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에스코리알 El Escorial

 마드리드에서 약 50km정도 떨어진 소도시, 아토차역에서 4~50분 소요.

 1557년 생캥탱 전투(이탈리아 지배권을 둘러싸고 프랑스와 벌어진 전투. 펠리페 2세가 프랑스의 앙리 2세를 격파하고 1559년 카토캉브레지 강화 조약에 따라 나폴리를 점유함.)에서 프랑스군을 격파한 펠리페 2세는 그 승리를 기념하여 거대한 궁전 겸 수도원을 짓기 시작함. 1563년부터 짓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약 2600개의 창과 1200개의 문, 중정을 무려 16개나 짓는 대공사를 거쳐 21년 뒤에 완성됨. 높이 95m의 원형 지붕이 있는 성당을 중심으로 오른쪽이 수도원, 왼쪽이 왕궁임. 이 궁전의 이름이 바로 에스코리알 궁전 Real Palacio del Escorial.

 입구로 들어서면 우선 '제왕들의 파티오'라는 중정이 나옴. 그 안쪽은 성당인데 내부는 넓고, 천장은 프레스코화로 장식되어 있음. 중앙에는 높이가 30m나 되는 거대한 제단 장식이 있는데, 이 궁전을 지은 후안 데 에레라의 작품임. 

 왕궁에서는 각 방에 걸린 태피스트리 장식이 압권인데, 대개는 플랑드르에서 제작한 작품이고 고야가 밑그림을 그린 작품도 있으니 꼭 찾아 보도록 하자. 왕궁 내부는 당시 스페인 제국의 영광에 걸맞게 화려함. 4층에 있는 보르본 왕가 궁전은 그 가구나 장식품이 호화로운 반면 펠리페 2세의 거실은 검소한 일벌레 성격을 드러내듯 수수한 편. 지하에는 카를로스 1세(카를 5세) 이후 대부분 스페인 국왕이 잠들어 있는 왕실의 영묘가 있음.

 내가 갔을 때는 시간이 없어서 미술관은 설명만 듣고 들어가보지는 못했음. 대부분 종교화인데 베로네세, 틴토레토, 리베라 등의 화가가 그린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고 함. 수도원 쪽에도 엘 그레코나 벨라스케스, 티치아노 등의 수작들이 다수 있다고 하는데 다시 가볼 기회가 없더라...


아란후에스 Aranjuez

 마드리드 아토차역에서 약 45분 소요. 도시 전체가왕실의 여름 별궁으로 조성된 곳으로 타호 강을 끼고 있는 소도시라고 함. 개인적으로 여긴 왕궁과 정원밖에는 볼게 없는 도시인데(반나절이면 다 봄), 동네가 조용해서 산책하기 좋았음.

 여기 왕궁도 16세기 중반에 펠리페 2세가 짓기 시작했는데 18세기 후반 카를로스 3세 때 완성됨. 철도역에서 걸어서 10분정도 거리에 있는데 여길 간다면 도자기 방이랑 흡연실은 보기 바람. 도자기 방은 하얀 타일에 식물과 동물, 생활 모습? 등이 그려져 있는데 화려해서 볼만하고, 흡연실은 알람브라 궁전에 있는 방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실제로 복제한 거라고 함...

  왕궁에서 5분정도 걸으면 '왕자의 정원'이라는 광대한 정원이 나오는데 한 1km는 될듯 했음. 여기서 강을 따라 걸으면 옛날 왕족들이 뱃놀이를 즐겼다는 '뱃놀이 집'이라는 박물관에 도착하고, 거기서 그냥 나와서 큰길을 따라 15분 정도 걸어가면 '농부의 집'이라는 소궁전이 나옴. 내부는 이름과는 영 딴판으로 아주 사치스러움. 혁명과 전쟁의 시대에 재위했다가 쫓겨난 카를로스 4세가 지은 궁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인민의 고혈을 빨아 지은듯한(...) 느낌도 받음.


알칼라 데 에나레스 Alcalá de Henares

 마드리드 주 제 2의 도시로 아토차역에서 40분 정도 걸렸음. 버스 타고 가는 시간이랑 비슷하니 참고. 로마 시대로 거슬러온 도시로 아랍인이 지배했다는데 그런건 알기 싫다(...)

 산 일데폰소 대학이 이 지역에 있는데 교사에서 역사의 무게를 느낄수 있음. 정면의 장식은 16세기 중반 작, 내부의 중정은 17세기 중반 양식, 더 안으로 들어가서 나타나는 회랑은 17세기 후반에 지어졌다고 함. 이 대학이 지어진 후로 발전을 거듭해 40개 대학이  자리잡게 되었고, 이후에 그 대학들은 상당수 이전했지만 1998년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됨.

 그리고 대문호 세르반테스가 이 도시에서 태어난 것으로 유명한데, 관광 명소가 집중되어 있는 세르반테스 광장 주변에 세르반테스 시대를 재현한 집이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으니 돈 키호테를 읽었다면 한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음. 세르반테스가 말년을 보냈던 바야돌리드와 경쟁하는건지 이 도시도 세르반테스 마케팅을 엄청 했던듯한 기억이...

 세계에 두개뿐인 '마히스트랄' 대성당이나 콜럼버스가 이사벨 1세를 처음 알현한 대주교관, 스페인 최대의 돔 건축이 있는 산 베르나르도 수도원도 역과 광장에서 멀지 않은곳에 모여있음.


다음 편에서는...

라만차 지역의 돈 키호테 로드 투어(이런 투어가 있다는게 신기해서 한번 해봤는데 엄청 더웠던 기억밖에 안나더라. 차타고 돌아다녀서 시간도 오래걸리고 웬만한 팬이 아닌 이상 별 재미 없음.) 

마드리드에서 기차타고 1시간 이상 걸리는 소도시(세고비아, 아빌라, 바야돌리드, 친촌, 쿠엥카, 테루엘 등등)


하 언제 다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