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몽(大蒙)견문록 시리즈

1편: 몽골 입국기

2편: 이 시국에 러시아? (1)

3편: 이 시국에 러시아? (2)

4편: 울란우데

5편: 바이칼 호수

6편: 부랴티야의 불교사원

7편: 울란우데 마지막 날

8편: 몽골 종단철도

9편: 울란바토르

10편: 울란바토르광역시(?)

11편: 복드 칸의 겨울궁전

12편: 로드 투 고비사막

13편: 차강 소바르가

14편: 욜링 암

15편: 홍고링 엘스

16편: 몽골의 밤하늘

17편: 바양작

18편: 테를지 국립공원

19편: 몽골의 불교사원


끝날것 같지 않던 몽골 답사기도 어느새 20편째에 이르렀군요...

20편을 올리는 사이 제가 몽골에 갔다온지 벌써 거의 두 달이 지나갔습니다 ㄷㄷ 시간 참 빠르네요.


오늘도 음악과 함께 스타트 합시다.

제가 그토록 넣고 싶었던 노래인데요, 그것은 바로 칭기스 칸 찬가(Чингис хааны магтаал).

한국에선 말에게 이럇! 이라는 추임새로 출발 신호를 보내는데, 몽골에선 추! 혹은 투! 라는 추임새를 씁니다.

칭기스 칸 찬가가 시작하면서 투! 라는 추임새를 주고, 뒤이어 이어지는 3박자 리듬. 눈치채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이 3박자 리듬은 말이 달릴때 다그닥 하는 소리를 표현한 겁니다. 그리고 곧이어 나오는 배음 창법과 흐미(Хөөмий). 특히 높은 배음 창법이라 할 수 있는 흐미는 초원의 바람소리를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합니다.

몽골 전통 음악에 관해선 비록 짧은 지식이지만 다음 편에 더 자세히 한번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비가 오고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하는 8월 말의 울란바토르. 오늘은 큰 도전을 하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여야 합니다.




택시를 얻어타서 도착한 부산버스가 보이는 한 이름 모를 울란바토르의 외곽 주택가 지역.

이곳에 온 목적은...


바로 오토바이를 렌트하러 왔습니다.

이 드넓은 초원에서 오토바이를 몰아보는게 소원이었던지라, 아예 한국에서 2종소형을 취득했는데...


어? 몽골에서 운전이 가능한가? 라고 의문을 품으실 분들이 있을텐데...

문제는 한국에서 발급한 국제운전면허증은 몽골에선 통용이 안된다고 합니다.


국제 도로교통에 관한 협약에는 크게 두가지 협약이 있는데,

하나는 한국이 가입해있는 제네바 협약이고, 다른 하나는 비엔나 협약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는데, 서로 가입한 협약이 다르다보니 기본적으로는 서로의 운전면허를 인정하지 않는 꼴이 되어버리고, 국가 대 국가간으로 특정한 협약을 따로 맺은게 아니라면 (예:한국-카자흐스탄은 국가간 협약 덕에 공증만 발급받으면 운전 가능) 원칙적으로는 국제운전면허증 사용이 불가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몽골만의 국룰이 존재하는데, 몽골에 있다보면 과연 이 사실을 현지 경찰관들이 세세하게 꿰고 있을까? 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됩니다.

또 한가지는 수도 밖으로 조금만 나가도 경찰이고 뭐고 그냥 사람 자체가 아예 한 명도 보이지 않는(;;) 환경이다 보니 현지인 왈 무면허 운전이 굉장히 성행한다고 합니다.


근데 오토바이 렌트해주시는 분이 (굉장히 착하신 분이셨음) 제가 그런 사정을 말했는데도 흔쾌히 바이크를 빌려주시더군요... ㅋㅋㅋㅋㅋㅋ


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경찰 검문 받을일이 아주 없진 않으실 겁니다. 근데 한국 국제운전면허증을 보여주니 전혀 문제 없다고 그냥 가라고 하던...

때론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이 이럴 때 들어맞는지도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ㅋ


흠흠 각설하고,

제가 바이크를 빌려서 가려고 했던 목적지는 바로 몽골 제국의 옛 수도, 카라코룸이었습니다만...

일단 바이크를 빌리는 시간이 너무 늦어버렸고, 설상가상으로 울란바토르의 엄청난 교통체증에 도시 밖 평원에서 불어오는 칼바람과 그로 인한 추위 때문에


출발 한시간 반 만에 출발지로 돌아가기로 결정합니다.

애초에 지금 생각해보면 저 비 올지도 모르는 추운 날씨 속에 약 350km를 바이크로 달릴 생각을 했다는게 제가 좀 미친 놈이었나 봅니다 ㅋㅋㅋㅋㅋㅋ

물론 하루만에 가려했던 것은 아니고, 시간이 모자라면 그냥 초원 한 가운데에 텐트 펴놓고 거기서 하룻밤 묵을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추운 날씨때문에 포기...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돌아가려는데, 한 주유소 직원이 갑자기 겁나 유창한 한국어로 "기름 가득이요?" 하시길래

뜬금없는 장소에서 한국어를 들은 저는 어안이 벙벙했고, 알고보니 한국에서 6년간 유학+일하다 왔다고 합니다.

제가 어지간히도 추워보였는지 주유소 휴게실에서 자판기 커피 한잔 뽑아주며 쉬다 가라고 그랬는데, 그 분 아니었으면 전 지금 답사기를 못 쓰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 몽골이 이런 나라입니다 ㅋㅋㅋㅋㅋㅋ



가다가 햇빛이 드는 곳으로 피신. 햇빛 밑에 있으면 확실히 더 따뜻합니다.



그저 허허벌판 뿐인 몽골 초원. 도로를 달리다 보면 느끼는건데 진짜 끝이 안보여요...


아무튼 카라코룸까지의 여정을 접은 저는 다음날 바이크 빌린 김에 그래도 어디 가까운 다른 곳이라고 가보자 결심합니다.


그때 제 눈에 밟힌 곳이 바로 테를지 근처에 있는 칭기스 칸 거대 마상 동상. 길어봤자 한시간 정도밖에 안 걸리는지라 충분히 갔다올 만 했습니다.


다행히 다음날이 되니 하늘도 맑아지고 온도도 그럭저럭 따뜻해졌습니다.

아니 근데 수원시민의 숲이 왜 몽골에...???


저기 보이는 산줄기가 저번에 갔던 테를지 국립공원. 이 칭기스 칸 동상을 못보고 간게 못내 아쉬웠는데, 이렇게라도 가보네요.


이 드넓은 광야에 차가 한대도 없어 정말 바이크 끌기 최적의 조건이긴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잠시 후, 언덕 너머로 칭기스 칸의 머리가 보이더니, 이내 입구에 다다랐습니다.


나름 국가에서 신경쓰고 있는 곳이라는게 저 문에서 엿보이는듯...?


허허벌판에 엄청 거대하게 서 있는 칭기스 칸의 마상 동상.

왜 굳이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이 허허벌판에 동상을 지었는가가 나름 최대의 의문인데, 일설에 의하면 칭기스 칸이 이곳에서 금빛 채찍을 발견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라고 합니다.


저기 건너편에 멀리 보이는 동상 하나가 칭기스 칸의 어머니의 동상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다른 팀 가이드가 설명하는걸 엿들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여기에도 물론 게르 캠프가 있습니다. 몽골 현지인들도 자주 이용하는 듯 하네요.


자유의 여신상 마냥 이 안쪽으로 들어가 볼 수가 있는데,


입장료를 내야하지만 1층과 2층은 약간 박물관 느낌으로 물건들이 전시가 되어있고,




전시품 자체는 별 건 없긴 합니다... ㅋㅋㅋ


또한 말머리 위쪽으로 올라가서 칭기스 칸의 얼굴을 더 가까이서 볼 수도 있습니다.


근엄하고 위엄넘치는 얼굴에 비해 앙증맞은(?) 왼손.


이곳에서 바라본 테를지 국립공원.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이때가 아마 경찰이 면허증 검문할 때 찍은 사진이었을 겁니다...

운 나쁘게도 지나가던 차를 다 불러세우던 경찰때문에 마음 졸였으나, 제 국제운전면허증을 보고 문제 없다고 가도 된다고 했던... ㅋㅋㅋ


집터? 인지 모를 저 흔적. 그리고 그저 푸르기만 한 몽골의 하늘.




다시 오토바이를 반납하러 찾아온 울란바토르 외곽의 산동네. 역시 날씨가 맑으니까 동네가 엄청 느낌있어 보이네요.

어쩌면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광경이었을지도...


그리고 이 좁은 골목까지 침투한 울란바토르의 고질적인 교통정체를 끝으로 이번 편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