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니가 뭔데 뉴질랜드에 대해서 말하냐 할거 같아서 간단하게 자기소개부터 할게.

난 뉴질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로 6개월 근무하고 1달동안 여행다녔어.

이거면 사실 대단한 경력은 아닌데, 그래도 내가 좀 뉴질랜드를 안다고 말할 수 있는건 형의 영향이 있어.

형이 뉴질랜드에서 유학부터 이민까지 14년 동안 거주해서 현지 기업에서 일하고 있어.

사실 형이 있었기 때문에 뉴질랜드에 간거고, 바로 자리잡을 수 있었지.

형 때문에 가기 전에 정보도 많이 알고, 아이엘츠 점수도 준비해가서 이민자 중심이기 하지만 현지기업에 취업해서 꽤나 안정적으로 일했어.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느낀 점을 써볼게.


1. 키위들은 다 '자연중독자'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키위는 뉴질랜드 사람들 부르는 말인데 한국 사람들이 자연을 생각하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일단 뉴질랜드 사람은 자연을 활용해서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을 안하는 것 같아.

처음에는 자연이랑 관광으로 버는 돈이 많아서 그러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일단 뉴질랜드에는 석유가 나는데도 환경오염 때문에 개발을 안해. 한국적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

이 나라 사람들은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연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자연을 개발해서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서 엄청나게 조심스럽고 법도 엄청나게 엄격하게 잘 지켜져.

이건 뉴질랜드에 가보지 않았으면 느끼기 힘든데, 사람이 적든 많든 자연훼손을 최소화 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 홍콩이나 서울 같은 아시아 대도시와는 정반대편에 있는 분위기지.


또 키위들은 진심으로 자연을 즐겨. 한국적 관점에서 보면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지. 굳이 따지면 등산 중독 아재들 보는 기분?

이 나라 사람들은 제일 큰 취미가 정원가꾸기야. 어느 집이나 정원을 보면 다들 자기 색이 있고,  정성이 들어가 있어.

사실 한국 사람들은 뉴질랜드 오면 할거없다고 하고 그게 맞는데 키위들은 동의 안할거야.

바다낚시, 트래킹, 등산, 서핑, 스노쿨링, 요트 등등 할게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이 나라 사람들이 돈 많이 벌면 젤 하고 싶은게 요트 사는거야.

바다는 요트나 배가 없으면 맘대로 즐기기 어려우니까.


근데 이게 뉴질랜드 이민자들과의 가장 큰 차이이고 벽인 것 같아. 뉴질랜드에 많이 오는 중국, 말레이, 한국 등 아시안 이민자들은 자연을 활용해 돈으로 보는 사고방식이 내재화되어 있다고 봐.(물론 키위에 비해서야)

이 시각에 대해서 키위들은 이해를 못하기도 하고, 솔직히 좀 낮춰서 깔아보기도 하는 것 같아. 우리가 중국인 저급하다고 보는 것처럼.

아마 자연을 자기가 진심으로 즐길 줄 안다면 이민자의 벽을 넘어서기 대단히 쉬울걸로 봐.


2. 뉴질랜드에는 아일랜더와 이민자가 엄청나게 많다.


뉴질랜드의 인구는 5백만이 조금 안되는데, 오클랜드 인구는 이백만 수준에 근방 도시까지 합하면 3백만에 가까워. 여러모로 뉴질랜드의 중심이지.

그런데 이 오클랜드는 완전히 국제도시야. 중심가를 걷다보면 백인은 절반도 안되는 느낌이야.

가장 많은 외국인은 당연히 호주인이야. 하지만 얘네는 여러모로 비슷한 백인들이니까 제외하면, 중국인, 인니인, 말레이인, 한국인, 일본인이 많아. 주로 가까운 아시아에서 많이 오지.


근데 진짜 말하고 싶은건 사실 얘네들이 아니라, 아일랜더들이야. 
난 첨에 이 말 들었을때, 아일랜드 애들이 왜 뉴질랜드까지 오지? 그랬는데 그게 아니고 뉴질랜드에서 태평양 섬나라 소국들 출신 이민자들 이야기하는거야.

뉴질랜드가 인구 5백만도 안되지만, 오세아니아와 태평양 깊은 지역에서는 독보적인 맹주국이거든.

선진국이라 소득도 높고.

따라서 주변 섬나라에서 젊은 애들 위주로 이민을 엄청와.

사모아, 통가, 투발루 등 다양하게 와. 나도 얘네들하고 같이 많이 일했어.

이 중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투발루 애들이 많았는데, 얘네들이 거의 다 기후 난민이야.

나라가 수몰되서 없어질라니까 여기 와서 미리 자리잡는거지.

얘네들은 특징이 힘이 무자게 쎄고(한국인은 상상하기 힘든 레벨), 낙천적이고, 게을러.

주로 아일랜더 민족성이기도 한데, 투발루 친구들은 갈데 없다는 헝그리 정신이 있어서 좀더 열심히 일하는 것 같아.

또 다른 특징으로는 애를 엄청 많이 낳고, 이빨이 안좋다는거.

뉴질랜드가 백인 국가라고는 하지만, 이 이민자들 이해못하면 사실 뉴질랜드를 이해못한거라고 봐.


3. 뉴질랜드는 '시골'이다.


뭐 한국적 기준으로 보면 당연히 뉴질랜드 전체가 시골인데, 내가 말하는 건 세계차원의 시골이란거야.

단순히 도시가 아니다를 떠나서, 사람이 적고 세계 중심과 거리가 오지게 멀어.

세계의 중심이라하면 보통 서유럽과 미국을 뽑겠지? 근데 그 이외의 남아시아, 동아시아 이런데도 사람이 엄청 많이 살잖아.

그런데 뉴질랜드는 이 문화적 경제적 중심지랑 거리가 엄청나게 멀어.

그나마 가까운게 호주인데, 호주도 3000키로 정도 떨어져 있고, 거기도 중심지라고 하긴 힘들지.


그러다 보니까 일단 공산품 물가가 비싸. 내가 느낀건데, 중국이랑 거리멀고 제조업 없는 나라는 공산품 물가는 다 비싸고 봐도 돼.

또 키위들의 은근한 열등감도 있지.

옛날에는 목가적이고 시골적 사고방식이 원체 메이저해서 그런게 없었다고 하더라고.

근데 뉴질랜드는 영어권이라, 영미 문화가 너무 쉽게 들어오고 결정적으로 이민자들이 들어오면서 비교가 되기 시작하지.

특히 중국 부자들의 어마어마한 경제력에 놀라는 경우가 많아.

오클랜드 부동산은 강남 저리가라 수준인데, 이게 거의 중국 이민자들이 투자 이민으로 부동산 사서 올린 가격이야.

오클랜드에서 슈퍼카 우웅 소리내서 가면 100에 90은 중국인이나 아시아 부자들이야. 워낙 살기 좋은 자연환경이니까 일로오는거지.

그러다보니까 키위들도 세계 중심이랑 멀다는걸 좀 체감하는 것 같아.

1차 산업이나 여행 말고 메이저한 일자리가 없다보니까, 야망있는 젊은 키위들은 많이 해외로 나가는 편이야. 여기도 대졸자에 걸맞는 일자리 없는건 심각하거든. 주로 호주가 많고, 젤 큰 꿈은 영국이지.


4. 뉴질랜드는 정말 차별의식이 약한 나라다.


일단 뉴질랜드는 인종차별이 정말 약한 나라야. 물론 아예 없을순 없고 나도 일하면서 겪어봤지만, 영어차별의 느낌이 더 강하고, 유럽이나 미국이랑 비교하면 아예 없는 수준이야. 물론 살려면 그것도 만만치는 않아.


일단 그 배경에는 마오리와의 관계가 있어.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백인들은 마오리랑 전쟁해서 이기고 정복해서 죽여서 자기들 나라 만든게 아니야.

전쟁에서 마오리가 일방적으로 밀리지도 않았고, 불평등조약이 아니라, 동등한 조약도 맺었으니까.

다만 이것도 파고 들면 말이 많은데, 이건 담에 기회가 있으면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해볼게.

그래서 마오리에 대한 리스펙트가 강해. 마오리어도 공용어고, 지명은 도시 좀만 벗어나면 다 마오리어야. 마오리 하카는 우리가 보기엔 생뚱맞아보이는데, 스포츠, 행사 등 어디서나 다 받아들여져. 하다못해 졸업식에서도 하더라고.

그러다보니까 인종차별이 약해. 물론 없다는 말은 아니야. 마오리 애들 교육이나, 마약 문제도 심각한데 그것도 기회가 있으면 더 자세하게 써볼게.

인종차별은 시골로 가면 심해져. 특히 남섬 시골.

지도 보면 북섬 지명들은 거의다 마오리어인데, 남섬 지명은 거의 영어야. 그 이유가 마오리애들이 백인들 오기전에 남섬 거의 안가서 그래. 그러다 보니까 남섬 그중에서도 시골들은 백인 인구가 압도적이 됐고, 거기엔 인종차별이 좀 있지.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여기 인종차별은 세계에서 제일 약한 수준이야.


그럼 인종차별만 그렇냐? 내가 보기엔 외모 차별도 정말 약해.

한국 정말 외모 많이 보지.

근데 내가 인상적인 연구 결과를 봤었는데, 도시화가 심하고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더라고.

사람 관계가 피상적이고, 비교하기 쉬운 환경이니까.

만일 이 연구가 맞다면 외모지상주의가 사실 한국에서 심한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

반면에 태생적 시골인 뉴질랜드는 반대지.

여기 여자들 화장 아예 안하는 사람도 많어. 패션도 한국이랑 비교하면 개구리고.

한국이 나쁘고 여기가 좋다가 아니라, 상황 자체가 많이 다르단 거야.


5. 뉴질랜드는 외롭다.


한국문화를 뉴질랜드랑 비교해서 함축하면, 경쟁과 오지랖이라고 봐.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치를 떨지. 경쟁이 힘들고 딴 사람들 시선 신경쓰기 싫으니까.

그래서 이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고.

뉴질랜드는 그런 측면에서 한국이랑 정반대야. 경쟁할 사람도 많지 않고, 사람들은 관심이 없지.

그럼 우리 문제를 크게 보는 사람들은 천국이네, 이민가자 그럴 지 모르지만, 내가 느낀 건 반대야.

역으로 나도 저게 힘들다고 느꼈는데, 내가 얼마나 뼛속부터 한국인이고, 경쟁과 간섭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사람인 줄 알았어.


뉴질랜드에는 피튀기는 경쟁과 간섭이 없어. 그러나 뼈에 스미는 외로움과 무관심이 있지.

어딜가나 힘든 건 있기 마련이잖아? 한국이 피튀기는 경쟁이라면 뉴질랜드는 외로움이야.

굳이 만날려고 엄청나게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만나고 나에게 관심가져주는 사람이 없어. 자연만이 친구지.

근데 한국인들은 정말 사회적인 사람들이라, 나에게 아무도 관심 안가지는 상황에서 혼자 즐겁게 살기 힘들어해.

일단 누구랑 비교가 안되고 간섭도 안하는데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

뉴질랜드라고 열심히 공부안하고 일안해도 되는 건 아니거든. 근데 경쟁이 없으니까, 나태해지고 책임지기 힘들어져.

참고로 말하자면, 이 나라에서 한국인은 결코 유능하고 돈 잘버는 축이 아냐. 나는 경쟁없이 열심히 일하기 힘든 이민자들의 특성이 크게 한몫한다고 봐.

나도 한국에 있었을 때는 이렇게 경쟁하기 싫고 간섭받기 싫었는데, 그게 내 행동의 큰 요인이었구나 하는 걸 느꼈어. 물론 이민자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키위들도 크게 다를 건 없다고 봐. 그니까 자연으로 도피하는 거 같기도 하고.


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쓰다 보니 길어져서 이만 줄이도록 할게.

담에는 한국인 이민자 사회, 추천하는 관광지 및 지리 정보, 마오리인들의 특징, 경제, 정치와 페미니즘 등 다양하게 써볼려고 그래. 

질문 있으면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