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글을 얼마나 많이 볼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내가 너무 할 게 없고 무료해서 이거라도 써 볼래. 왜냐면 나는 지금 대한민국 육군에서 땅개로 의무복무중이거든. 


이제 슬슬 군생활 적응도 끝났겠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주말만 되면 핸드폰 만지는 것도 지겹다 이거지. 할 일도 딱히 없고 말이야. 아니, 운동해야겠다 공부해야겠다 생각은 드는데 실천하기엔 정말 힘드네. 결국 뭐 개인 침대에 누워서 또 할일없이 핸드폰이나 붙들고.


2. 근데 1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완벽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어. 어느 날 갑자기 이유없이 러시아가 가고 싶어져서, 바로 블라디보스톡행 다음 날 비행기를 티켓팅해서 떠나고, 또 느닷없이 하바롭스크 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탑승하고, 여차저차 유라시아 대륙 횡단을 해버리는 그런 인생 말이야. 


그래서 훈련소에 입소했을땐 확 바뀐 갇혀버린 환경에 너무 힘들더라. 나는 심지어 훈련소 전날까지도 내 마지막 여행지 일본 홋카이도에 있었거든. 솔직히 군대를 가기 전에는 내 인생에 있어서 2년간의 휴식을 주는 거라고 생각했어. 왜냐면 나는 4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내일 어디서 잘까, 뭘 먹고 살까, 아니 먹을 수는 있을까, 어디서 씻을까, 이런 걱정들을 하면서 지냈거든. 그러다 보니 군대에 가면 의식주는 기본제공되니깐 마음 속 걱정 근심 다 버리고 편히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거지. 근데 그래도 군대는 좀 아니더라 ㅋㅋㅋ


그럼 내가 왜 4년동안 그렇게 해외를 다니게 됐냐구? 사실 다니다, 여행가다 이런 말보다는 도피했다, 막 이런 말들이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야. 고등학교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가서,


3. 나는 원래 꿈이 코딩하는 프로그래머였어. 공부도 나름 잘 하는 편이어서 소위 말하는 명문고에 진학했지. 매일매일 반복되는 야자, 정말 하루하루가 따분하고 지루한 그런 일상 있잖아. 유일한 삶의 낙이 친구들간의 유대관계였거든. 친구들과 공공도서관에 모여서 옥외열람실에서 얘기하면서 공부하다가, 내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한 마디를 내뱉었어.


 "이번 겨울에 일본갈래?"


4. 나랑 항상 같이 붙어다니던 그 친구들, 우리들은 중학교 때부터 매년 여름방학 겨울방학마다 어딘가 놀러다녔거든. 주로 갔던 곳이 친구 할머니댁이 있었던 전라북도 정읍이나, 교회 수련회로 자주 갔었던 제주도. 겨울에는 보통 스키장을 항상 갔지. 그런데 갑자기 내가 뜬구름잡는 소리를 꺼낸거야. 아무리 그래도 고등학교 1학년 때 해외를 친구들과 자유여행으로 다니는 애들은 별로 없잖아? 


근데 애들이 답변이랍시고 하는 말이, "집에다 물어볼게."


이 날 이후로 내 인생은 바뀌었어.


5. 사실 내가 일본을 가자고 했던 건, 일본을 좋아하거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거나 이런 이유는 아니었어. 나는 원래 반일감정이 굉장히 심했고 일본 문화랑 접점도 전혀 없었거든. 나는 단지 가장 가까운 나라여서 가 보고 싶었을 뿐이었어. 


여튼 간에, 어찌저찌해서 한 명 빼고 모두가 집에서 승낙을 받고, 우리는 일본 홋카이도로 7박 8일간 떠나게 되었어. 고등학생 1학년 네명이서 말이야.


6. 처음 가봤던 해외는 나에게 충격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했지. 모든게 한국과 달랐으니깐. 처음 만나는 좌측통행 차량들, 처음 만나는 띵동- 띵동- 울려대는 신호등, 처음 만나는 2천원짜리 지하철, 처음 만나는 영어를 '전혀' 못하는 사람들. 아직도 기억에 남는건 비에이 라는 마을에 가서, 영하 20도 날씨에 7시간동안 걸어다닌것. 보통 대다수는 렌터카를 빌리거나 택시투어를 할텐데, 우리는 렌터카를 빌리기엔 나이가 어렸고 택시투어를 하기엔 그 돈 10만원이 없었거든 ㅋㅋㅋ 영하 20도가 어떤 날씨냐면, 가방 속에서 페트병을 꺼내서 손에 들고 있으면 5분만에 슬러쉬가 되고, 입 돌아간다는게 실제로 있는거구나 깨달을 수 있는 날씨였어. 문학적 표현 이런게 아니라 진짜 과장 하나 없이 입술이 한쪽으로 돌아가.


7. 그 때 이후로 나는 해외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 유학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고, 부모님과 상담도 해봤지. 


처음 가고 싶은 곳은 미국이였어. 근데 미국은 돈이 너무 많이 깨지더라. 그럼 유럽을 가자니 남은 고등학교 2년동안 그 어려운 유럽 언어들을 대학을 다닐 정도로 유창하게 할 자신이 없더라구. 마지막으로 생각한 곳이 중국, 일본이었어. 원래같았으면 중국을 골랐겠지만, 홋카이도 여행이 너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던 나는 주저할 것 없이 일본을 골랐지. 


8. 고2 때부터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어. 히라가나 카타카나 (한국어로 따지면 한글) 부터. 근데 그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고1에서 고2로 올라오면서 문이과 분반을 하는데, 나는 프로그래머가 되는게 꿈이었으니 이과를 골랐는데 이 이과란 녀석들 하나같이 너무 재미없지 뭐야. 하루종일 공부만 하고 있고 말이야. 


아까도 말했다시피 친구들과의 교우관계가 학교생활의 유일한 낙이었는데, 그 낙이 사라진 거잖아. 너무 힘들었지.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자퇴' 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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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계속 이어서 써 볼게. 한 5편까진 나올 정도로 이야기 길어질 것 같긴 하지만. 



이건 내가 다녔던 여행 루트. 아직 아메리카 아프리카쪽은 못가봤어.


저 루트 안에 있는 나라들 여행 관련, 그리고 일본 유학이나 생활, 대만 생활, 호주 워홀 관련해서는 궁금한거 얼마든지 질문해주면 답글 달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