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요붕이들.

그간 시답잖은 업무에 시달리다

간만에 이틀의 휴무를 얻게되어 기분이 좋다.



여하튼 여유가 있어 오랜만에 특식을 하고자 하여

피자를 만들기로 했다.

저번에 토마토스프 한 솥 끓여놓은걸

스프로 다 먹을줄 알았는데

은근 산도가 있는 음식이라 그런지

아침공복에 먹으니 속을 갈구더라.

사실 고기가 없어 문제지 않을까 한다만은 여튼간에.



집에서 피자를 만들기란 퀄리티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

그저 또띠아에 시판 토마토소스발라

치즈만 얹어 전자렌지 돌리는 수준에서부터,

밀가루부터 반죽을 치대 도우를 만들고

각자 토핑을 개별준비하는 수준까지 올라간다.

본인은 집에 아무런 제품이 없기에

밀가루부터 시작한다.



피자에 관한 여러가지 사항은

토미 제미냐니 저, 피자바이블이라는 책을 참고하였다.

이름 왜이렇게 재미나니 ㅋㅋㅋㅋ



여튼 이 책의 저자는 피자 반죽의 수분율*이

(*밀가루대비 들어가는 물의 양)

보통은 62~65%를 이루지만 자신은 66~68정도의

묽은 반죽을 선호하며 이렇게 할 경우

빵이 좀 더 탄력적이고 보드랍게 나온다고 서술한다.



수분이 많을수록 좋다니.

그럼 본인은 과감하게 수분율 70%로 도전하겠다.



씨발.


무슨무슨 세계피자대회 8회 우승자가

70%안한다면 이유가 있다.

착한 요붕이는 지식의 선진의 말을 잘 따르도록 하자.

그리고 본인은 상남자이니

덧가루를 첨가하여 반죽을 되직하게 만드는

게이짓은 하지 않는다.

이대로 반죽을 계속하겠다.




기계가 없을 중세 빵쟁이들의 팔뚝이 여간 기합이던가.

글루텐이 생성될 때 까지 계속 치대겠다.

반죽 양도 적어 바닥에 손바닥을 비비듯이 반죽하는것이

마치 사일런스 스즈카의

전면 갈빗대를 문지르는듯 하였으나

흘린 땀이 바닥에 은하수를 이뤄갈 즈음

결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글루텐이 만들어지면 탄성이 생겨

어느정도 반죽이 뭉치기 시작한다.

저렇게 얇게 핀 반죽이

반투명 할때 까지 찢어지지 않으면

어느정도 반죽구실을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요즘 날도 덥고 하니 그저 뚜껑만 덮어 발효를 시작하겠다.

여름날에 제과를 할때는 스콘반죽의 버터가 녹고,

티라미수 마스카포네가 분리되는등

주방 온도가 높아 아주 개 지랄이 나더니

이럴땐 좋구나.

현명한 요붕이라면 여름엔 제과가 아닌 제빵을 하도록 하자.



이제 발효될동안 속재료들을 준비하겠다.




저번에 끓였던 토마토 스프이다.

간을 약하게 했던것이 아주 좋은 선택이었던것 같다.

이대로 졸이면 딱 소스간에 맞겠다 싶은 간이라

물성이 찐득하게 되직해질때까지 졸여주겠다.

본인은 살짝 매콤한 소스가 좋아서

추가로 청양고추가루를 첨가하였다.


이 스프의 레시피가 궁금하다면

이전의 "토마토 스프 조졌다"글을 참조하도록.

여러 글을 썼지만 언제 한 번 베라에 갈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마침 운영자가 요리챈 베라컷을 높여버렸다.

이것은 명백한 견제이며

운영자가 가진 나를 향한 두려움이다.

사실 나는 그렇게 념글에 대한 욕심이 없다.


추천이나 누르고 가라.




소스로 사용할 수 있을만큼 맛있게 졸아들었다.

애초에 건더기가 많은 스프였으니만큼

토마토 덩어리들이 살아있으나 부드럽게 부서진

아주 절묘한 느낌의 소스가 완성되었다.





발효가 되어 빵빵레후인 도우를 찍는것은 국룰이거늘

그걸 까먹고 안찍어버렸다.

여하튼 날이 더워 그런지 기가막히게 발효가 된 도우를

덧가루를 묻혀 손에 안붙게 떼어내어

작업대에 놓고 큰 기포를 빼주며 피자 모양으로 성형한다.



이때 피자를 만든 경험이 별로 없다면

실수를 하기 쉬운데,

그저 중간부분을 계속 손으로 양쪽으로 벌려

원형을 만드려고 하면 중간은 한없이 얇아지고

끄트머리는 바게뜨마냥 굵어져 결국엔 도넛이 된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려면

처음 2~3회만 중앙에서 퍼트려주고

손으로 반죽을 착착 눌러 납작하게 해준다음

중앙에는 더이상 손을 대지 않고

원형 반죽의 지름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양 손으로 작게작게 계속 펴주어야

끝부분과 중앙이 얼추 비슷한 두께를 이루게 된다.

물론 ㅈ고수들은 날리면서 피자도우를 펴지만

나는 상남자의 수분율 70%반죽이기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위 사진은 기타 속재료들이다.

닭가슴살은 만능으로 사용가능한

하림 개별 냉동 닭가슴살을 하나 해동하여

어느정도 두께있게 썰어

소금, 후추, 바질, 오레가노로 밑간하여

쥰내 센불에 달궈진 프라이팬에서

미디움 레어정도로 볶아낸 것이다.


이렇게 먼저 볶는 이유는 두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가정용 오븐의 성능적 한계로

생고기를 완전히 익히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고기가 냉동이니 만큼 날 수 있는 닭냄새를

강한불에 플람베하듯 볶으며 휘발성 냄새를 어느정도

날릴 수 있어서이다.

다른 요리에 들어가는 고기들도 이렇게 해주면

훨신 깔끔하게 고기를 즐길 수 있다.

고기를 맛있게 먹고싶다면

센불에 초벌은 항상 해주도록 하자.





소스는 넉넉하게 발랐다.

간이 세지않아 부담이 없을 뿐더러

인공적인 추가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소스라

양이 많아도 거북함이 없다.

시판소스같이 짝짝 붙는 기똥찬 맛은 없지만

그만큼 물리지 않기 때문에

무한으로 즐겨요가 가능해지며

양식이어도 깔끔하여 정말 식사처럼

밥을 먹었다는 기분이 든다.




그 위에 치즈를 한봉지 다 뿌리고

초벌한 닭가슴살, 얇게 썬 양파를 올렸다.

피자에 양파가 굵은 경우가 있지만

그런 피자를 먹을 때마다

씹으면 양파가 덜익어 매운맛이 나고

억지로 우적우적 씹어야되는 이질적인 식감이 나서

본인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리고 파마산을 전체적으로 듬뿍 뿌려주었다.

아무래도 모짜렐라만 쓰면 맛이 심심하긴 하다.





필자가 사용중인 전자렌지겸 오븐은

최대 온도가 230도 정도라 12분을 돌려주었다.

성능이 좋은 오븐은 온도가 더 올라간다.

피자의 경우 330~340도 오븐이 베스트라 생각하니

온도를 올릴 수 있는대로 올리고 굽는것을 추천한다.

물론 온도가 저만큼식 올라간다면 4~5분만 구워도

충분히 맛있게 그을린 피자가 나온다.







과연 이걸 몇번이나 쓸까 싶다가도

지름신이 내려 질러버린 피자판에 플레이팅하였다.

살때만 해도 쥰내 큰것같아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딱맞는사이즈 샀으면 후회했을뻔 했다.

피자판을 살까 고민을 하고있는 요붕이가 있다면

집의 오븐팬보다 한치수 큰 사이즈를 추천하겠다.

나름 스케일있는 요리를 즐겨한다면,

피자팬 하나쯤 있는게 상당히 좋다.

스테이크 같은것도 가니쉬와 함께 널부러놔도

플레이팅처럼 보이는 마법이 부려진다.




개인적으로 치즈가 적은것 같아 아쉬웠으나

결과물을 한입 베어무니 생각보다 치즈가 풍부했고,

양파는 얇게 썰어 완전히 익어 달콤한 풍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또 닭가슴살은 적당히 잘익어서

아주 촉촉하고 부드러운 상태였다.

그리고 밑간을 해두고 꽤 시간을 두고

염지를 해둔 덕인지 속까지 간이 잘 배어

재료가 따로 논다는 느낌 전혀 없이 아주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 풍부하면서도 과장이 없는 소스맛이

청양고추의 매콤함과 어울려 기가막히게 깔끔했다.

그리고 날이 더워그런지 발효가 평소보다 잘되어

빵이 미친듯이 잘나왔다.

여태 구운 피자중에는 가장 빵이 부드럽고 맛있었다.

이 피자를 축구에 빗대보자면

손흥민처럼 스타 플레이어가

원맨쇼를 하여 이기는 게임도 재미난 게임이지만

모든 선수가 모나지 않은 완벽한 협력플레이로

경기를 압도해나가는 게임을 한편 본,

그런 생각이 드는 맛이다.



마지막으로 빵에 대해서 한마디 더 얹자면,

이 빵이 고점은 아닌것이

피자 바이블의 저자인 아이코 재미나니 형님께서는

풀리쉬반죽*을 이용하여

(*수분율이 80~90%에 달하는, 이스트를 넣고 저온 장시간 발효한 반죽. 이스트 대신 이 반죽을 새로만든 반죽에 넣고 치대어 이스트를 대신하여 급하게 발효되어 나는 발효취가 날 확률을 줄이고 탄수화물이 부드럽게 호화되어 풍미가 더해지는 고급기술)

피자도우를 만드는 것을 강력 추천하고 있으나

당신이나 집에서 이렇게 하십시오 소리가

절로 나오는 과정이기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이렇게 집에서 피자를 만들게 되면

반죽값 500원,

치즈값 3500원,

소스값 1000원,

닭가슴살 및 기타 양파쪼가리 1000원.

총 6000원으로 라지~패밀리정도 되는

피자를 맛볼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음식이라하지않을 수 없다.




물론 이만큼의 땀은 흘려야 한다.




본인은 현재 제로콜라와 함께 피자 반판을 조지고

가족이 퇴근하는것을 기다리고있다.

남은 반판은 알아서 나눠먹겠지 뭐.


여하튼 긴글 읽어주어 고맙고

요붕이들 항상 맛있는것 많이 먹으며 행복하길 바란다.

내일도 지랄맞은 출근을 해야하기에 이만 글 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