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도시 인구는 Major Agglomerations of the World (citypopulation.de)을 참조하였음. 행정구역이 아닌 도시권 기준.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거주하고 있는 남아시아는 대체로 도시화율이 낮은 지역이지만(2021년 기준 35%), 그럼에도 최근 들어 빠른 속도의 도시화를 겪으면서 중국·미국과 더불어 가장 많은 대도시가 위치한 지역. 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델리와 뭄바이, 다카 등의 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를 논하자면 반드시 손꼽히는 곳들이고, 그보다 인지도가 덜한 카라치·콜카타·라호르 등도 세계의 웬만한 메가시티들은 뛰어넘는 규모. 다만 빠른 도시화로 인한 인프라 부족 및 환경 오염 등의 문제도 남아시아 도시들에서 두드러지긴 하는 듯.

카트만두 Kathmandu (사진)

인구 3,075,000명. 사실 인구순으로 나열하면 좀더 큰 도시들이 있긴 한데 네팔의 수도라 넣어봄. 히말라야 산맥에 둘러싸인 해발 1,400m의 분지(일명 네팔 계곡)에 위치한 도시로, 바그마티강이 분지 북쪽에서 흘러나와 도시를 관통함. 계곡은 예로부터 여러 왕조의 중심지였는데, 18세기 구르카족이 네팔을 통일하면서 네팔 왕국의 수도가 되었고 오늘까지 네팔의 정치·경제·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음. 

나그푸르 Nagpur (사진)

인구 3,450,000명. 인도의 거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는 도시. 1702년 세워져 마라타 제국을 구성한 나그푸르 왕국의 수도가 되었으며, 영국령 시절에도 인도 중부의 중심지 역할을 하다가 독립 이후 마하라슈트라주의 겨울 주도가 되었다고. 종교적으로는 힌두 민족주의 운동인 RSS의 본거지인 동시에 암베드카르가 주도한 달리트 불교 운동의 발상지라는 상반된 상징성을 가지고 있음. 특산물로는 오렌지가 유명하다고.

인도르 Indore (사진)

인구 3,525,000명. 인도 중부에 위치한 마디아프라데시주 제1의 도시. 델리와 남부 데칸고원을 잇는 무역 중심지로 형성된 도시로, 나그푸르처럼 18세기 마라타 제국을 구성한 홀카르 왕조의 중심지였던 곳. 훌카르 왕조는 영국령 시대에도 토후국으로 남아 있어 인도르는 수도 역할을 계속했지만, 인도 독립 이후 마디아프라데시의 주도는 보팔이 맡게 됨. 지금은 주에서 서비스 및 교육의 중심지라고.

칸푸르 Kanpur (사진)

인구 3,600,000명. 북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에 위치한 갠지스강과 맞닿아 있는 도시. 도시는 13세기 세워졌으며, 1870년대 영국인도공사에 의해 랄 임리(Lal Imli)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인도 최초의 모직물 공장이 들어서면서 공업도시로 성장한 곳이라고. 현재도 섬유, 피혁, 화학 등의 산업이 발달한 산업도시라고 함.

이슬라마바드 Islamabad & 라왈핀디 Rawalpindi (사진)

인구 3,725,000명. 파키스탄의 수도로, 이 글에 나오는 도시들 중 가장 북쪽(33°41′N: 제주시보다 북쪽임)에 위치함. 보시다시피 북쪽의 계획도시인 이슬라마바드와 남쪽의 라왈핀디가 쌍둥이 도시를 이룸. 라왈핀디는 18세기 시크 제국의 주요도시로 기후가 온화해 영국군의 북인도 사령부가 들어서면서 군사도시로 성장하였고, 파키스탄 독립 이후 60년대 이슬라마바드 신도시가 건설되어 신생국의 수도가 되었음.

파이살라바드 Faisalabad (사진)

인구 3,950,000명. 파키스탄 북부 펀자브 지방에 위치한 도시. 의외로 역사가 짧은 계획도시로 1892년 펀자브 서부의 사막을 개간하기 위한 전진 기지로 세워졌고, 원래 도시 이름은 제임스 라이얼 펀자브 부지사의 이름을 딴 라이얼푸르(Lyallpur)였음. 이후 도시는 대도시로 발전하였고, 교통이 편리해 섬유 산업이 발달하였다고. 1977년 도시의 이름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이름을 딴 파이살라바드로 개칭됨.

러크나우 Lucknow (사진)

인구 4,000,000명. 갠지스강의 지류인 곰티 강변에 위치한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도시. 북인도 아와드 지방의 역사적 중심지로, 18세기에는 무굴로부터 독립한 아와드 태수령의 수도이기도 하였음. 이후 1921년 연합주의 주도가 되었다가 인도 독립 이후 연합주가 우타르프라데시로 바뀐 이후로도 주도 역할을 하고 있음.

자이푸르 Jaipur (사진)

인구 4,275,000명. 아라발리산맥 기슭에 자리잡은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의 주도. 18세기 암베르의 국왕 자이 싱이 새로운 수도로 삼고자 건설한 계획도시로, 인도 독립 이후 라자스탄주가 형성된 이후에도 주도이자 최대도시 역할을 하고 있음. 하와마할 궁전과 교외의 암베르 요새를 비롯해 역사적 건축물이 많아서 인도의 주요 관광지로, 도시에 분홍색으로 칠해진 건물들이 많아 핑크 시티란 별명을 가지고도 있다고.

치타공 Chittagong (사진)

인구 4,650,000명. 방글라데시 동남부에 있는 항구도시이자 제2의 도시로, 벵골만으로 흘러드는 치타공강 하구에 위치함. 역사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유서깊은 항구로, 특히 중동과의 교역이 많이 이루어졌다고 함. 근대에는 포르투갈과 영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지금은 방글라데시 최대의 항구로 국제 무역의 80%를 담당하고 있다고.

콜롬보 Colombo (사진)

인구 4,900,000명. 스리랑카의 최대도시로, 수도는 1985년 코테로 천도했지만 같은 도시권 내라 실질적으론 수도 역할도 한다고 봐도 될 듯. 천연 항구가 있어 예로부터 도시가 형성되었으며, 16세기 이후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영국이 연달아 요새를 차지했음. 이후 1815년 섬 전체가 식민지가 되면서 콜롬보는 섬의 중심지가 되었음. 현재까지도 스리랑카에서 수위도시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도시.

수라트 Surat (사진)

인구 7,450,000명. 인도 서해안으로 흘러드는 타프티강 하구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행정적으로는 구자라트주에 위치함. 이곳도 예로부터 항구가 형성된 곳으로, 특히 무굴 제국 시대에는 제국에서 가장 번영한 항구였다고 함. 18세기 이후 봄베이가 부상하면서 수라트는 쇠퇴하였으나 19세기 철도가 개통되고 산업이 발달하면서 다시 성장하였다고. 현대에는 특히 다이아몬드 커팅·연마 산업으로 유명한 도시.

푸네 Pune (사진)

인구 7,550,000명.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제2의 도시로, 데칸고원 서쪽의 산악지대에 위치해 있음. 8세기에 세워진 도시는 18세기 마라타 제국의 페슈와(총리)가 소재해 정치적 중심지로 발전했다고. SPPU를 비롯해 유명한 교육기관이 많이 위치한 도시라고 하며, IT 및 자동차 등의 산업이 발달해 있다고 함. 양적으로 세계 최대의 백신 제조사인 SII가 이곳 소재라고.

아마다바드 Ahmedabad (사진)

인구 9,300,000명.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의 최대 도시. 도시는 사바르마티강을 끼고 있는데 역사적 건물이 많은 구시가지는 강 동쪽에 위치함. 도시는 15세기 구자라트의 술탄 아마드 샤에 의해 세워졌고, 구자라트를 비롯한 인도 서부 지역이 세계적인 규모의 면화 산지인 연유로 일찍이 섬유 산업이 발달했다고 함.

하이데라바드 Hyderabad (사진)

인구 11,100,000명. 인도 남부 데칸고원에 위치한 도시로 텔랑가나주의 주도. 1591년 골콘다 술탄국의 수도로 지어진 도시는 18세기부터 1948년까지 이슬람계 하이데라바드 니잠국의 수도로 독특한 문화를 발달시켰다고. 전통적으로 진주와 다이아몬드로 유명한 도시였다면 현대에는 교육 기관들이 밀집해 의료 및 IT산업이 발달한 도시라고.

첸나이 Chennai (사진)

인구 12,200,000명. 벵골만에 접해 있는 항구도시로, 옛 이름인 마드라스(Madras)로도 알려진 인도 최남단 타밀나두주의 주도. 원래 어촌 마을이었던 이곳에 도시가 세워진 것은 17세기 동인도 회사가 세인트조지 요새를 세우면서로, 이후 남인도의 영국군 기지이자 행정 중심지가 되었음.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도시로 우리나라 현대자동차도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곳.

벵갈루루 Bengaluru (사진)

인구 13,700,000명. 데칸고원의 해발 900m 고지대에 위치한 도시로, 방갈로르(Bangalore)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남인도 카르나타카주의 주도. 16세기에 세워진 도시는 원래 주요 도시는 아니었으나 19세기 영국인들이 기후가 좋은 이곳을 행정 중심지로 삼으면서 발달하였다고. 쾌적한 기후와 더불어 ‘인도의 실리콘밸리’라는 별명에서 드러나듯 IT·항공우주 산업이 발달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음.

라호르 Lahore (사진)

인구 14,400,000명. 파키스탄 북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펀자브주의 주도. 중세 때부터 북인도의 여러 이슬람 제국들이 수도로 삼았던 대도시로, 특히 무굴 제국 시기엔 제국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로 번성했다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도-파키스탄 분할 이후 양국 경계에 거의 붙어 있던 라호르는 타격이 컸다고도 하더라. 현재는 파키스탄에서 카라치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

콜카타 Kolkata (사진)

인구 17,400,000명. 캘커타(Calcutta)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서벵골주의 주도로, 갠지스강 삼각주에 위치한 항구도시. 원래 평범한 어촌이었으나 영국 동인도 회사의 상관이 세워지면서 발전하였고, 1911년까지 영국령 인도의 중심지로서 인도 최대의 도시가 되었음. 그러나 이후론 수도 역할 상실 및 방글라데시 분리 등으로 인해 위상이 하락하였다고. 어쨌든 근대 이후 문화·예술·학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룬 곳.

카라치 Karachi (사진)

인구 19,100,000명. 파키스탄 남서부 신드주의 주도로, 파키스탄 제1의 도시. 18세기 세워진 도시는 영국 지배기 동안 농산물을 수출하는 항구로 성장했고, 파키스탄 독립 이후 임시 수도가 되면서 인도에서 이주해온 무슬림의 정착으로 인구가 급증하였음. 1980년대 이후 파키스탄의 침체 및 정치 혼란에도 카라치는 파키스탄의 경제적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고,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도시임.

다카 Dhaka (사진)

인구 21,300,000명. 갠지스강 삼각주에 위치한 방글라데시 최대의 도시이자 수도. 도시는 17세기 세워졌으며, 무굴 제국에 의해 새롭게 벵골 지방의 중심지로 선택되어 직물공업이 성한 대도시가 되었다고. 영국 지배기엔 영국산 면직물이 들어오면서 도시는 쇠락했으나, 20세기 초 벵골 분할 이후 다시 행정 중심지가 되어 발전하였음. 여담으로 세계의 메가시티 중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곳으로 알려진 곳(#).

뭄바이 Mumbai (사진)

인구 26,600,000명. 봄베이(Bombay)란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의 주도로, 인도의 대표적 경제도시. 원래 앞바다에 떠있는 작은 섬들이었던 뭄바이는 1687년 영국 동인도 회사의 본거지가 되었고, 18~19세기 동안 간척 사업을 거쳐 해안 요새는 인도의 대표적 항구도시로 변모하였음. 현재는 인도의 금융, 상업,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이자 최대의 항구도시.

델리 Delhi (사진)

인구 33,400,000명. 북인도 평원에 위치한 인도 최대의 도시(권)이자 정치적 중심지. 13세기부터 19세기까지 북인도를 중심으로 한 델리 술탄국과 무굴 제국의 수도였던 곳으로, 1911년 이래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위성사진 가운데 유독 푸른 부분)를 포함하고 있음. 최근 들어 델리 도시권은 콜카타나 뭄바이를 제치고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인데, 현재는 경제규모 면에서 원래 1위였던 뭄바이도 넘어섰다고(#).

몇 가지 소감(?)

• 풍부한 녹지 덕분에 어둡게 보이는 신시가지(?)와 밀집한 건물로 인해 밝게 보이는 구시가지/외곽 지역이 쉽게 대조되는 느낌.

• 의외로 인도의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역사는 몇백년 정도인 곳이 가장 많은 듯. 물론 2500년 전부터 마가다 왕국의 수도였던 파트나 같은 대도시도 있긴 하지만.

• 뇌피셜이지만 최근의 뭄바이-델리 역전은 지형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ㅋㅋ 뭄바이는 확장하기에 제약이 꽤 많아 보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