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이 다룬단 것부터 찢고싶었지만 내용들이 모두 맑스주의와 공산주의 방법론들에 대한 허상때리기,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공허한 찬양뿐이라 간신히 갈피를 잡고 "이래서 내가 공산주의자가 되었다"란 결론을 잡을 수 있었다.


도서관에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의 붕괴에 살아남기 위해 차를 집으로 삼게 된 생존자들의 이야기인 노매드랜드도 같이 있어서 번갈아가며 봤는데 한쪽은 경제적 자유니 좌파적 퇴행이니 뭐니하며 낡은 레코드같이 웅얼거리는 반면, 한쪽은 이제 자본주의든 자유주의든 우릴 지킬 생각이 없고 노골적으로 희생시키는, 그리고 그 희생양이 된 죄없는 노인들과 그들의 뒤를 따라가게 될 미국의 서민들을 정면으로 비췼다.


금융쟁이들의 일들보다 더 가치있는 일, 정확히는 금은방을 30년은 해온 아버지가 끝내 완전히 그걸 접고 대리운전을 하려고 점심 저녁에 나가 새벽에 돌아오시고 돌아온 뒤 어머니와 마주치면 경제 사정에 대해 한탄하며 싸우고, 끝내 음식점들의 식료품 트럭을 모는 승하차 기사가 된 것을 보고, 과거를 이야기하며 꽤 낭만적인 기술직이라 생각한 금은방에 대해서 스스로 가치없었다고 깎아내리는, 이제 60줄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자라서 그런지, 한쪽은 그저 뇌 없는 지식인들의 찬양으로만 보이고, 한쪽은 내 아버지가 겪었고 또 내가 겪게 될지 모를 좆같은 미래로만 보이더라.


그래서 내가 공산주의자가 되었다. 최소한 난 경제의 자유를 빙자한 강도짓을 강도짓이라 비난할 도덕적 자유를 가진 인간으로 자라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