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제국 채널

어느덧 시간이 유수와 같이 흘러 총독이 이 곳에 부임해 온 지도 이십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 있었다.

그간 타이의 동남아시아 총독부를 지키는 일을 그저 허송세월로만 여기지 않았기에, 그가 이룬 업적은 다소 화려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업적의 대부분은 자신과 함께 만리타향까지 건너온 20명의 관료들 덕에 이룰 수 있던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우선 도로 건설 후 우물을 개발해 상수원을 확충한다는 초안과 달리, 건설부 담당관인 왕핑(王平) 선생의 개입에 의해 메콩 강을 그 근원으로 하는 상수도 시설과 생활오수의 배출을 위한 하수도 시설의 건설이 도로 건설에 앞서 시행되었고 오염물을 어느 정도나마 걸러낼 정수 시설 또한 완공되었다.

잔국 각지에는 본토의 것 혹은 서구의 것을 본딴 의료시설과 학교들이 지어졌으나 예상과 달리 학교, 특히 소학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교원과 의료인의 경우 기존에 관행적으로 해당 직종에 종사하던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자격 인정 시험을 실시하여 합격자들에게 정식 자격증을 수여하거나 외국인 경력자들을 초청하였다.

그 외에도 법원의 설립 역시 이루어져, 각각 별도의 시험을 통해 각지에서 판사와 검사, 변호사를 선발, 배치하였고 범죄인의 체포를 위해 일반경찰대와 무장경찰대를 조직하였다.

이로써 그 이전까지 유지되던 각지의 자경단은 모두 해체되거나 양대 경찰대에 편입되었다.

이미 그 이전에 의사당이 완공되어 초대 선거가 열렸고 총 500인으로 이루어진 단원제 의회가 구성되어 민법, 일반형법, 상법, 행정법이 제정된 상태였으나, 이후 추가로 군형법과 선거법이 제정되었다.

모든 재판은 기본적으로 기본심, 사실심, 법률심의 3심제를 채택하며 체포와 수색, 재판 등에는 영장주의, 물증주의, 일사부재리 원칙, 독수독과원칙 등이 적용된다.

법률심을 관장하는 대법원의 판결은 일반적으로 불가역적이나 사실심의 판단에 오류가 있었음이 명백할 경우, 선고 전이라면 별도의 상고법원 위탁부에 제3심의 판결을 위탁하며, 선고 후라면 상고법원 재심부가 특별심을 개정하므로 예외적으로 4심이 열리게 된다.

신법률에는 사형과 신체형이 존재하지 않으나 범죄인은 최소 동전 50푼에서 은자 100냥의 재산형, 최소 1년에서 최대 50년의 자유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드디어 동남아시아 지역은 자체적인 법률을 통한 자치가 가능하게 되었으나 여전히 청에 반대하는 세력을 반국가, 반정부 세력으로 칭하고 국가 이념에 해당하는 헌법은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의회에서 제정하는 법률에 대한 내각의 절대적 거부권 행사와 황제에 의한 의회와 내각의 해산이 가능함이 명시되어 있는 등 여전히 청 제국에 종속된 식민지임이 명확하다.

이 외에도, 비록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적이긴 하나 대대적인 선전을 통해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어 주거지를 본토식 혹은 서구식으로 개량하고, 최소한의 치안이나마 보장받을 수 있게 했다.

군은 기본적으로 육군과 해군으로 분류할 수 있으나, 양대 사령부가 존재하는 형태가 아닌 여러 개의 독립된 군사조직 내에 육군 전력과 해군 전력이 병존하는 형태이며 이러한 군사조직들은 성원들의 거주 지역, 인종, 학력, 상비 여부 등을 통해 나뉘는 혼성군으로, 내각의 국방부 담당관이 총관한다.

언론의 경우 총독부 관영 언론사인 남방신민일보의 창간에 대항하여 민영 언론사인 자유시민일보와 동남아주보가 창간되어 지금껏 활동 중이나, 총독부는 이들이 청 제국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내용의 기사 등을 싣는지에 대한 기초적 검열만을 시행할 뿐, 비교적 양호한 수준의 자유도를 보장하는 듯 하다.

산업의 경우,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경공업 등은 직업적 수공업이나 수입에 의존하지만 예외적으로 중공업, 특히 군수공업의 경우 수입 기계를 통한 기계공업을 이루어냈다.

민간인의 도검류, 총기류 개별 취득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총기공장은 평시에 예비 물량을 비축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가동하지 않으나, 군복공장의 경우 고급 피혁 의류를, 군함 공장에서는 민수용 선박을 생산하기에 이러한 시설들은 평시에도 활발히 가동되는 듯 하다.

다만 이러한 공장들의 노동 환경은 높은 임금과 반비례한다 싶을 정도로 열악한데, 노동 시간만 평균 15시간에 달하는 데다 타국에 비하더라도 아동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심한 편이며 범죄인들의 경우 형무소 내의 노동 외에도 이러한 공장에 파견되어 무급 노동으로 혹사되기도 한다.

예산 확충 과정의 경우, 초기에는 총독부를 얕본 일부 토호들이 자산을 신고하지 않았다가 전액을 몰수당하기도 하는 등 피바람이 분 끝에 안정적으로 잉여 자산을 분배하게 되었고, 취업자가 늘고 소득이 오름에 따라 점차 재정 전반이 안정화되어 갔다.

이뿐 아니라 지역의 명산물을 수출하고 역으로 필요한 것을 수입하는 무역과 자연 경관을 활용한 관광 산업 또한 제법 성공적으로 육성되었으므로, 현재에는 대다수의 신민이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