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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 시간 건축물의 밀도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면 도시에서 건폐율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그 빽빽함, 아니 빡빡함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조선 시대에는 한양에서 대형 화재가 났다는 기록이 자주 나온다. 왜 그럴까? 바로 집들이 다 붙어 있어서 한번 불이 나면 쉽게 불이 옮겨 붙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너무 빽빽하게 붙어 있으면 화재, 위생(냄새), 소음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도시계획에서는 항상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빽빽함의 정도, 즉 건폐율을 조정한다.


건축학적으로 보통 공동주택일수록 건폐율이 낮다. 15% 미만정도이며, 용적률 기준으로보면 5~7% 정도 수준이다. 왜냐하면 얇고 높이 쌓아야지 보다 많은 세대에서 햇빛을 골고루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이와 반대다. 거의 모든 건축물에서 높은 건폐율을 요구한다. 왜 그럴까? 바로 1층 면적이 경제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람도 2층만 되어도 상가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 아파트가 아닌 이상 사람은 본능적으로 거의 평면 접근을 하지 수직 접근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현실적으로 이런 건폐율 기준이 도시의 신축을 방해하고 있다. 옛날 건축물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건폐율이 80~90%이며 가끔 국공유지를 침범해서 100%를 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 신축할 경우, 여러 법적 규제에 걸리는데, 특히 건폐율로 인해 1층 매장이 줄어드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그래서 이런 건폐율을 다시 늘려주는 것을 이른바 건폐율 완화라고 부른다. (당연히 반대로 건폐율 기준을 더 낮추는 것은 강화라고 부른다.) 이런 건폐율 강화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들이 있는데, 앞서 말한 듯 화재, 위생, 소음 등 기본적인 문제들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에는 위생이나 소음 등은 건축물과 다소 독립적인 편인데(쓰레기를 거리에다가 버리거나, 자동차 소음이라든가...), 여전히 화재만은 건축물들의 빽빽함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건폐율 완화를 위해서는 내화구조 설비가 필수적이다.


또한 건폐율을 완화, 즉 1층 면적이 늘어난다는 것은 지상주차장은 짓지 않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이다. (물론 필로티 구조도 있지만, 그런 구조는 좀 논외이며 건축물의 구조 및 형태 파트에서 다룰 예정이다.) 그러므로 지상주차장이 필요 없도록 차량 출입을 불허하거나, 혹은 근처에 대규모 주차장을 공급하든가 해야 한다. 특히 이런 문제들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 바로 인사동과 같은 구도심 상권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것이, 1층 면적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용객을 더 유입시키겠다는 의도인데, 이용객을 더 유입시키는 대신 차량을 불허하겠다 라는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와 같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건폐율 완화는 정말 특별한 상황, 즉 도시계획적인 이유가 아니라 별도의 규제로 인해 (이를 테면 문화재가 옆에 있든가, 보전관리지역이라든가, 등등) 공공에서 의도치 않게 패널티 준 것을 완화하기 위한 보상적인 요소로만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