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5일, 춘천에서 시내버스 전면 개편이 있었음.


기존 춘천 시내버스는 지방 시내버스들이 으레 그랬듯, 읍면으로 들어가는 시내버스들이 시내를 경유하는 방식으로 운행되었는데, 이게 공기수송 문제도 있고, 춘천시가 저상 도입에 매우 적극적인 관계로(2012년 이후로는 저상 차량만 도입해왔으며, 그 덕분에 전체 시내버스 115대 가량 중 91대가 저상이었음.) 험한 시골길에까지 저상버스가 들어가면서 의도는 좋았지만 큰 저상버스가 들어가면서 수익성도 떨어지고(게다가 춘천시는 시역 자체는 넓음에도 시내와 연담화된 동면 장학리/만천리, 동내면 거두리 등을 제외하고는 읍면 인구가 2만 4천명으로 춘천 전체 인구의 8% 가량밖에 안 되는 읍면지역 인구 과소 문제도 존재함.) 차 관리도 힘든 문제가 있었음.


그리고 저런 탓에 시내 지역은 노선이 얼마 되지 않으며, 그나마도 배차간격이 넓고(춘천에서 가장 자주 왔던 7,9번이 배차가 15~20분...) 노선 굴곡도 심했음. 물론 지방 시내버스의 공통점인 열악한 버스 기사 대우와 고정된 노선 없이 오늘은 이 노선, 내일은 저 노선 돌아가면서 투입되는 차량은 덤.


결국 11월 15일 노선을 싹 뒤엎는 전면 개편을 했음.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느냐?


1. 읍면 노선 소형 마을버스화.


이제 읍면 지역에는 큰 시내버스가 아닌 작은 버스가 마을버스 면허를 받아 운행하게 됨. 이를 위해 소형 버스(현대 카운티) 30대가 새로 출고되었음. 다만 예외는 있어서, 관광수요가 많은 강촌유원지와 구곡폭포로 가던 50번과 50-1번이 09번 시내버스로 번호만 바뀐 채 유지되었고(두 노선의 차이점인 경춘로, 구 경춘로 경유는 그대로 유지됨.), 마찬가지로 관광수요가 많은 소양강댐으로 가던 11번과 12번이 그대로 현상유지되었음. 이들 마을버스는 '마을버스 봄봄'이라는 브랜드 네임이 붙음.

이들은 전부 춘천의 상업적 중심지인 명동 중앙시장에서 시종착하며, 이후에 설명할 환승센터 외에는 정차하지 않음.(초창기에는 환승센터에서 끊을 계획이었다가 시내에 시장보러 오는 수요가 대부분인 읍면지역 노인층의 반발로 현재같은 체계가 됨.)


2. 신도색 적용과 고정배차제.

(구도색. 서울 간선 도색과 유사한 파란색 떡칠임.)


(간선노선 차량 신도색. 민트색에 개나리색으로 포인트를 줌)




(지선노선 차량 신도색. 민트색에 하얀색으로 포인트를 줌)

새로운 도색이 적용되고, 그와 동시에 대도시 시내버스와 동일하게 특정 차량이 특정 노선에서만 운영되는 고정배차제가 운영되기 시작함. 춘천은 시내버스 회사가 하나라서 고정배차제를 시행하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했지. 현재 도농복합시 중에 고정배차제를 운영중인 곳은 포항, 경주(이 두 곳은 시내버스 회사가 하나.), 순천, 경산(이 두 곳은 시내버스 회사가 두 곳임.) 등이 있음.


3. 시내노선 간지선제 도입

시내노선에는 간지선제가 도입되어서 4개의 간선과 14개의 지선노선이 생김. 시내간선은 100,200,300,400번의 노선번호를, 시내지선에는 01~14번의 번호가 부여됨. 이 중에서 가장 주목할 노선은 300번. 춘천에 소재한 양대 대학교인 강원대와 한림대를 통과하는 노선으로 1947년 개교 이래 최초로 캠퍼스 내로 버스가 들어오게 된 강원대와(기존에는 등하교 시간대 한정으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밖에 없어서 정문에선 도보 20~25분간의 파워워킹이나 택시, 후문에선 명동으로 멀리 돌아가는 9번/9-1번밖에는 교통수단이 없었음.), 그리고 기존 춘천역-한림대간 버스가 40분 간격으로 다니는 12번밖에 없어서 이동에 많은 불편함이 있었던 한림대가 큰 수혜자가 됨.


4. 환승센터 설치

주요 교통스팟을 대상으로 환승센터가 지정됨. 중앙시장, 소양강처녀상 앞, 춘천역, 남춘천역, 시외버스터미널, 퇴계동, 후평동 이렇게 총 7곳이 지정됨.


5. 버스기사 2교대 근무 실시.

내년부터는 강원도 시내버스 최초로 버스기사 1명이 하루종일 일하고 그 다음날 쉬는 격일제에서 버스기사 2명이 오전과 오후 운행을 각각 맡는 2교대 근무가 실시될 예정임.


개편 2일째인 오늘까지, 시민들의 호응 자체는 그닥인 걸로 보임. 운행횟수가 는 곳도 많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운행횟수가 줄어서 불만인 곳도 있고(학곡리의 경우 기존 7,9,20,21번이 합쳐서 시간당 4~5대씩 들어오던 것에서 40분 간격의 시내지선 01번과 하루 몇 번씩 운행하는 몇몇 읍면 노선들만 남음. 기존에 과공급이던 지역이기도 했지만 너무 줄여버려 오히려 공급이 부족하다는 평. 그 외에는 강원대/한림대와 달리 춘천교대의 경우 오히려 개편 전보다 버스가 줄었다고 함.), 읍면 노선들이 환승센터 외에 정차하지 않아서(환승센터 외의 정류장이라도 이용하던 사람이 많은 정류장은 분명 존재하니.) 불만인 사람도 있는 걸로 보임. 생각보다 배차간격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도 있고(노선들이 거의 전부 개편 후에도 배차 15분 이내로 줄어드는 일이 없음.)... 이를 의식했는지 춘천시장도 어제, 중앙시장에 간 듯함.

물론 지금 개편한 걸 다시 원복하기에는 여러모로 힘들고, 개편 초기에는 사람들이 새로운 체계에 적응을 못해서 그런 면도 크기 때문에 빠른 피드백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