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인들이랑 청주동물원을 다녀왔음.

청주동물원은 청주시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공영 동물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꽤 북적거렸음.


청주동물원은 다치고 병든 동물들을 치유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는 동물원임.

동물원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인간 외의 동물을 구경거리로 삼기 위해 가두는 공간이기 때문에, 동물원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았음. 그러나 동물원에 있는 동물은 당장 꺼내놓는다고 하여도 야생에서 자력으로 생존하기 어렵고, 다양한 동물을 접할 기회가 드문 현대인에게 살아있는 동물을 직접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은 교육적으로 좋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임. 그리고 환경 변화로 야생의 서식지가 망가지고 있는 가운데, 제대로 된 시설이 갖춰져 있다면 오히려 동물원이 안정적으로 동물 종 보호를 할 수 있기도 함. 이러한 관점들 속에서, 청주동물원은 야생에서 살기 부적합한 상태의 동물들을 치유하고 보호하는 것을 전문 영역으로 삼아 동물원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음.

실제로 청주동물원은 서울대공원, 에버랜드 동물원에 이어 동물원 중 3번째로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받아서, 지역민을 주 수요층으로 하는 작은 동물원이지만 대단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반달가슴곰 사육장. 좁은 철장에서(그것도 바닥까지 철창으로 돼있어 서있기조차 힘든) 웅담 채취를 위해 길러지던 곰들을 구매하여 청주동물원에서 기르고 있으며, 곰들은 건강이 회복되면 지리산에 있는 방사장으로 갈 예정이라고 함.






요즘 청주동물원이 대인기를 끌게 만든 사자 바람이.

바람이는 김해의 부경동물원이라는 사설 동물원에서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있는 모습으로 살았다 해서 '갈비뼈 사자'라고 불렸음. 청주동물원에서 인수하여 조금 더 사자가 살 만한 환경의 사육장에서 계획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음. 그리고 갈비뼈 사자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바람이를 보러 오는 방문객들이 많아진 상황. 하지만 바람이의 위용을 제대로 보기 쉽지는 않은데 저렇게 우뚝 서있는 모습을 봤다면 운이 나쁘진 않은 셈이다.

바람이 말고 다른 사자도 있는데 아직은 공간을 분리해서 살게 하고 있다.



동물 추모관. 청주동물원에서 폐사한 동물들을 기리는 차원에서, 죽은 동물들의 명패를 만들어 달아놓았다.


미니(?)돼지도 키우고 있다. 어떤 집에서 딸이 부모님께 드릴 선물로 미니돼지를 사와서 그걸 길렀는데, 몸집이 비대해지자 도저히 집에서 키울 수가 없었던 와중에 청주동물원으로 왔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고자 한다면 생각없이 키우다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생태에 대해 이해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겠다.




수리부엉이와 참매도 있다. 날개에 부상을 당했다고 하며 우리에서 기르고 있다. 이렇게 구조는 되었으나 야생에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을 보호하는 공간이 있다.



청주동물원은 산비탈에 위치한 동물원이다. 비탈을 활용하여 좀 더 자연스러운 사육장을 조성하기도 하였지만, 탐방로의 비탈이 심하다 보니 가다가 넘어지지 않게 주의해서 가야 할 정도였다. 자연스레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관람은 더 힘들 수밖에 없는데, 부분적으로라도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해보려고 노력한 결과물이 바로 이 모노레일이다. 휠체어를 싣고 움직일 수 있다.



한 바퀴 돌고 내려오니 어느새 수달이 나와서 바위에 누워있다.


이외에 소개하지 않은 동물들도 여럿 있다. 청주동물원이라고 해도 기존에 전시용으로 기르고 있던 동물도 있는 것 같았다. 작은 동물들 위주로 있지만 호랑이도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동물이 살기에 최대한 알맞은 환경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참고로 입장료가 매우 저렴하다. 성인 기준 1000원이며, 2자녀 이상 가정은 무료이다.


청주동물원이 앞으로도 동물보호 전문 동물원으로 발전해나가기를, 그리고 온 국민이 아는 청주의 명소가 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