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새워서 사실상 새벽감성 돈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써 봄


지상에서 볼 때는 부산의 평범한 지하철역처럼 보이는 서대신역.

그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역 중 하나이다.


서대신역은 철덕들이라면 알 만한 대신동 드리프트 옆에 세워진 역이다.

물론, 저 지도는 잘못되었다. 실제 서대신역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아무튼, 저러한 드리프트의 존재는 서대신역을 내릴 일 없는 역 중 하나로 만들었다.

도심 방면으로 가는 주민들에게는 동대신역까지 걸어가는 게 더 빠르기 때문.

여느 역과는 달리 승강장과 대합실이 평행하게 지어지지 않은 점도 특기할 만 하다.


2번 출구에서 승강장으로 가는 통로를 찍은 사진이다.

드리프트의 존재로 인해 승강장은 1, 3번 출구에 가깝게 지어졌으며, 2, 4번 출구에서는 꽤 떨어져 있다.


조금 걸으니 개찰구가 나왔다.

아까 본 통로에서 오른쪽을 바라 본 사진이다. 작게나마 벤치가 있는 만남의 장소도 있다.


왼쪽을 바라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점이라면 만남의 장소가 없고, 엘리베이터로도 승강장에 내려갈 수 있다는 점.


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의 것으로 추정되는 '내사랑 부산' 포스터가 아직도 걸려 있었다.

어릴 때에는 부산 어디를 가도 볼 수 있었던 포스터... 감회가 새롭다.


1, 3번 출구가 있는 정면을 바라본 모습이다.

부산 도시철도에서 매점이 있던 곳은 셔터 닫고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특별히 유동인구가 많은 역의 매점이 편의점으로 새단장하지만

이 역은 초라하게마냥 무인매점이 영업하고 있었다. 물론 아주 초라해서 파는 물건도 거의 없었다.


지상으로 나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부분은 벽이 깨끗했다.


신형 승차권 자동발매기가 구비되어 있다.


부산교통공사에서 야심차게 출시한 모바일 승차권 홍보가 붙어 있다.

교통카드의 시대에 1일권이나 정기권을 사지 않는다면 굳이 쓸 것 같지는 않다.


대합실은 이게 전부이다. 뭔가 빠진 것 같지 않은가? 아, 역무실이 빠진 것 같다.

방금까지 본 게 전부가 맞다. 이 역은 유인역임에도 불구하고 대합실에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다. 그럼 역무실은 어디 있을까? 이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나올 것이다.


일단 개찰구를 지나 가 보자.


아마도 개통 당시부터 있었을 '타는 곳' 간판이 있는 에스컬레이터...


이 역은 꽤나 깊어서 내려가는 수단은 에스컬레이터 밖에 없었다.


역무원은 운임 구역 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 내려간 곳에 상주하고 있었다.

(무인역인 석대역을 제외한)다른 역에 있는 '고객안내센터'와는 달리, '역무안전실'이라는, 안전에 필수적인 업무만을 맡을 것 같은 타이틀과 함께.


에스컬레이터는 그 앞에서 방향을 꺾어, 승강장으로 내려가게 된다.


여기도 개통 당시부터 있었을 것 같은 표지판이...


그렇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지금까지 1호선을 타고 통과하면서 익숙히 봤던 섬식 승강장이 나온다.


때마침 도착한 다대포행 열차를 타고 서대신역을 빠져나간다.


'리미널 스페이스'라는 밈이 있다.

친숙한 공간 같지만 알 수 없는 위화감과 두려움을 자아내는 공간을 리미널 스페이스라고 하는데, 보통 이러한 타이틀을 달고 업로드되는 사진을 보면 '마땅히 사람이 있어야 할 듯한 시설물이지만 사람이 없는', 예를 들어 영업을 종료한 쇼핑몰 내부라던가, 그런 사진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지극히 무의식적으로 위화감을 주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러한 점에서, 일상적인 1호선 역 사이의 일상적이면서도 비일상적인, 서대신역을 좋아한다.


너무 오글거리는 중2병 말투로 쓴 것 같지만 맨 위에도 썼다시피 사실상 새벽감성이니 양해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