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5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의 <비비시> 사무실 앞에서 인도-티베트 국경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뉴델리/AFP 연합뉴스© 제공: 한겨레
인도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전제조건© 제공: 한겨레

[전명윤의 환상타파] 전명윤 | 아시아 역사문화 탐구자

2022년은 인도에 있어 최고의 해였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비교적 성공적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해 정부행정의 신뢰를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인도에 의구심을 보내던 많은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미국 다우와 나스닥 등 전 세계 증시가 폭락했던 2022년 인도는 홀로 빨간불을 켰다. 2021~22년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848억4천만 달러로 최고기록을 경신했고, 2022년 인도 국내총생산(GDP)은 식민모국이었던 영국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또 7% 경제성장을 달성해 코로나19 여파로 3%에 그쳤던 중국을 가볍게 따돌리며 새로운 세계의 성장엔진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과시했다. 그로 인해 올해 전세계 언론에 인도 관련 기사가 크게 늘었으며, 한국에서도 인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하지만 위기의 징후 또한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얼마 전 인도정부는 (BBC) 인도지사를 상대로 강도 높은 방문조사를 했다.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과 세금포탈 혐의가 공식적인 이유였지만, 공교롭게도 이 조사는 모디 총리가 2002년 구자라트주에서 벌어진 힌두에 의한 무슬림 학살 사건에 상당한 책임이 있으며 모디 총리 집권 이후 무슬림을 2등 시민으로 격하시키기 위한 인도정부의 정책과 비공식적인 폭력행위 등을 조명한 다큐를

가 방영한 직후 이뤄졌다.

인도정부는 이 다큐멘터리에 무척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무려 통신법상 긴급검열권을 최초로 발동해 인도 내에서 어떤 성격의 상영도 막았으며, 학내 상영에도 공권력을 투입했다. 이런 수준의 전 국가적 검열은 지도자 심기경호가 절대 명제인 권위주의적 정권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도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던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추방당하다시피 했고, 긴급구호·국제개발 비정부기구(NGO)인 옥스팜 또한 제재를 받았다. 비판적인 텔레비전(TV) 매체인 NDTV는 모디 총리와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믿어지는 신흥재벌 아다니에 의해 적대적 입수합병을 당했다.

인도정부의 이런 거침없는 일탈의 배경 중 하나는 인도가 이제는 세계경제를 견인하는 시장으로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됐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놓치는 부분이 있다. 현재의 빛나는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인도가 가지는 지정학적 중요성, 즉 대외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사태, 시진핑 연임을 거치면서 커진 중국의 예측 불가능성은 시장의 많은 우려를 만들어냈다. 아시아·태평양이란 전략개념이 인도·태평양으로 확장되고, 쿼드가 만들어지는 이면에는 인도를 성장시켜 아시아를 중국과 인도라는 양대 축으로 전환해 지역 균형을 맞추겠다는 미국 등의 의지가 개입돼 있다.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인도의 현실도 여전히 불편하다. 도로망은 이제야 쓸만한 자동차 전용도로가 갖춰지는 중이고, 공장 하나 지으려 해도 부지 확보를 위해 중앙정부부터 지방정부, 심지어 최말단인 지역의회인 판차야트까지 설득할 대상이 무궁무진하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조차 장담할 수 없다.

최근 모디 총리와 특수관계로 알려진 인도 3위의 신흥재벌 아다니그룹의 회계 조작, 내부거래 및 탈세 혐의가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에 의해 지적됐다. 원체 정경유착 의혹이 많던 기업이었고 편법적 요소가 많았지만, 인도 정치권은 외세에 의한 인도 기업 공격으로 규정하고 이를 민족주의 문제로 전환해 건설적 논의가 증발됐다.

2023년에도 인도가 보이는 모습은 이렇다. 최근 인도는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가장 큰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인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떠오르고 미·중 갈등 격화라는 대외적 요인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단계는 인도가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이다. 세계는 그 광활한 시장이 국제적 기준과 보편적 상식에 입각한 민주주의를 갖추길 바란다. 모쪼록 인도의 세기가 활짝 열리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