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가 여성에 대한 교육 여부로 분열하고 있다고 영국 더타임스 등 외신들이 지난 2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 1월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여성 고등교육 금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조선일보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일부 아프간 장관들이 여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최고지도자와 갈등하고 있다. 탈레반은 2021년 카불 탈환 이후 아프간 여학생들의 중고교, 대학 교육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자 일부 장관들은 자신의 딸들을 인근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 등으로 유학 보내며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탈레반 1차 집권기(1996~2001년)와 달리 이번 2기 탈레반 정부에는 해외 경험이 있는 실용주의자들이 대거 포진, 아쿤드자다 최고지도자의 폐쇄 정책에 대한 반발이 커졌다. 시라주딘 하카니 탈레반 내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신학대학 졸업식에서 “권력을 독점하고 체제 평판을 해치는 일은 우리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탈레반 창설자 물라 오마르의 아들 물라 야쿠브 국방부 장관도 16일 “(정부는)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슬람교 지도자인 마울비 압둘 하미드도 최근 예배에서 “여성 교육권을 차단하는 것은 기도를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프간의 일부 지역에서는 비밀리에 운영되는 여학생 전용 학교에 대해 못 본 체하는 관리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쿤드자다는 여전히 여성 교육 금지 등 폐쇄적인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재집권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물론, 장관들과도 대면하지 않으며 완고한 정책을 펴고 있다. 아쿤드자다는 “세계에서 가장 은둔적인 국가원수”로 꼽힌다. 파키스탄 언론인 아르샤드 유수프자이는 아쿤드자다가 “아직도 1400년 전 세상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 박해 등을 이유로 국제사회가 원조를 끊는데도 “알라(이슬람 유일신)가 도울 것”이라고 말하는 등 정무 감각이 없다는 것이다. 더타임스는 “(탈레반의) 분열이 (여성 교육 허용 등) 실제 변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는 적다”면서도 “‘조용한 저항’이 가져올 한 줄기 희망이 감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