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몽(大蒙)견문록 시리즈

1편: 몽골 입국기

2편: 이 시국에 러시아? (1)

3편: 이 시국에 러시아? (2)

4편: 울란우데

5편: 바이칼 호수

6편: 부랴티야의 불교사원

7편: 울란우데 마지막 날

8편: 몽골 종단철도

9편: 울란바토르

10편: 울란바토르광역시(?)

11편: 복드 칸의 겨울궁전

12편: 로드 투 고비사막

13편: 차강 소바르가

14편: 욜링 암

15편: 홍고링 엘스

16편: 몽골의 밤하늘

17편: 바양작

18편: 테를지 국립공원

19편: 몽골의 불교사원

20편: 칭기스 칸 마상 동상


1. 이번 편은 답사 탭을 달아 놓았지만 답사기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2. 이번 편에 동영상이 꽤 많으므로, 데이터가 작살나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꾹 해주시길...


오토바이를 끌고 초원을 누빈다는 하나의 목표도 달성하고 2주 반동안 몽골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 대부분을 해본 전 이제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습니다.


마지막에 여행 예산이 남아서 한국 돌아가기 전 재정비 겸 호텔방에 하룻밤 묵기로 하고


거기서 보이는 울란바토르 시티 뷰(?)


이 날 하루 호텔방에서 그냥 죽치고 하루 시간을 때운다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몽골까지 와서 그 유명한 흐미(Хөөмий) 한번 못 듣고 간다는게 못내 아쉬워서 근처에 전통공연 하는 곳을 수소문해 찾아가기로 합니다.


그렇게 찾아온 한 공연장. 이름(Ганзам палас, 철도 궁전이란 뜻)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몽골 철도청 산하의 공연장인듯 한데, 이를 증명하듯이 몽골 철도청이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티켓은 문 앞에서 어떤 티켓 가방을 메고있는 아주머니가 직접 손으로 끊어주는 방식. 현금밖에 받아주지 않으니 미리 준비해 가시길...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마두금 쿼르텟 연주. 마두금은 몽골어로 모린 후르(морин хуур)라고 하는데, 여기서 저 모르(мор) 부분이 말 이라는 뜻이고, 후르(хуур)는 전반적으로 몽골계 민족들이 쓰는 두 줄 현악기를 통칭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내몽골 차하르인들은 이 악기를 힐 후르(hil huur)라고 부르고, 부랴트인들은 그냥 후르(huur)라고 부릅니다.

칭기스 칸 찬가에서 봤듯이 말발굽 소리의 3박자를 음악으로 승화시킨게 상당히 인상적. 한국 국악도 유목민족들과 자주 부대끼다보니 3박자 형태를 가진 음악들이 많다고 하는데, 전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게 중국 남부나 동남아, 일본쪽으로 가면 그쪽은 노 젓기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2박자 음악들 위주기 때문이죠.


일단 공연 보러오신 분들이 대부분 50-60대 한국인 관광객 분들인걸 보면, 이 나이대 분들의 단체관광 코스로 기능하는 듯 했습니다.


첫 공연은 몽골 전통 민요의 한 종류인 우르틴 두(Urtiin Duu). 영어로 번역하면 Long Song 정도가 되는데, 여기서 long의 의미는 곡 자체가 길어서도 있지만 높은음에서 상당한 바이브레이션을 주며 소리가 멀리까지 공명되게끔 하는 창법 때문에도 붙은 것이기도 합니다.

가장 몽골에서 전반적으로 많이 들을 수 있는 형태의 전통 창법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판소리 정도 포지션?


Long Song이 있다면 그 반대인 Short Song도 있는데, 보기노 두(Bogino Duu)가 그것입니다. 여기서 short은 마찬가지로 곡의 길이가 짧아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지만, 좀 더 누구나 부를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한게 특징입니다.


두번째였나 세번째 공연은 바로 몽골 악기들이 총집합한 앙상블 합주 공연.

잘 보면 가운데에 있는 건 몽골식 가야금이라 할 수 있는 야특(Ятга). 카자흐어 жетіген(jetigen)에서 변형되어 온 단어인데, jeti란 이름대로 원형은 중국이나 한국의 아쟁처럼 7현 악기였지만 현재는 13현 혹은 21현 등등 여러 변형이 주로 쓰입니다.

그 왼쪽엔 아까도 설명했던 마두금, 그리고 우측엔 카자흐나 중앙아 문화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아실 돔브라(домбыра)의 몽골 버전 톱쇼르(товшуур).

현악기 외에 관악기들도 눈에 띄는데, 몽골 버전 대금인 림베(лимбэ), 양뿔 모양으로 생긴 에베르 부레(эвэр бүрээ), 몽골 버전 태평소인 바얄륵 부레(баялаг бүрээ)도 있습니다.


네번째 공연이 바로 그토록 듣고 싶었던 흐미(Хөөмий). 바로 몽골 서북부/투바/알타이의 공통 문화로 시작해 몽골 전역으로 퍼진 창법 중 하나이죠.

외국에선 저 몽골/투바/알타이식 배음(오버톤) 창법을 통칭해서 흐미(몽골어)/회메이(투바, 알타이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발성 기관의 어디에서 발성하냐에 따라 세분화가 되어 있는 편입니다.


우선 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배음은 몽골어론 Kharhiraa 혹은 BagaIzuuryn, 원조에 가까운 투바어로는 Kargyraa라고 부릅니다. 후두를 사용하는게 주 특징입니다.


이 가슴팍에서 올라오는 소리는 몽골어로는 Tseejiin xondiin으로, 원조인 투바에선 Khorekteer라고 따로 구분합니다. 말 그대로 '가슴팍 소리'라는 뜻.


그리고 이 녀석이 바로 몽골어 흐미(Khöömii), 그리고 투바어 회메이(Khoomei). 노래하는 사람의 일반 목소리 톤에 배음이 붙은 것으로, 배음으로 나오는 높은 음은 보통 두 옥타브까지는 올라간다고 합니다. 엄밀히 말해서는 이 창법만이 흐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이런 추임새도 붙습니다. 흐미와 이런 추임새 모두 초원의 칼바람 소리를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코로 배음을 내는 Xamryn (몽골어) 혹은 Dumchuktaar (투바어),

 <<<(이분은 가능하실듯)


투바 쪽으로 가면 Borbangnadyr이라는, 원음, 배음과 휘파람의 3음을 동시에 내는(...) 고인물 스킬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합쳐지면...

가운데 있는 분이 우르틴 두(Long Song)을 주로 부르시는 가수, 양 옆이 흐미 가수분들. 이걸 실제로 들으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데, 뭔가 소리가 귀가 아니라 뇌에 직접 박히는 그런 느낌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이외에 탈 쓰고 악귀를 쫓아내는 의미에서 추는 춤인 참(Tsam)과

한국 팬(?)분들을 위한 아리랑을 마지막으로 1시간 반 가량의 공연이 끝났습니다.


공연 보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길. 이걸 보고 방학동안에 카자흐/키르기스스탄을 갔다 온 같은 강의 듣는 친구가 외스케멘과 비슈케크랑 똑띠라고 그러던데...

나중에 가보고 한번 감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ㅋㅋㅋㅋ


 


언제 봐도 멋진 울란바토르의 노을이지만,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기분이 센치해지는군요... ㅠㅠ


다음 편이 아마 마지막 편이 될듯 한데, 아마 누락됐던 사진들과 공항가는 길, 한국 오는 비행기에서의 사진 위주로 올라갈듯 합니다.

이제 진짜로 길고 길었던 몽골 답사기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군요...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