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77㎞에 이르는 도로망이 마야 초기 문명에 존재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마야문명 사회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어 '인류 최초의 고속도로'에 해당한다는 평가다.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 메소아메리카(멕시코 중부~중앙아메리카 지역)에서 꽃피었던 마야문명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발전한 사회였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마야문명에 '177㎞짜리 인류 최초 고속도로' 있었다"© 제공: 한국일보

과테말라 북부 미라도르-칼라크물 카르스트 분지에 있는 마야문명 유적지. 177㎞ 길이의 둑길이 있던 자리다. '고대 메소아메리카' 보고서 캡처·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리처드 한센 아이다호주립대 인류학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고대 메소아메리카' 저널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실었다. 연구진은 과테말라 북부 미라도르-칼라크물 카르스트 분지에서 마야 유적지 1,683㎢를 확인했다.

가장 눈에 띄는 발견은 유적지 내 마을과 마을을 잇는 총 177㎞ 길이의 둑길이었다. 마야문명에서 일종의 '고속도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센 교수는 둑길에 대해 "세계 최초의 고속도로 시스템"이라며 "놀라운 건 (이 둑길들이) 모든 도시를 마치 거미줄처럼 결합해 서반구 최초의 국가사회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마야문명에 '177㎞짜리 인류 최초 고속도로' 있었다"© 제공: 한국일보

초기 마야문명에 존재했던 177㎞ 길이의 둑길(빨간 점선)을 3D 지도로 표현한 그래픽. '고대 메소아메리카' 보고서 캡처·연합뉴스

이번에 연구진이 살펴본 유적지는 정착지 964곳으로 구성됐다. 이는 다시 상호연결된 도시와 마을 417곳으로 나뉜다. 이들 마을은 여러 겹의 석회암 시멘트를 쌓고, 그 사이를 진흙과 원석의 혼합물로 채워 만든 둑길로 연결돼 있었다. 3~4.5m 크기의 벽돌을 만든 다음 층층이 쌓고 수평을 맞추는 방식인 이집트 피라미드 건설과 유사한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둑길 일부의 경우, 폭 길이가 미식축구 경기장 절반 수준인 40m에 달했다. 둑 윗부분은 하얀 회반죽이 두껍게 펴 발라진 상태였다. "어두운 밤중에도 회반죽에 반사된 달빛으로 시야를 확보하려 한 것"이라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마야문명에 '177㎞짜리 인류 최초 고속도로' 있었다"© 제공: 한국일보

광파를 쏘아 거리 등을 특정해 지형을 정밀하게 그려내는 '라이다' 기술로 2018년 확인한 고대 마야문명 유적지의 3차원 지도. 미국과학진흥회 제공

둑길은 당시 마야문명 사람들의 상호작용과 소통, 지역 간 여행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8년 마야문명 유적지에서 다양한 건축물 6만 개를 발견했던 마르첼로 카누토 미국 툴레인대 중미연구소 인류학 교수는 이같이 설명하면서 "(둑길 건설은) 많은 사람과 대규모 노동력, 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종의 계층 구조가 요구되는 복잡한 작업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그는 "마야 지역에는 짐을 나르는 짐승이 없었다는 점에서, 로마의 경우처럼 '바퀴 달린 탈 것'이 지나다녔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견에는 빛을 쏴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다(LiDAR) 기술이 활용됐다. 라이다 기술은 특히 빽빽한 수풀로 뒤덮인 정글 속에 숨어 있는 유적을 발굴하는 데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2015년부터 초기 마야문명을 탐사하는 데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