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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유물 반환 법적 근거 마련해 올해 협상 돌입 민주콩고·르완다·부룬디 등 옛 식민지와 협의 중

'루바 마스크'© 제공: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벨기에가 식민 역사를 청산하고 아프리카와의 관계에서 새로운 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뗐다고 17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는 최근 콩고민주공화국(민주 콩고)과 르완다, 부룬디 등 중앙아프리카 국가들과 약탈 유물 수만점을 본국에 반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물 반환은 벨기에 브뤼셀 인근 테르뷰렌시에 위치한 중앙아프리카왕립박물관(RMCA) 소장 목록 8만4천여점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RMCA는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가 1885년부터 1908년까지 사유 영지로 식민 통치한 '콩고자유국'의 전시장으로서 1910년 개관했다.

레오폴드 2세 지배 당시 콩고자유국에서는 대량 학살과 고문, 강제노동 등이 자행됐으며 인구 절반 이상인 1천만명이 죽거나 살해당했다. 이는 역사상 가장 잔혹한 '반인륜적 범죄'로 악명이 높다.

유물 반환은 올봄 임기를 시작하는 말리 주재 유럽연합(EU) 대사 바트 오브리를 RMCA 관장이 주도할 예정이다.

오브리는 "'탈식민지화'는 유물 반환뿐 아니라 머릿속에서 해야 하는 일"이라며 "역사와 과거를 다루는 방식이자 일종의 화해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은키시 은콘데 동상© 제공: 연합뉴스

앞서 벨기에 의회는 작년 여름 벨기에의 식민 역사와 관련된 자산이 양도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유물 반환의 법적 틀을 갖추기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법안이 통과하기 직전 벨기에는 콩고민주공화국 독립 영웅 파트리스 루뭄바의 금니를 반환하며 '탈식민지화'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오브리의 임기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논의 선상에 오를 유물은 3점이라고 더타임스는 전망했다.

그중 하나는 1884년 벨기에 식민군 사령관에 살해당한 콩고 수장의 두개골로 현재 벨기에 왕실 자연과학연구소에서 소장하고 있다.

나머지 두점은 RMCA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시품 중 하나인 '루바 마스크'와 1878년 약탈한 '은키시 은콘데' 동상이다.

오브리는 유물 반환 과정을 과학적 엄밀함과 연구를 기반으로 한 역사적 노력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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