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제국 채널

"꽤나 넓네요."


대청제국, 현재 전통적으로 '중원'이라 여겨지던 지역을 포함하여 동아시아의 여러 지역에 상당히 강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세계 유수의 대제국들 가운데 하나.

그런 대제국의 영토들 가운데 동남아시아 지역에 속하는 결코 적지 않은 영토의 통치권을 황제로부터 위임받은 젊은 총독은 타이 중부에 위치한 총독부 건물, 그 중에서도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서며 우측에 곧은 자세로 선 채 자신을 바라보는 본토인 무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말을 듣는 무관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는데, 그야 총독 본인의 고집으로 완성된 건물의 안팎은 식견이 얕은 편인 자신이 보기에도 외국의 총독부 건물들에 비해 넓거나 호화로운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건물의 전방에 위치한 작은 비석이 없어지기라도 한다면 이 건물은 머잖아 평범한 석조저택 정도로 여겨질 것이라 그는 확신했다.


"황제 폐하께서 하사하신 원래의 도면을 따르셨더라면 좀 더 쾌적한 환경이었을 겁니다만."


결국 그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최대한 정중한 화법으로 간언했으나, 그 말을 들은 총독은 잠시 고민을 하나 싶다가도 그야말로 최소한의 여지만을 남길 뿐이었으니.


"지금은 우선 이 정도로 만족하세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폐하께 충분한 성과를 보여드린 이후에는 제가 알아서 원안대로 건물을 증축하자고 제안할 테니까요."


이내 그 완강한 태도에 완전히 두 손 두 발을 다 든 무관은 씁쓸하게 웃으며 조금 더 생산적인 대화를 이끌어내기로 했다.


"그래서 앞으로 뭘 하실 겁니까?"


바로 그 질문을 기다려 온 듯, 총독은 전에 비해 훨씬 활기찬 낯으로 웃으며 한 단어를 내뱉었다.


"연락망!"


그 후 두 사람 사이에는 짧은 침묵이 흘렀다.

물론 그 이유야 명확했기에, 침묵을 주도한 쪽은 청자인 무관이었다.

분명 자신의 상관인 이 자가 제국의 주류 민족 출신이 아닌 조선계 이민자임을 자신 역시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중요한 언사를 겨우 한 단어로 요약해야 할 만큼 본토어 실력이 부족할 리는 만무했기에 좀처럼 이어지지 않는 뒷말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다행히 그의 예상대로 총독은 백치가 아니었던지라 이내 침묵의 원인을 알아채곤 멋쩍게 웃으며 뒷말을 모두 이었다.


"지금 본관이 위대하신 황제 폐하의 과분한 은혜로 광활한 영토를 다스리게 되었으나, 한편으로 나는 단신인지라 장차 그 모든 지역을 관할하기 벅찰 때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조금만 지나면 새로운 인재들이 등용되어 내가 통치할 지역이 크게 줄겠지만, 그때까지 원활한 통치를 위하여 각지의 도로를 정비하거나 필요하다면 새로 건설하고, 정책과 명령의 통지를 위해 자체적으로 파견할 하급 관리들을 대거 채용할 겁니다. 또한 라오스와 베트남 북부의 육로를 통해 본국과 연락하는 일에도 최대한 차질이 없도록 필요한 연락망을 완비하라고 교통부 담당관과 고용부 담당관에게 전달하세요. 마지막으로 우리와 함께 본국에서 넘어온 역부들만으로는 노동력을 제대로 충당할 수 없을 터이니, 본국 출신의 민간인들 위주로 최대한 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하세요. 물론 보수는 충분히 지급되어야 합니다. 가능하면 일당으로!"


총독의 일장연설이 끝나자 이제껏 그것을 가만히 듣고 있던 무관은 이내 입술을 달싹거리다 겨우 말을 꺼냈다.


"관저를 따로 짓지 않으신 이유가 있었군요."


처음에 자신의 상관이 이토록 쾌적하지 않은 환경에서 살 것을 고집하고, 동시에 함께 파견된 이들에게도 반쯤 강요했던 이유를 이제야 납득한 그였다.

지금껏 제국이 식민지를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에 따라 지출이 줄어들 수야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총독은 실로 엄청난 대공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무관을 보며 가볍게 웃던 총독은 이내 부드럽지만 강단 있는 어조로 명했다.


"빨리 움직이세요. 이미 시간이 충분히 지체되었습니다."


"예. 각하!"


우렁차게 답한 무관이 서둘러 제 집무실을 나가자, 홀로 남은 총독은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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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4년까지 걸릴 수도 있고, 여기까진 미리 아낀 초기 재정으로 충당합니다.

@극동로마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