념글 고추잡채 댓 보다보니 생각난거.

잡채라고 이름이 붙은 이유 자체가 잡다한 채소가 들어간 요리라 잡채(雜菜)임.


고추잡채라는 이름 역시 중국에서는 청초육사(칭자오러우쓰, 靑椒肉絲)

즉, 고추와 돼지고기 실 볶음이다.

여기서 잡채라는 의미가 고기와 야채를 섞어서 만든 음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잡채는 궁중에서 먹던 일종의 나물이나 채소, 고기들을 한데 섞어먹는 음식이었음.

특히, 궁중요리다보니 당연하게도 전국의 특산물로 만들어지던 음식이다보니

여러 나물을 모두 다 섞어넣고 간장으로 간을 해서 만드는 음식.


즉, 현재의 잡채에 간장으로 간하는 것이 여기서 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음.

당면은 당연히 넣지 않던 재료임.


애초에 당면이라는 것, 즉 국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고

(정확히는 북부지방에서 주로 국수를 먹어옴. 남부 지방에는 쌀이 있었기에 밀을 먹을 필요가 없음.)

첫 당면 공장이 황해도에서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당면이 들어간 잡채 역시 그 이후로 만들어졌다는게 정설로 통함.


이렇다 보니 당연하게도 잡채를 만드는 정통 방식 역시

1. 모든 재료를 얇게 채썬다. (젓가락으로 먹는 궁중음식 역사답게)

2. "각각" 재료별로 밑간과 조리를 진행한다.(볶을거 볶고, 데칠거 데치고 등등...)

3. 밑간과 조리를 끝낸 재료들을 한데모아 그대로 다시 무치면서 최종적인 간을 한다.


현재는 한번에 끓여서 볶는 형식이 유명해졌지만

직접 해서 먹어보면 맛이 다른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음.

정통 방식의 경우 각각의 야채, 당면 등이 밑간이 되있기 때문에

간장 이외의 맛도 날 뿐더러, 각각의 야채의 맛이 다 남.


그러나 한데 볶은 최근 방식은

우선 그냥 적당히 섞인 평범 또는 급식에서 먹던 맛이 남.

더욱이 잡채가 식을 경우, 또는 식혔다 다시 덥힐 경우 맛이 극명히 차이남.


이는 잡채를 만들 때 따로 조리하지 않을 경우

오버쿡 또는 조리가 충분하지 않은 것들이 생기기 때문에


(대표적으로 당면이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당면이 불어터지거나,

야채의 식감이 흐물거리거나, 간이 약해지는 상황)

진짜 잡채를 잘 만들었는지 확인하려면 식혔다 다시 덥혀서 먹어보면 됨.


길긴 했지만 쨌든 요붕이들도 한번쯤 직접 잡채를 정통 방식으로 해먹어보면

엄청 맛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임.

그리고 잡채는 1인분을 하든 100인분을 하든 양 차이만 있지

번거로운 건 같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대용량으로 만들자.


참고) 레시피

당면 500g(자른 당면 1봉), 돼지고기 (안심, 등심) 또는 소고기 (우둔살, 설도 등) 잡채용 200g,

당근 1/2개(약 150g), 시금치 1/2단(약 200g), 버섯류 약 200g(새송이버섯 기준 약 2개),

양파 1개(약 250g), 다진 마늘 50g, 간장, 설탕, 소금, 후추, 참기름, 참깨 또는 깨소금, 식용유.


※ 아마 용량이 다를 수도 있으니, 적당히 요붕이들 입맛에 맞춰보자.


1. 고기, 당근, 양파, 버섯을 적당히 채썰고, 시금치는 밑동을 딴다.


2-1. 시금치는 끓는 물 또는 기름에 약 30초간 데치거나 볶는다. 이때, 데친 시금치에 소금으로 적당히 밑간을 한다.

2-2. 당근은 식용유에 볶아 부드럽게 씹히도록 하고, 양파는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볶으면서 약간의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
2-3. 고기는 기름에 소금 또는 간장, 후추, 설탕과 함께 갈색이 될 때까지 볶는다.
※ 이때, 밑간의 맛은 "아, 이거 좀 더 간 해야되나?" 싶어야 완성할때 간이 맞는다. 아니면 겁나 짠 소태가 된다.


3. 당면은 미리 물에 약 30분 불려두고, 시금치를 데친 물에 이어서 약 2분 삶았다 체에 건진다.
(모르겠으면 적당히 휘어졌을때 먹어보고 심이 안씹히면 건지자.)


4. 당면의 물기를 잘 털고, 보울에 전부 넣고 무치면서 간장, 설탕, 참기름, 참깨 등으로 간을 맞춘다.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기서 최종 간을 하기 때문에 밑간을 세게 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초보라면 밑간을 간이 안날 만큼 (대략 1/2티스푼씩) 하고 뒤에서 전부 간해버리자.


이상 잡채에 대한 설명이었다.
아마 겁나 요약하거나 지식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 있음.

적당히 걸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