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가을 개통한 도카이도 신칸센은 20세기 철도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30년대 도쿄와 오사카 사이에 새로운 160km/h 철도 건설 구상도 있었고, 전쟁에서 패배한 후에도 새 노선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어 왔다.


도카이도선 구간은 당시 일본철도 총연장의 3%에 불과했지만(510km) 화물, 여객 운송량의 25%를 차지할 정도였고, 일본 특유의 대도시 인구 밀집 현상에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주요도시를 오가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일본의 대도시에는 엄청난 인구가 밀집해 살고, 도시 사이 거리도 적절하며, 도시 대부분이 해안평야에 위치해서 철도 사업가에게는 꿈의 땅이었을 것 같다.


당시 일본 국유철도는 기존 단선 궤도를 복복선화 하는 대신 더 빠른 열차만 별도로 운행하는 새 노선을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고속철도의 기본 개념이 탄생했다.


고속철도는 여객 운송을 빠르게 했을 뿐 아니라 운송 능력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별도 노선 개통으로 지선이나 화물 열차에 따른 혼잡을 줄이고 더 집중적인 운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신칸센은 정차역을 최대한 줄이고, 곡선구간을 피하기 위해 고가교와 다리 길이를 크게 늘렸으며 역 대부분을 루프선에 건설해 효율적인 운영에 초점을 맞추었다.


1970년대 두차례의 석유파동으로 값싼 석유의 시대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때 미국은 철도가 개인화된 운송수단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철도 운영 방식 개선에 주저했고, 정부의 보조금과 장기적 노력이 필요한 고속철도 건설에 비교적 뒤처졌다. 현재 암트랙의 연간 이용객은 280만명이라는 적은 숫자에 지나지 않고, 도시간 여객 철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진행된 캘리포니아 고속철도와 텍사스 센트럴 고속철도가 건설중이니 몇년안에 상황은 바뀔수 있다고 본다.


한편 영국은 현재 영업중인 고속철도가 하이스피드밖에 없는데, 80년대에 고속철도 전용 선로를 건설하지 않기로 하면서 틸팅 열차 등 선진 여객 열차를 개발하는 다른 길을 걸었다. 결국 125 하이 스피드 트레인이 채택되었고 이후 빅토리아 시대에도 쓰였던 선로를 달리고 있다.


6~70년대 TGV나 ICE같은 유럽 국가의 고속철도가 출발했고, 유럽 주요 국가들이 고속철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파리-리옹 노선으로 시작된 프랑스의 성공 사례는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들 고속철도는 기술적, 상업적 성공을 거뒀고 특히 TGV는 프랑스를 철도 기술의 발전을 이끄는 주역으로 만들었다.


스페인의 예도 주목할만 하다. 1992년 마드리드-세비야 구간을 개통한 AVE는 기존철도가 광궤인데 반해 고속철도는 표준궤였다는 점을 봐도 기술 상당부분을 프랑스와 독일에서 들여왔다는 것을 알수 있다.


스페인의 고속철도망은 점점 확장되어 2010년대에는 프랑스에 견줄 만큼 성장했고, 가까운 미래에는 90%의 국민이 고속철도에 쉽게 접근할수 있게 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실제 계획과 건설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미 유럽 최대의 고속철도망을 갖춘 나라가 되었다.


어쨌든 신칸센은 운송 비용을 낮추고 석유 수입을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노동 효율, 설비 투자 비용, 에너지 소모에서 큰 폭(300~800%)으로 항공 교통을 앞서는 것으로 봐서는, 일본은 고속철도를 이용한 철도 혁명에 성공했다고 봐도 될것 같다.


철도는 승용차와 트럭에 밀리고, 미국처럼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는 항공기에 자리를 내줬다. 그렇지만 살아남았고, 오늘날 잘나간다는 사실은 철도가 과거의 것인 반면 여전히 탄력적이고 유연하며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속철도뿐 아니라 모든 기술 발전에서 철도는 더 효율적이고 쾌적하고 빨라질 것이다. 비록 수송 분담률은 매우 미미하지만, 개인화된 이동 능력의 단점을 생각해 보면 바뀔수도 있다.


자전거와 버스가 지배적인 도시 교통 수단이고 도시 사이 교통은 열차가 떠맡던 30여년 전의 중국보다 자동차가 뒤덮은 순환도로가 있는 지금의 중국이 무조건 낫다고는 할수 없다.


원유의 시대는 언젠가 끝날 것이며 그 시점이 오면 수송 기술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철도는 곧 교통수단의 중심에 다시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