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9시 뉴스의 첫 소식,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9월 21일 어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하겠다는 부분 동원령을 선포했죠. 이에 수많은 러시아인들이 동원령을 피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이웃나라로 탈출하기 위한 행렬이 이어졌는데요. 두만강을 경계로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는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나진 출입국사무소에 취재기자 나와있습니다. 도지찬 기자?


기자: 네, 저는 지금 한러국경에 위치한 나진 출입국사무소에 나와있습니다.


앵커: 네, 도 기자. 지금 그곳은 동원령을 피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려는 러시아인들이 몰려들고 있다는데요, 지금 그곳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어제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선포한 직후 러시아를 탈출하려는 러시아인들의 행렬이 이어졌는데요. 동원령이 선포된 지 만 하루가 지난 현재, 이곳 나진 출입국사무소는 국내로 입국하려는 러시아인들로 여전히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 제 뒤쪽으로 보이는 다리는 두만강을 건너 우리나라와 러시아를 연결하는 다리인 한러친선대교인데요, 우리나라로 들어오려는 긴 차량 대기 행렬이 우리측 검문소부터 시작해서 다리를 지나 강 건너 러시아쪽까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모두 동원령을 피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려는 러시아인들의 차량입니다.


앵커: 도 기자, 그럼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러시아인의 숫자는 얼마나 되는 거죠?


기자: 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은 동원령 선포 당일인 어제 하루에만 3000명이 넘는 러시아인들이 우리나라로 입국했다고 발표했는데요. 대부분은 이곳 나진 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입국한 프리모리예지방, 일명 연해주에 사는 러시아인들이었습니다. 이 중에는 100명 이상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출입국외국인청은 이번 주말까지 최소 1만 명에서 최대 1만 5천 명까지 러시아에서 우리나라로 입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럼 도기자. 우리나라로 들어온 러시아인들의 상황에 대해 궁금한데요, 지금 그곳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인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현재 러시아인들은 입국심사 도중에 대기하는 출입국사무소 대기실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실 공간은 한정된 반면 우리나라로 들어오려는 러시아인들은 이곳으로 계속해서 모여들면서 대기실을 물론 복도까지 러시아인들로 만원인 상황입니다. 사무소 청사 야외 주차장도 러시아인 차량으로 꽉 찬 상태인데요, 대부분은 동원령을 피하기 위한 급박한 상황에서 짐만 간단히 챙긴채 우리나라로 들어온 상태입니다. 제가 직접 이곳 나진 출입국사무소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인 몇 명을 인터뷰해보았습니다.


알렉세이: 연해주에 사는 우리한테 우크라이나는 먼 얘기일 뿐이에요. 정부에서는 우크라이나 해방을 위한 특별군사작전 운운하더니 전쟁에서 지게 생겼으니까 우리를 총알받이로 내몰려고 하고 있어요. 왜 우리가 그런 지시를 따라야 하는거죠?


소냐 : 남편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데 동원 대상이라고 소집영장이 날아왔어요. 남편이 러시아로 가는 순간 바로 전쟁터로 끌려갈텐데 더 이상 러시아에서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애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왔어요.


앵커: 네, 도 기자, 그럼 러시아인 유입에 대해 우리 정부의 대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상호 무비자협정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현재 출입국외국인청은 전시상황과 동원령, 그리고 외국인의 대규모 유입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각 러시아인의 국내 재류자격 보유 여부를 보고 입국가능 여부를 심사하고 있습니다. 국내 재류자격이 있는 경우 러시아인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곳에 있는 러시아인들의 대부분은 재류자격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입국 대기실에서 입국을 바라면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일단 임시 체류시설을 설치해 대기 중인 러시아인들을 임시 체류시설에 분산 수용한 후 입국가능 여부를 심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맞습니까?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을 피해 러시아를 탈출하는 러시아인의 행렬은 우리나라만 겪고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영국 <BBC> 방송은 러시아 남부 조지아 국경에 위치한 베르흐니 라르스 국경검문소에서 5km에 이르는 긴 차량 행렬이 형성됐다는 목격담을 소개했는데요, 러시아-조지아 국경을 통과하는데만 7시간이 소요되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카자흐스탄 국경수비대는 "러시아 국경에 위치한 4개 자동차 통과소에서 늘어난 자동차와 외국인으로 체증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으며. 핀란드 역시 국경검문소에서 통행량이 동원령이 발표된 9월 21일부로 급증했으며, 급증한 통행량의 대부분은 러시아를 떠나 접경국가로 입국하는 러시아인들이라고 전해졌습니다.


육로 이외에도 비행기를 이용한 항공편으로도 러시아인의 탈출이 이어지면서 튀르키예와 아르메니아, 우즈베키스탄 등 러시아인이 무비자로 출입국이 가능한 나라들의 경우, 이들 나라로 가는 항공표가 9월 21일 이후로 대부분 매진된 상태라고 알려졌습니다. 항공표 가격도 폭등해서요, 영국 <로이터>지는 평소 2만 2천 루블, 우리 돈으로 약 50만 원이면 구할 수 있던 튀르키예 이스탄불행 편도 항공표 가격이 7만 루블, 우리 돈으로 약 160만 원까지 껑충 뛰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마저도 전부 외국 항공사의 항공표로 러시아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는 9월 21일 이후로 발행된 모든 항공표에 대해 환불조치를 내리고, 이번 동원령의 동원 대상자가 아님을 증명했을 경우에만 항공표 구매를 허용한다고 발표하면서 러시아 항공사의 항공표는 구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졌습니다.


앵커: 네, 그렇다면 도 기자. 이번 러시아인들의 탈출 행렬에 대한 각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우선 27개 EU 회원국들은 9월 26일 러시아 병역기피자들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8월 말 EU는 발트 3국 등이 발의한 러시아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 금지 방안을 논의했으나 EU 입국 비자 수령 비용을 인상하고 비자 처리 기간을 더 늘리기로 하는데에 그쳤습니다. 이미 EU 회원국 중 폴란드와 발트 3국은 지난 19일 독자적으로 러시아 관광객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도입한 상황이며, 핀란드 역시 유사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탈출 행렬에 대한 서방 언론의 보도에 대해 '과장 보도'일 뿐이며, 실제로 출국을 시도하는 징집 대상 러시아인은 많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정부는 차량의 국경 통행 금지 및 국경검문소에 징집소를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나진 출입국사무소에서 도지찬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