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도마뱀, 개구리, 악어 등 중생대 백악기 다양한 동물의 발자국 화석이 최근 경남 진주에서 속속 발견됐다. 혁신도시로 만들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20년째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을 맡아온 이광록 KBS PD는 “혁신도시 아파트 밑에 이런 재미있는 지층이 고스란히 살아있었다”며 “잘 알려지지 않지만, 우리 발밑에서 한반도 생성과 지구의 비밀을 풀 수 있는 무언가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KBS가 5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5부작 다큐멘터리 '히든 어스'는 이렇게 탄생했다.  

 


KBS 5부작 다큐멘터리 '히든 어스'© 제공: 중앙일보

KBS 5부작 다큐멘터리 '히든 어스'


KBS 5부작 다큐멘터리 '히든 어스'© 제공: 중앙일보

KBS 5부작 다큐멘터리 '히든 어스'

 

'히든 어스'는 한반도의 30억년 역사를 시간순에 따라 파노라마로 보여준다. 시생대부터 신생대까지, 모든 시대의 암석들을 간직한 '지질박물관' 한반도에서 벌어진 주요 사건들을 다룬다. 지각 변동부터 공룡이 살던 백악기를 거쳐 인류의 등장, 화산 폭발 등이다. 

  

이 PD는 22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우리가 나고 자란 곳을 알게 되면 (살고 있는) 이곳이 더 흥미롭게 다가오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로 출장을 갔다 와서 서울에 오면 느낌이 다르고, 환갑이 넘어 관악산에 올라가 보니 갑자기 눈물이 난다는 분도 있다"며 "우리가 (미국) 그랜드캐니언 스케일에 압도돼 감동하는 것 못지않게 동네 뒷산, 백령도, 설악산 등 우리 땅에도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에 해설자로 출연한 지질학자 우경식 교수는 "우리나라는 조그만 땅덩어리지만, 호주, 미국, 중국보다 암석 종류가 다양하고, 지질 유산으로서 가치도 높다"며 "이번 다큐멘터리가 우리 지질 유산을 홍보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S 5부작 다큐멘터리 '히든 어스'의 제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이광록 PD, 우경식 교수, 이명희·최석문 암벽등반가.© 제공: 중앙일보

KBS 5부작 다큐멘터리 '히든 어스'의 제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이광록 PD, 우경식 교수, 이명희·최석문 암벽등반가.

 

기획부터 제작까지는 2년이라는 시간과 약 14억 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국내는 물론 호주·아이슬란드 등 100곳 이상을 돌아다니며 취재했다. 이 PD는 “인간의 수명이 짧아 지구에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암석과 우주의 시간은 변화무쌍하다”고 말했다. 

 

움직이지 않는 암석을 영상으로 풀어내고 한반도의 장구한 역사를 소화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소재이기 때문에 연출의 장치 없이는 시청자를 설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연출 장치들을 고민한 끝에 국내 방송 최초로 8K 초고화질 카메라로 제작했다. 선명하고 광활한 풍경을 입체적으로 담았다. 또 현장 촬영본에 다양한 그래픽을 덧입혀 이해도를 높였다.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는 삼엽충 화석이 그래픽으로 살아나 움직이는 모습, 시뻘건 마그마가 폭발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다큐멘터리는 1부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2부 '적도에서 온 테라로사', 3부 '공룡의 발걸음으로', 4부 '화산비 내리던 밤', 5부 '서울의 탄생'으로 구성됐다. 다음 달 2일 밤 10시 첫 방송된다.

어환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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