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언제부터였을까…….

 

어느 순간 갑자기 위상력이 사라져 가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때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 줄 알았다.

동료를 구하기 위해 크게 상처를 입었기에…….

하지만 컨디션이 나빠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위상력을 잃어가고 있었었다.

 

시간이 지나 내가 약해지자팀에서 도태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후회감만 들었다.

 

시간이 지났다…….

데이비드가 나의 실적과 위상력을 잃어가는 위상력 상실증을 이해해주며 도와주려고 했었다.

마지막으로 사람을 믿기로 했었다.

 

얼마 되지도 않았다…….

 

데이비드에게 배신당했으니 이제 나에게 남은 건 용의 왕이라 불리우는 아스타로트 뿐이었다.

 

마지막이었다…….

 

지키기로 했던 인간들을 배신하고 차원종에게 붙었기에 아니그들이 먼저 나를 배신했기에 나 또한 인간들을 배신했다.

 

하지만…….

 

이게 뭐야살려줘살려달라고!!”

 

그 끝은 참혹한 죽음이었다.

 

죽기 싫었다.

 

살고 싶었다.

 

출세해서 나를 배신했던 녀석들을 깔보고 싶었다.

위상력 상실증이라고 말하자마자 팀원들에게 도태되고 버려지니 모든 게 싫었었다마지막으로 믿은 데이비드에게 배신당해서 모든 게 싫어졌다다 죽이고 싶었다.

…….”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그들과 똑같았나.

당해서당했으니 똑같이 행동하다니.

마지막에 드는 생각이 후회라니나는 참 쓸모없는 A급 요원이었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나의 마지막 단말마를 끝으로.

나의 일생이 끝났다.

끝난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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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어떻게 된 거지난 분명 죽었…….”

 

빨리일어나~! 학교 지각하겠다!”

 

어느 여성의 소리를 듣자마자 갑작스레 머리가 심하게 아프면서 한 소녀의 기억들이 밀려 들어왔다후두부를 강하게 때리는 느낌뇌가 터질 것 같은 느낌눈알이 빠질 것만 같았고 속이 엄청나게 메스꺼웠다.

 

-!

 

아니 얘가입학식인데 아직도 쳐 자려고…… 수연아수연아괜찮니아이고 수연이 아빠! 119 불러요. 119!”

 

내 귀에 대고 외치는 엄마와 아빠언니가 들어온 뒤로 나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

 

얘는 좀괜찮은 가요선생님.”

 

지금 아무런 문제도 병도 없습니다잠깐 기절한 것일 뿐이니 좀만 기다려주세요.”

 

...

 

어제까지만 해도 잘만 떠들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니?”

 

...

 

괜찮다면서요근데 왜 지금까지 일어나지를-”

 

...

 

딸아제발 일어나주려무나…….”

 

...

 

…….”

 

낯선 천장이 먼저 눈에 보였다.

여긴 어디지나는…….

나는 김기태인가아니면 김수연인가.

 

… 눈 떴어요엄마!”

 

시끄러워…….”

 

나는 소리를 지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곳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김수련우리 언니였다.

 

얘가 일어나자마자 갑자기 그 소리야얼마나 걱정했는데…….”

 

미안해언니.”

 

진짜로 걱정을 많이 했는지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내가 그리 오래 잤었나?

 

언니…… 지금 날짜가 어떻게 돼?”

 

얘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소름 돋게 그러지 마나 심장 떨려서 죽어버릴 거 같다고.”

 

언니는 울먹이며 지금 당장이라도 대성통곡할 것처럼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근데 어쩌지진짜로 가늠이 안 되는걸왜 이렇게 됐는지를.

 

미안근데 진짜로 알려줄 수 있을까?”

 

흐윽너 기절한 지 3일 째고 지금 2009년 3월 5일이야.”

 

“2009년 3월 5.”

 

언니가 흐느끼며 답해준 날짜를 듣자마자 나는 생각했다.

 

과거로 돌아왔다다른 사람의 몸으로 말이다…….

 

이 소녀의 기억이 맞는다면 여기는 내가 아는 곳이 맞다갑작스레 세계 곳곳에서 차원종들이 게이트를 열어대며 지구를 차지하려고 침략당하고 있는 이미 한두 번 전쟁이 일어난 세계.

 

내가 아는 지구였다.

 

고마워언니.”

 

나는 방긋 웃으며 언니를 위로해 줬다고맙다고 말해줬다열심히 살겠다고 제대로 살겠다고 모든 것을 바로잡겠다고 약속하며 나도 언니와 같이 대성통곡했다그 사이에 병실 문 밖에서 전화하고 있던 엄마가 들어와서 3명 이서 대성통곡하다가 의사가 들어왔고 몸에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절차를 다 밟은 뒤 퇴실했다.

 

그리고 다음 날.

 

오늘은 괜찮지얘야.”

 

괜찮아학교 잘 다녀올게!”

 

같이 가자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오렴~”

 

그렇게 나와 수련 언니는 같이 등교했다.

언니는 17살이었기에 신강 고등학교를 들어갔고 나는 연화중학교에 들어갔다신강 고등학교는 특수 목적 고등학교로 지구를 침략하려고하는 차원종들을 물리치기 위해 만들어진 위상 능력에 선택받거나 영재인 사람들이 입학하는 엘리트 고등학교다.

 

김수련 언니는 위상력은 없지만 머리가 엄청 좋아서 신강 고등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했다부모님이 거는 기대가 크고 언니 또 한 자부심이 있는 걸까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반대로 나는 위상 능력도 없고 머리도 좋지 않았고체력도 또래 평범한 체력이었다언니 따라 신강 초등학교에 입학하긴 했지만공부하기도 싫고 운동하기도 싫었기에 솔직히 게임만 하고 싶었다.

 

엄청평범한 여중생…… 인가?”

 

보통여중생을 이렇게 안 살지 않나내가 만들어낸 상상속 A급 여중생이었나.

 

여하튼일단 몸부터 만들어야 하구만.”

 

전생의 기억인가아니전생의 기억이라기엔 너무 생생해솔직히 지금 김수연의 기억보다 김기태의 기억이 좀 더 이질감이 없었다

 

처음 정신을 잃기 직전에 김수연의 기억이 한 번에 밀려 들어왔을 때 김기태가 타인의 몸을 빼앗은 느낌이 들었었다뭔가 과거로 돌아와 다른 몸으로 회귀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러므로 나는 김수연이 아니다.

하지만김기태 또 한 아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한숨도…… 자진 않았고 잘 잤었다일어나보니 베개가 저 멀리 던져져 있었고 침대에 반 정도 걸쳐서 자고 있더라.

 

어쩔 수 없지일단정보와 그리고 몸을 만들자.”

 

다 방법이 있다왜냐하면 바람 검술은 위상능력자가 아니어도 쓸 수 있는 검술이니 말이다.

 

물론 재능이 없던 김기태는 위상 능력자가 되어서 초입인 산들바람 베기밖에 사용 못했으니 김수연이 만약 재능이 있다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상 능력자가 되어서 쓸 수 있었다 해도 10년동안 계속 써왔던 기술이었기에 금방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나는 양손으로 내 볼따구를 때렸다.

 

바로잡자기다려라 김기태너의 악행은 내가 막는다!”

 

물론 악행이라고 해도 약 2년 뒤에 배신당하고 저지르기 때문에 지금은 몸부터 단련한다!

 

그렇게 김수연의 일인 훈련이 시작되었다.

 

학교로 등교할 땐 전력 달리기.

그리고 수업 시간에는 미래에 김기태가 저지를 일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해결방안 찾기.

저녁 하교 시간에는 윗몸일으키기 100번 5세트팔굽혀펴기 100번 5세트스쿼트 100번 5세트, 30km 동네 크게 한 바퀴 돌기.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바로 자는 그런 루틴으로 1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절망했다.

 

김수연 또 한 김기태처럼 재능이 없는 일반인이었기에 바람 검술은 습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계속해서 나아갔다조금씩 아주 조금씩 앞으로 정진해 나아갔다.

못해도 하루 4시간 전력 질주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었고.

산들바람 베기를 못 해도 김기태 때 알고 있었던 바람 검술 초입부를 계속해서 익혀 나아갔다조금씩 아주 조금씩 기본기를 다지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수련하고 또 수련했다.

 

그리고 김수연이 되고 나서 1년 1개월이 지난 지금 2010년 4월 15.

 

평소와 같이 아침 조깅 도중에 다른 루트로 전력 질주하다가 골목길에서 어린아이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아 미안, TS물이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