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밝히자면, 난 결코 어떤 민족에 대해 편견이나 차별의식같은 거 없음. 까놓고 나 여기서 태어나고 싶소 하고 태어난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데 터키에서 살면서, 그리고 유럽 여기저기 다녀본 사람으로써 이 '난민'들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게 혐오의식이 생김. 사실 그거 가지고 고해도 하고 신부님이랑 상담도 하고 그랬는데, 화가 나는건 어쩔 수 없더라고.


2019년 10월 12일 현재 터키 내에 거주중인 '난민'의 숫자는 등록된 수가 약 350만명이고 터키 군경에서 파악하고 있는 불법체류자 포함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온 난민의 숫자는 대략 위 수치에서 +30만에서 +50만 정도로 보고있음.


하지만 체감상으론 훨씬 많은 것으로 느껴짐.


지난 달에 거주증(터키에서는 이카멧이라고 부름) 연장하러 이민국에 갔는데, 매번 갈때마다 느끼는건데 진짜 이 '난민'들은 질서라는 개념이 없음. 


이민국 업무시간은 09:00 - 12:30, 13:30-17:00 임. 내 면접시간은 13:30으로 잡혀있어서 15분정도 일찍 도착함.


아직 이민국 출입문 열리지도 않았는데 한 200명 정도 기다리고 있었음. 대부분 시리아, 이라크인임. 13:27분쯤에 이민국 업무차량 출입하려고 게이트를 여는데, 그쪽으로 '난민'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차가 들어가질 못함. 입구의 보안요원들이 질서 유지하라고 소리쳐도 터키어를 못 알아듣는지 질서유지가 안됨. 그때부터 아수라장 시작함. 출입구 앞에서 차례로 줄서서 보안게이트를 통과해야 이민국에 들어갈 수 있는데, 나는 시키는대로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15분만에 들어감. 보안요원들은 질서유지가 안되니까 "망할놈의 민족들!" 하고 욕지거리중이었음. 사실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내 앞에 7명 정도밖에 없었는데 15분씩 걸린 이유가 뭐냐하면, 내 앞의 앞에 있던 여자때문임 어느나라 여자인지는 모르겠는데 부르카를 쓰고있었고, 터키에서는 히잡(머릿수건)은 허용해도 관공서에 니캅(눈만 내놓은 베일)이랑 부르카(눈도 안보이는 베일) 하고는 못들어감. 그거가지고 실랑이 벌어지는 바람에 그정도 걸림.


이 소위 '난민'들 보면, 솔직히 의도가 뻔함. 기왕 나라는 망했고 군대가기는 싫고, 괜찮은 나라 가서 팔자는 고쳐야겠다 이런거지. 이민국 주변은 이미 시리아인들로 가득찬 빈민가가 형성되서 나랑 같이 유학하는 학생들 중 여자들은 혼자 들어가지도 못함. 성희롱이라든가 성추행이라든가 뭐 불미스러운 사건들 때문에 아싸리 택시타고 다니든가 남자사람이랑 같이 다님. 이민국 근처에 재래시장도 있는데, 시장에서 커피 원두를 엄청 싸게 팔기땜에 (브라질산 원두 로스팅만 해서 킬로당 35리라임. 한국돈 5천원 조금 넘음) 나도 원두사러가는 김에 같이 가주고 그랬음.


거주증 연장 면접하는 공무원이 그러더라. 독일까지 간 애들은 그나마 똑똑하고 돈 좀 있고 그런애들이고 여기있는 애들은 경범죄 전과가 있다든가 뭔가 문제가 있어서 EU국가에서 추방되서 터키에서 맡아주고있거나, 아니면 움직일 돈이 없으니까 여기 있는거라고. 솔직히 터키는 350만씩 되는 난민 떠맡을 재력도 여력도 없는 나라인데, EU에서 난민들 맡아주는 대가로 보조금을 받고있다고 함. 그러니까 에르도안이 EU랑 뭔가 안풀리면 난민들 풀어놓겠다고 협박하는거고.


여기 사람들 반응은 '난민' 극혐임. 에르도안 지지자들 조차도 난민이야기만 나오면 분노함. 당장 공원이나 동네 놀이터나 대낮부터 시리아, 이라크인들이 활개치고 다니는 형편이고, 애엄마들은 무서워서 애들, 특히 딸아이들은 혼자 돌아다니지도 못하게 함. 예전에 방송 인터뷰에서 난민들한테 대놓고, "우리나라 청년들은 니네나라를 위해서 피흘리고 전사하는 판국에 니네들은 여기서 우리나라 여자들이나 꼬시고 작업걸고 뭐하는 짓이냐?" 라고 따지는 노인 나온적 있었는데, 한동안 짤방의 주인공이 될 만큼 화제였음. 다들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인데 할배가 사이다 발언 했다 그정도 느낌이었음. 근데 거기 나온 시리아인이 "우리나라에서 전쟁난거랑, 니네 군인들 거기서 죽는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냐?" 라고 뻔뻔하게 답함. 터키인의 마인드로서는 이해가 안된다고 함. 조국에 전쟁이 났으면 응당 총을 들어야지 겁쟁이처럼 도망이나 치냐? 이런거.


2011년 처음 시리아인들이 터키에 들어왔을 적에는 난민들에 대한 동정적인 반응이 컸음. 원래 손님 환대하기 좋아하는 나라이고, 아직까지 인심이나 정이 남아있는 나라가 터키니까. 보스니아 내전때도 터키에서는 보스니아 난민들 받아들였었고, 그 중 일부는 여전히 터키에서 정착해서 잘 살고있음.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12년 발칸 전쟁당시 난민들이나, 2차 세계대전 당시 그리스에서 넘어온 유대인들이나 그리스인이나 모두 다 받아줬었음. 그리고 나름대로 터키에서 잘 살다가 돌아가거나 아니면 정착해서 잘 사는 사람들도 많지. 근데 호의를 베풀면 그게 권리인줄 아는 '난민'은 이번이 처음이라고들 함.


소위 '난민'들 중에서도 좀 더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크게 네가지 계열임. 튀르크멘, 쿠르드, 무슬림 아랍, 기독교인 아랍 이 셋인데, 솔직히 터키인들도 인정하는데 기독교 아랍인들은 매우 좋은 사람들임. 튀르크멘인들은 터키어랑 유사한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쉽게 정착하는 편이고, 현재도 시리아, 이라크 난민들이랑 터키 정부 사이에서 통역, 사무업무같은거 많이 맡아서 하고있음. 쿠르드인들도 그 속에서 PKK나 PYD 조직원들이 테러음모 꾸미다 적발되는 경우가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은 나름대로 유화적인 편이고. 문제는 무슬림 아랍인인데, 그 안에서 IS조직원도 나오고, 특히 시리아에서 오는 무슬림 아랍인들은 아사드랑 세속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고, 이라크에서 오는 무슬림 아랍인들은 시아파 정권 싫어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다른 '난민'들과는 완전히 구분될 정도로 원리주의적임. 터키의 세속주의적인 문화조차도 타락한 이슬람이라며 거부할 정도로. 그럴바엔 IS에나 가입할 것이지 왜 여기까지 와서 폐를 끼치는지는 그 양반들한테 물어봐야겠지만, 난 솔직히 이해 못하겠음.


소위 '난민'들 중에서 나름 정착한 애들도 문제임. 이스탄불 그랜드바자르나 이집트바자르나 관광지나 영어로 호객하는 애들 보면 거의 다 외국인인데 - 이전에 터키 썰 풀때도 이야기했지만 터키인들은 영어 진짜 못함. 아님 부끄러워서 일부러 안하거나 - 얘네들이 바가지 씌우는거나, 대낮에 할 일없는 '난민'들이 외국인 관광객 꼬셔서 팔자좀 고쳐보겠다고 성희롱, 추행하는 행위에 대해 외국인들은 걔네들을 터키 현지인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터키 이미지도 나빠짐. 이 글 보는 한국인들은 터키인이랑 그리스인, 시리아인을 얼굴만 가지고 완전히 구분할 수 없다에 내가 100리라, 푸른 아타튀르크 한 장 건다. 진짜임.


소위 '난민'들 중에서 자기 가게 열고 장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부분은 밀수업임. 전쟁중인 나라에서 가져올게 뭐가 있냐고 물을 수 있는데 전쟁중인 나라인데도 담배, 농산물, 식료품 같은건 멀쩡히 생산중이고 터키에 비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가져와서 판다. 그런 집들은 애초에 간판이 100% 아랍어로만 쓰여있어서 터키인들은 가지도 않음. 그리고 최근에 이런거 규제하려고 이스탄불에서 '모든 상업간판의 문구 중 75%는 터키어이어야만 하며, 다른 언어는 작게 표시할 수 있다.' 라는 조례 제정했는데 이거가지고 시위도 벌어짐


대략 이렇슴. 2016년 새해 벽두에 벌어진 독일에서 벌어진 집단 성희롱 사건도 그렇고, 이 새끼들은 물에 빠진 놈 구해줬더니 보따리내놓으라고 하는 놈들임.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멀리 떨어진 나라 말고, 솔직히 터키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