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가 주요 명소의 나무들을 잇따라 무차별하게 잘라 시민들이 당황하며 반발하고 있다.

전주시가 최근 전주천변과 삼천변에 있던 버드나무 수백그루를 벌목,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은 전주천 남천교 인근 밑동만 남은 버드나무. 전북환경운동엽합 제공.© Copyright@국민일보

29일 전주시에 따르면 시는 이달 초부터 전주천변과 삼천변에 있던 버드나무 수백그루를 벌목했다. 하천의 통수 면적을 확보해 홍수를 예방하겠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시는 수변에 있는 억새군락도 갈아 밀었다. 여기엔 다른 꽃밭을 만들겠다며 이랑을 만들고 있다.

이에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와 전주시의원들은 29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년 전주의 상징, 전주천과 삼천의 버드나무 무차별 벌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주천과 삼천, 물길 가장자리에 자연적으로 뿌리를 내린 버드나무와 억새군락은 자연성을 회복한 전주천의 선물”이라며 “그러나 시는 전주생태하천협의회나 환경단체와 아무런 협의도 이 무분별하게 벌목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천의 준설과 자생수목의 벌목을 모두 반대하지 않는다”며 “사전에 정확한 조사와 분석, 전문가 자문과 환경단체 협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29일 찾아본 전주한옥마을 남천교 인근 전주천변 모습. 왼편에 있던 버드나무들은 모두 베어져 사라졌고 오른편에 있는 30여 그루만이 시민들의 항의 덕분에 살아남아 외롭게 서 있다.© Copyright@국민일보

이날 환경단체들과 돌아본 남천교 앞 전주천에는 북쪽편에 있던 버드나무들이 모두 사라진 채 밑동만 보이고 있었다. 시민들의 항의 덕분에 남쪽편 30여 그루만 벌목작업이 중단되고 살아남아 외롭게 서 있는 상태였다.

버드나무 주변에는 시민들이 쓴 광목천에 쓴 항의문 수십 개가 줄지어 놓여져 있었다. 각 천에는 ‘버드나무는 전주천의 지킴이입니다’ ‘나무는 서 있는 사람입니다’ ‘시민의 의견을 들어보세요. 그후에 정책을 시행하세요’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와 관련 시민 20여명은 지난 27일 전주시청을 찾아가 시위를 갖고 전주시의 행정을 성토했다.

앞서 전주시는 지난 1월11일에도 한옥마을내 오목대숲에 있는 아름드리 상수리나무와 느티나무 40여그루를 갑작스럽게 베어나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시는 이튿날 현장설명회를 갖고 경관 개선을 위해 일부 나무를 벌목했다며 앞으로 목재 데크와 난간을 설치하고 나무를 벤 자리에는 배롱나무 35그루와 목수국 400주를 심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시는 “오목대라는 이름이 오동나무가 많은 언덕을 뜻하는 만큼 그 취지에 맞는 공간을 조성하라는 문화재위원회 권고가 있었다”며 “다만 현재는 오동나무 수급이 어려워 우선 비교적 높이가 낮은 수목 위주로 식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11월 남천교에서 바라본 전주천 모습. 양편에 버드나무들이 운치있게 서 있다. 그러나 최근 전주시의 벌목 작업으로 오른편에 있던 버드나무들이 모두 베어져 사라졌다.© Copyright@국민일보

그러나 환경단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관광객 편의와 조망 효과를 높인다는 이유로 콘크리트를 바르고 대규모로 나무를 베는 것은 제 살을 깎아 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글·사진 전주=김용권 기자 [email protected]


전주시는 지난 1월 경관 개선 등을 이유로 한옥마을내 오목대숲에 있는 아름드리 상수리나무와 느티나무 40여그루를 베어냈다. 사진은 당시 밑동만 남은 나무.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Copyright@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