내몽골에서 출발한 브랜드로 알고 있는데, 이거면 내몽골과 외몽골이 겉으론 으르렁 거리긴 해도 어찌저찌 교류는 한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겠네요.


광장을 남쪽으로 빠져나오면 소비에트 풍이 물씬 풍기는 건물이 보이는데, 이 역시도 공산정권 시절에 지어졌던 국립 극장.

사실 이 도시에서 한국인의 흥미를 끌만한 공산주의 시절의 잔재라고 하면 북한식당과 북한 대사관이 있을 건데, 알고보니 북한식당은 코로나때 철수해 폐업했고 북한 대사관은 진행방향과 반대방향이었던지라 둘러보지 못했습니다...


조금 더 도심을 빠져나오자 보이는 시내 중심가의 높은 건물들. 몽골도 확실히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국가라고 체감이 됩니다.


저 멀리 보이는 관람차. 저기가 아마 국립 놀이공원인듯 합니다.


육교의 디자인이 꽤 인상적입니다.


이 도로 바로 밑에 몽골 종단철도가 지나가기 때문이죠.



한 10분 정도를 걸으니 보이는 울란바토르 시민들의 거주 구역. 특히 저 아파트는 한국 어디에 있는 아파트라고 해도 믿을듯...



이외에도 발전하는 울란바토르의 현대적인 모습.


복드 칸의 겨울궁전을 향하던 길이었는데, 이 곳은 다다음 편으로 빼도록 하고...


어느덧 석양이 드리울 시간대인데... 하늘이 심상치 않습니다.


참고로 울란바토르에도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이 있습니다. 강의 이름은 툴라 강 (몽골어로는 Туул гол, Tuul gol).


바로 근처에 언덕이 있고, 그 곳에 새겨져있는 소욤보 문장.

사실 울란바토르는 여느 일반적인 몽골 초원과는 다르게 강이 흐르는 산줄기에 둘러싸여 있는 분지도시입니다. 그래서 지금 향하는 곳은 자이승 전망대라는 도시 남쪽 산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


아파트 사이에 서 있는 거대 불상. 이것만 보면 불심 깊은 나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나중에 친해진 가이드 형님께서 그러길 요즘 젊은층은 종교 그런거 안 믿는다라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ㅋㅋㅋㅋㅋ




자이승 전망대 앞에는 자이승 힐이라는 삐까번쩍한 쇼핑몰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이 곳의 엘리베이터를 통해 산 중턱까지 올라가줍니다.



산 중턱이지만 벌써부터 보이는 울란바토르의 전경.


하지만... 아직 저만큼 올라가야 합니다... ㅠㅠ


드디어 정상 도착.


여기서 비구름이 다가오는 울란바토르의 풍경을 보니 뭔가 세기말 감성이 느껴집니다...



이건 같은 풍경의 DSLR 버전...




분지도시이지만 아파트가 빽빽히 들어찬 관계로 약간 대구나 대전 비슷한 느낌도 받습니다. 누가 그러던데, 몽골의 수도이지만 가장 몽골같지 않다고 하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곳이 전승 기념탑인 관계로 2차대전에 참전한 몽골 군인과 소련의 전승을 기념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좀 더 산쪽으로 뒤돌아보면 미국 학교(American School)가 있는데, 그로 말미암아 집값 비싼 부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학교 말고도 러시아 학교, 일본 학교, 터키 학교, 한국 학교 등등 다양한 외국계 학교가 시 외곽에 신도시쯤 되는 위치에 쭉 늘어서 있습니다. 이 곳도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높은 교육수준에 대한 열망이 반영되는 듯 하네요.


저 비구름이 다행히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쏟아지기 시작했고, 비가 그칠때 까지 잠시 쇼핑몰에서 대피했는데, 한가지 놀랐던 점은 울란바토르는 건조기후 도시이다 보니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소낙비에 대비한 배수시설 같은 게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빗물이 도로에 그대로 고여있던지, 아니면 아까 말한 툴라 강으로 그대로 흘러 들어가더군요. 덕분에 발과 바지가 축축해진 채로 숙소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ㅠㅠ


다음 편은 이 도시엔 왜 이렇게 한국 것이 많은가? 에 대한 고찰이 되겠습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