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사람이 여름에 가장 조심해야 할 건 바로 식중독이죠. 상온에 뭔가를 꺼내 놨다간 식중독균이 급속도로 번식해 식중독에 걸릴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섭씨 0~3도에서의 냉장보관 혹은 냉동보관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저는 그러지 못하는 처지입니다. 자취방 기본 옵션으로 제가 사용하고 있는 냉장고는 아파트에서 쓰는 대형 냉장고와는 달리 아주 작아서 보관할 것들이 많이 못 들어갑니다. 장아찌, 김치, 기타 반찬, 장류, 유제품, 채소와 약간의 소스를 넣으면 냉장고가 꽉 찹니다. 평소에 김치를 비롯한 반찬을 거의 안 먹어서 한 번 만든 반찬은 3~4주 정도 먹고, 채소도 보관 기간이 기본 2주는 넘어갑니다. 게다가 시금치나물 편에서 보셨듯 제가 손이 아주 큰지라... 국과 찌개는 4~5L짜리 냄비에 크게 한 번 끓이고 기본 3일을 두고 먹습니다. 기본적으로 만드는 양도 많고 냄비도 커서 가뜩이나 작은 냉장고에 들어가지도 않고 냉동고도 꽉 찬 상태라 상온보관 밖에 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지금은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데도 재료 소진 속도가 더딘데, 다다음 주에 오프라인 개강을 하면 집에서 밥을 안 해 먹는 날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채소와 반찬들이 썩어가겠고 또 먹을 것도 없어지겠지요... 이러다가 식중독 걸려서 공부도 못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국과 찌개를 한두 그릇 분량만 끓여서 매일 새로운 걸 끓이거나, 아니면 아예 국물류 없이 밥상을 꾸릴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한식 러버인 저에겐 너무 안타깝지만 식사 스타일을 양식으로 바꾸면 어떨까도 생각해 봤구요. 1인용 냉장고를 사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더라구요. 기본이 10만원이라 ㅠㅠ... 일단 지금 냉장고 안에 쳐박혀 있는 반찬들을 싹 정리해 보겠지만 공간이 많이 생기진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뭔가를 해야 하지만 이도 저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네요...


역시 요리하는 사람은 여러 명이서 같이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재료 소진도 팍팍 되고, 냉장고도 넓은 걸 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 미래에 가질 직업 특성상 누군가와 함께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게 참 아쉽네요...


이상 식중독균이 생기지 않도록 된장찌개를 졸이다가 든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