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박입니다. 

2019년 미국 대륙 횡단기 이후 답사기가 참 뜸했는데, 그간 코로나 때문에 그간 때때로 다녀온 게 제주도나 국내 여기저기 약간씩이라 소개하기 그랬고, 2019년 이후 4년 만에 제대로 된 출국이라 이제야 답사기로 찾아왔네요. 사실 원래 계획은 열차를 타고 캐내디언 로키, 그러니까 밴쿠버에서 출발해서 밴프 일대를 다녀오는 것이었는데, 계획을 하던 4월 기준 캐내디언 로키 열차 표가 없어 포기하고 대신 다소 색다르게 북해도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이번 답사기의 제목은 아이누 모시르 (Aynu Mosir, アィヌモシㇼ)로, 아이누어로 '아이누 족의 땅'을 뜻합니다. 실제로 쿠릴 열도와 사할린 쪽에도 거주했던 아이누족의 강역을 고려했을 때 아이누 모시르는 비단 홋카이도뿐만 아니라 쿠릴 열도와 사할린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북해도 일대를 지칭합니다. 막상 6일간의 답사를 거치며 실제로 아이누족의 모습을 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결국 '아이누 족의 땅' 북해도에 다녀왔다는 데에 그 의의를 두고자 합니다.  


서두가 좀 길었고, 본격적인 답사기로 넘어갑니다. 



2019년 미국 출국 당시에는 대한항공을 타서 인천공항 2터미널을 이용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거 없이 저가항공사라서 (...) 인천공항 1터미널로 갑니다. 하지만 전 오히려 더 반가웠던 것이, 인천공항 2터미널보다 1터미널에서 항공기 감상하는 게 더 다채로웠기 때문에 오히려 좋았죠. 



제가 타려던 항공편은 탑승동 쪽에 있었기 때문에 셔틀트레인도 타봅니다. 셔틀트레인은 2016년 1월에 처음 탄 이후 7년 반만이더군요. 




탑승동에서 항공기를 감상하며 돌아다니다 본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 제1터미널에 주기된 항공기들은 다채로워서 좋고, 제2터미널의 항공기들은 일관된 하늘색이라 좋군요. 



항공기 감상은 뒤로 하고 일단 탑승하여 탑승동을 출발하고 북쪽으로 이동할 때의 모습입니다. 

전반적으로 탑승동에는 저가항공사가 주로 포진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관련해서 전문가의 의견을 구합니다 (?)



공사중인 제2터미널 2단계 계획을 배경으로 한, 대한항공 747-8 여객기. 언젠간 저놈을 탈 날이 오리라 믿고 있지만, 대한항공에서는 쟤와 A380을 늦어도 2031년까지 전부 정리한다 하더군요... 


주기장에~ 돌고래두마리~ 꼬물꼬물 활주하다~

지금은 운항하고 있지 않은 아시아나항공 A380기 2대가 제2터미널 너머 주기장에 보존상태로 있더군요. 2020년에는 그래도 한반도 순회 비행도 하곤 했는데, 이제 대한항공과 합병을 앞둔 곳인데다 대한항공 A380과 달리 트렌트 1000 엔진 쓰는 항공기들이라 이들은 어찌될지 참 궁금합니다. 애초에 아시아나 자체가 기존에 A380 넣던 주력 노선들 대부분에 A350-900 넣고 있기도 하고...



그리고 우리는 이륙합니다. 이륙하면서 퍼스트맨 (2018) OST 중 'Apollo 11 Launch'를 들었는데 감회가 새롭더군요. 



경기도 내륙, 강원도 영서 지방에 유독 많던 산속 골프장 개발을 지나



석회암 채석장으로 보아 태백, 영월 근처일 것 같은 어딘가를 지나



강릉 남쪽, 정동진보다는 조금 위에서 동해로 빠져나갑니다. 



성층권 바로 아래를 순항하다가



가장 먼저 보인, 알아볼 수 있는 지형은 NOTO라는 글자가 쓰인 비행장이었습니다. 노토구코, 즉 일본 서해안에 튀어나온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를 지나가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잠깐 바다가 다시 보여서 왜지? 싶었는데 



다시 육지 (사도 시)가 보이기 시작했고



설산이 보이길래 일본알프스인가 싶었으나 조카이 산인 것 같고...



뭔가 큰 시가지가 보이길래 벌써 아오모리인가 싶었지만 실은 아키타 신칸센이 지나는 아키타 시였던 곳 (심지어 저기 있는 저 많은 해상풍력발전기까지 누가봐도 아키타)을 지나가고...



답사기 예고편의 모습이었던, 혼슈 최북단 도시 중 하나인 아오모리 시를 지나며 동해 또한 벗어나게 됩니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다가 태평양이라는 의미겠죠. 



홋카이도에 진입할 때는 또 흐려서 구름 아래로 내려가 보니 이렇게 비옥한 신록이 비행기를 맞이합니다. 



그렇게 깔끔한 삿포로의 관문, 신 치토세 국제공항에 내리며 일단 홋카이도에 입성합니다.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겠다, 신 치토세 공항 국내선 터미널 쪽에 있는 한 유명한 수프카레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계산하고 나가면서 안 건데...



이제는 더 이상 살아 계시지 않은 일본의 전 총리가 여기서 식사하고 가셨더군요...



굳이 신치토세에서 점심을 먹고 여유시간을 둔 것은, 바로 저 Q400을 타고 최종 목적지인 홋카이도 동해안인 쿠시로로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삿포로에서 쿠시로까지 가는, 4시간 반짜리 JR 특급열차를 많이 씁니다만, 결과적으로는 국내선으로 환승하는 게 가장 시간이 적게 걸려서 이렇게 하게 되었네요. 


형이 거기서 왜 나와?

번외로 이날 기시다 총리가 삿포로에라도 온 모양인지 일본정부전용기가 삿포로에 착륙해 있더군요. 이타미 공항처럼 신치토세에도 쌍발 엔진까지만 착륙할 수 있다는 제한이 걸려 있는 기분이 없잖아 있었는데, 777을 쓰는 일본정부전용기는 이럴 때 참 이로운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다소 흐린 날씨의 신치토세 공항을 떠나 




쨍쨍한 날씨의 쿠시로 공항에 도착합니다. 홋카이도라는 섬 자체가 대한민국 면적의 80% 정도다 보니까, 같은 섬에서도 날씨가 이렇게 딴판일 수가 있더군요. 저때 쿠시로 기온이 16도 정도에 전혀 습하지 않아서 딱 캘리포니아 날씨 생각나서 무척 반가웠던 기억이...



쿠시로 공항에서는 950엔짜리 공항리무진을 타면 쿠시로 중심가인 쿠시로역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저 오른쪽에 보이는 게 쿠시로 역인데, 조금 이따 돌아오죠. 



쿠시로 부둣가로 나가면, 누사마이 다리라는 일몰 스팟이 있습니다. 쿠시로 사람들에 의하면 여기가 마닐라 베이, 시드니와 더불어 세계 3대 석양 미항이라고 하는데... 사실 제가 나머지 두 군데를 안 가봐서 모르겠군요. (솔직히 캘리포니아 남부가 최고라는 생각은 드는... 크흠)







누사마이 다리 위에서 본 쿠시로 석양 감상하시고 가겠습니다. 

6-8월의 반절 이상 동안 쿠시로에는 안개가 있어 실제로 석양을 보기 어렵다고 하는데, 제가 있던 첫 이틀 동안은 그런 문제 없이 석양을 볼 수 있어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날씨 가챠는 성공한 줄 알았으나... 나중에는 또 아니라는 게 조만간 드러나죠. 



쿠시로의 핫스팟 MOO (Marine Our Oasis)입니다. 자기네들은 여기를 쿠시로의 피셔먼스 워프 (샌프란시스코 부둣가)라고 하는데, 솔직히 뭔가 여기 다 밀집된 감이 있습니다. 



누사마이 다리에서 내려와서 보는 MOO. 



누사마이 다리를 벗어나서 보는 누사마이 다리. 확실히 뭔가 고풍스러우면서도 새롭습니다. 



골든 아워의 거의 끝자락, 확실히 뭔가 일본이 아니라 미국 서해안, 과장 보태어 샌프란시스코 근처 항만이라 해도 믿을 비주얼입니다. 




저녁은 그렇게 쿠시로 MOO 앞 로바다야끼로, 노천에서 저렇게 숯불로 해산물을 구워 먹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식육식당 같이 하는 정육점이랑 비슷한 느낌으로, 다양한 종류의 야끼 재료를 한쪽에서 팔고 그걸 하나씩 사 와서 노천에서 저렇게 구워 먹는 방식입니다. 솔직히 한국에서도 현지화하면 꽤 좋을 것 같았더군요. 




저녁을 먹은 상태에서 누사마이 다리 인근 야경을 지나가고



쿠시로 역 쪽으로 발을 옮깁니다. 한국에서 에키넷이 영 말썽을 부려 제대로 예매하지 못한 표를 예매하기 위함이죠. 



답사기 다음 편의 힌트와 함께, 쿠시로가 실은 일본 최초의 람사르 습지인 '쿠시로 습원'으로 더 유명하다는 단서를 하나 던지며 이번 답사기는 쿠시로역에서 마칩니다. 


다음 답사기에서 좀 더 자세히 들어가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