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城)에 대해 뭘 써볼까 하다가 지난번에 이스탄불 부근에 대해서 썼으니까 그 주변에 대해 써보려 합니다. 오늘 소개할 성은 오스만 제국의 루멜리 히사르(Rumeli Hisari)입니다.

이스탄불의 위치를 지도에서 볼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어떻게 저곳에 도시를 세울 생각을 했을지 감탄만 나오는 위치입니다. 흑해의 입구를 절묘하게 틀어막는 동시에 아나톨리아-아시아-와 발칸-유럽-의 가교역을 할 수 있는 위치라니요. 당시까지만 해도 별 볼일 없는 어촌에 천년 제국의 수도를 만들 생각을 한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안목이 대단하기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곳으로 천도한 것이 대제의 최고의 업적이라고 전 생각합니다(기독교인 분들은 생각이 다르시겠지만요).

여튼 대제가 수도를 옮긴 이후 비잔티움이라는 이름의 작은 도시는 그의 이름을 따 콘스탄티노폴리스라고 이름을 바꾸게 됩니다. 노바 로마, 즉 새로운 로마라고 불리기도 하고요. 이후 제국은 번영을 거듭해 5세기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때에 이르면 과거 전성기 로마제국의 영토를 거의 회복합니다. 


로마제국의 최전성기

동로마 제국의 최전성기
 
하지만 전성기를 한 번 찍은 나라는 그 뒤로 쭉 내리막길을 걷는 법. 약 천 년이 지나자 저 강대했던 나라는 

뭐야 시발 내 땅 어디갔어

이렇게 쪼그라듭니다. 여튼 이때 껍데기만 남은 비잔티움-그냥 콘스탄티노폴리스-를 호시탐탐 노리던 것이 아나톨리아의 떠오르는 강자 오스만이었습니다. 

당시 오스만의 군주는 젊은 술탄 메흐메트 2세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통치할 동안 희미하게 남은 동로마의 숨통을 끊어버리기를 원했습니다. 그는 콘스탄티노플을 삼키기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해 나갔고, 그 준비의 알파이자 오메가가 바로 루멜리 히사르입니다.


선을 그은 안쪽이 과거 콘스탄티노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 표시된 곳이 루멜리 히사르의 위치이고요.

루멜리 히사르는 '유럽의 성'이라는 뜻이지만, 그 이름보다는 '목구멍의 칼날'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립니다. 첨언하면, 루멜리 히사르 이전에도 이미 요새가 하나 지어졌습니다.


 
아나돌루 히사르. 아시아의 성이라는 뜻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기 사이가 굉장히 좁습니다. 아래 1km와 비교해보세요. 오스만은 저 위치에 요새를 짓고 대포를 배치해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선박을 검문하게 했습니다. 불응하면? 뭐가 문제입니까. 대포 쾅 하고 박아주면 되는걸.


이렇게 보스포루스를 틀어막아 저곳을 들락날락하던 베네치아, 제노바는 상행에 지장이 생겼고, 동로마는 그나마 남아있던 봉신국의 지원을 바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1453년 동로마는 길었던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보스포루스를 장악한 오스만은 그 이후 꽤 잘나갔습니다. 당장 위치를 보세요. 동방무역을 독점하기 딱 좋은 위치 아닙니까? 지중해에 세력 투사하기도 좋고요. 물론 이건 얘들이 글로벌 호구되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19세기부터는 애들도 영 맛이 가는 바람에 부동항+지중해 진출을 원하던 러시아와 주구장창 싸우게 됩니다. 얘들은 러시아의 진출을 원치 않던 영국과 프랑스의 도움으로 간신히 버팁니다. 뭐 이건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 나라 이름이 바뀐 걸 빼면 말이죠. 여튼 콘스탄티누스 대제와 메흐메트 2세의 안목에 감탄하며 마칩니다. 






p.s. 성교육에 혹해서 들어오신 분들은 반성하세요. 순수한 도지챈에서 무슨 상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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