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근 기자별 스토리

나이로 치면 46억 살인 지구 역사는 선캄브리아대(약 45억6000만년~5억8000만년 전), 고생대(약 5억8000만년~2억2500만년 전), 중생대(약 2억5000만년~6500만년 전), 신생대(약 6500만년 전~현재)로 구분한다. 신생대의 세(世)는 7개로 나누는데 가장 최근이 지난 1만여년의 ‘홀로세(Holocene)’다.

하와이에서 발견된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플라스틱 암석)’/KABK© 제공: 조선일보

홀로세 다음으로 지질학계가 공식화를 논의중인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는 노벨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 박사가 인류가 지구에 끼친 영향이 너무 큰 현재 지질시대를 별도로 부르자며 내놓은 말이다. 인류가 지구 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킨 시대를, 자연적으로 생성된 지질 연대와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계에서는 핵실험, 대기·수질·토양 오염, 지구 온난화 등이 지구에 흔적을 본격적으로 남기기 시작한 20세기 중반(1950년)을 인류세의 시작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인류세를 공식적인 지질시대로 인정할지 여부는 올해 상반기 중 결정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브라질의 한 섬에서 플라스틱과 화산암 등이 뒤엉켜 형태가 바뀐 암석이 발견돼 ‘인류세의 근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USA투데이는 18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을 인용해 브라질의 화산섬 트린다지에서 플라스틱이 녹아 다른 자연물들과 결합한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plastiglomerates·플라스틱 암석)’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바다를 떠다니다 해변으로 쓸려온 폐플라스틱이 녹아 돌멩이 등과 결합한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는 인류세의 지표로 부각되고 있다. 이전 지질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인류세를 대표하는 화석으로 남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트린다지의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를 분석한 브라질 파라나연방대 연구진에 따르면, 성분 대부분이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진 어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갈이나 조약돌과 비슷한 모양으로 변형된 파이로플라스틱(pyroplastic)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폐플라스틱이 암석 형성으로 이어진 점은, 이전에는 자연적 현상으로 여겨졌던 현상에 인류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라며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등 오염물질이 지구의 지질학적 물질이 되고 있다”고 했다.

플라스틱 암석은 이전에도 환경오염과 맞물려 논란이 됐다. 앞서 2014년 하와이에서는 폐플라스틱과 모래 등이 융합된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가 발견됐고, 2019년 영국에선 파이로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최근에는 지구 해양에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171조개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에 발표돼 해양 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 논문은 국제적으로 특별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미세 플라스틱의 바다 유입량이 2040년에는 약 2.6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브라질의 섬에서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를 발견했다는 브라질 파라나연방대 연구진의 지난해 논문이 이번에 다시 학계 안팎에서 주목받으면서 인류세를 공식화자는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