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자다가 문자 알림 소리에 일어났는데, 집앞 마트에서 세일 홍보 문자가 왔더라구요.


근데 시금치가 한 단에 1000원인 거예요! 평소에는 3000원 정도 하던 게 갑자기 1000원이라니, 전 오늘 큰맘을 먹고 시금치를 사 왔습니다.


시금치는 데치면 크기가 확 줄어든다는 모친의 말을 기억해 세 단을 샀습니다. 이 정도면 반찬통 하나 정도 딱 맞게 나와서 1주일은 거뜬히 먹겠지 싶었죠.

이때 멈췄어야 했습니다...

아무 것도 몰랐던 저는 시금치를 손질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든 겉잎들은 떼어주고, 밑둥을 제거해 줬습니다.

손질하니까 더 많아 보이네요.
이때부터 뭔가 삘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고된 노동과 함께 하루를 마감할 것 같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몰려 왔습니다.

그래도 판을 벌렸으니 끝내긴 해야죠. 볼에 물을 받고 시금치를 넣어 흔들며 씻어줍니다. 이러면 뿌리 쪽의 흙이 제거됩니다.

전 마땅히 큰 볼이 없어서 냄비에 했습니다...

그리고 새 물을 받아 소금을 조금 넣고 끓여줍니다. 소금을 넣고 데치면 시금치가 파래져서 보기 좋습니다.

이렇게요!
20초 정도 데친 시금치는 건져서 찬물로 헹군 후, 손으로 물기를 꼭 짜 줍니다. 근데...



이렇게 많이 나올 줄은 몰랐죠;;; 분명 줄어든 건 맞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줄어들어서 놀랐습니다...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죠.

시금치 3단을 기준으로, 다진마늘 1.5스푼, 국간장 2.1스푼, 잘게 썬 대파 흰대 반 줌, 설탕 0.8스푼 정도를 넣었습니다.
소금은 나중에 간을 보며 조금씩 넣기로 합니다. 설탕 대신 매실청을 써도 괜찮을 것 같네요.

근데 잘 보시면 그릇이 볼이 아니라 볶음팬입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죠...? 제 집엔 큰 볼이 없다구요... ㅠㅠㅠ

네... 무쳐야 합니다... 해 내야 합니다...

나물을 무치는 방법은 일반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나물의 일부를 잡고 들어올린 뒤, 약하게 탈탈 털으며 나물 사이사이에 양념이 배도록 해야 합니다.

간을 보며 마늘, 소금 등을 넣어줍니다. 양념을 더 친 경우에는 3분 정도 충분히 섞어준 다음에 간을 보셔야 합니다.

소금과 간장의 염분 때문에 물이 점점 나옵니다. 시금치를 촉촉하게 유지하기 위해 물은 버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15분 동안 열심히 무치면...

의도치 않은 5인분 대용량 시금치나물이 완성됐습니다...

이걸 저 혼자 먹을 수도 없고, 이거를 들고 서울에서 수원 본가까지 내려가야 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고민 끝에 찾은 해답은...

대학교 과 동기들에게 나눠주는 거였습니다... 제가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어서 금방 갈 수 있거든요.

과 톡방에 메세지를 보내고 인스타 스토리에도 사진을 올리니...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동기들이 읽어주고 시금치를 받고 싶다고 연락을 많이 보내 주었습니다.

글을 올린 지 3분 만에 여러 분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얼굴도 못 본 사이인데 다들 흔쾌히 연락을 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ㅠㅠㅠ

제가 별도의 반찬통을 사서 두 분께 나눠 드리기로 했습니다. 두 분 모두 기숙사에 살고 계셔서 빠르게 가져다 드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톡방에는 열혈한 성원과 완판에 대한 감사 인사를 올리고,

인스타 스토리에도 감사의 글을 올렸습니다.
*운항과 아니고 운항'학'과입니다. 잘못 썼네요...

저는 일요일에 학교 기숙사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너무 설레네요 ㅎㅎ...

오늘의 교훈은 첫째, 나누는 건 좋은 것이다, 둘째, 눈대중과 감은 무서운 것이다, 셋째, 요리하는 자취생은 인싸가 될 수 있다, 입니다.

시금치나물은 밥반찬, 비빔밥 재료, 김밥 속 등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시금치 세일하는 날에는 여러분도 나물을 만들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