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보스토크를 구독하고 있다.

그날따라 유달리 눈에 들어왔는데, 주제도 하필이면 사라지는 나의 도시였다.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니 개발 속에 사라지는 옛 도시(옥수동광 서울 개발사와 희생)를 기록한 내용이었다.

당연히 옛 아파트들은 비판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사라지는 나의 도시 속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옛 아파트들은 재개발이란 명목하에 그 선조들처럼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나도 아쉬운 마음에 작가들처럼 조금이나마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첫번째 대상은 대한민국 최초의 아파트라는 충정아파트이다.




경의중앙선을 타고, 공덕역에서 5호선으로 환승했다.

그리고 충정로역에서 내렸다.

네이버 지도상에선 역과 거리가 멀어보였는데 막상 9번 출구로 나오니 바로 앞에서 날 반겨줬다.

많이 걷지 않아도 돼서 기분이 좋았다.


다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건물 사진 찍기가 생각보다 애매했다는 것.

그나마 괜찮은 곳이 김어준(...)씨가 차린 식당이 있는 건물이었다.

올라갈까, 말까 30분 정도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건물주로 보이는 아저씨께 허락맡아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

충정아파트 사진찍겠다하니 흔쾌히 허락하셨다. 정말 감사하다.

그래서 타이틀 사진을 무사히 찍을 수 있었다.



사진을 찍은 후, 주변을 기웃거리다. 벽 틈새로 자란 나무를 발견했다.

너무 신기해서 한 장 찍었다.



그리고 내부로 들어갈 찰나, 외부인 출입금지. 사진 촬영금지라는 문구가 발을 잡았다.

좀 갈등했다. 그냥 들어가서 찍을까.

결국에는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사며 관리진분을 뵐 수 있는지 여쭤봤다.

본인도 잘 모른다며 부동산에 가보면 알거라했다.



부동산에 들어가니 아저씨가 무슨 일로 오셨냐 물어보신다.

집 알아보러온 손님인 줄 알고 기대하셨을 거 같은데, 미안하게도 충정아파트 관리자 찾아온 사람이라...

그래도 친절하게 관리자랑 연결해주셨다.



관리자 분은 40분 정도 후에 부동산에 오셨다.

사진촬영을 꽤 내키지 않으셨지만, 취지를 간곡하게 말씀드리니 허락해주셨다.

사실 허락안해주시면 10만원이라도 쥐어드릴려고했는데 돈 굳어서 더 좋았다.

정식적으로 들어가 아파트를 쭉 돌아봤다.

시끌벅적한 바깥과 다르게 정말로 고요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사진을 찍으면선 느낀건 타인의 삶의 장소를 찍는다는 게 꽤 어렵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80년의 노장이다. 

사실 내 실력이 한참 부족한 것 대한 핑계겠지만.



사진을 찍고 집에 오는 길 많이 아쉬었다.

렌즈를 하나 더 챙길걸 그랬나. 작업 하는 도중엔 중앙에서 하늘을 한번 찍어볼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빨리 나왔나 생각도 들고... 



어쩌겠는가, 나는 이미 집에 와버렸고

시간은 이미 늦었다.

다음에 더 멋지게 찍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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