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출근 전부터 성질을 긁는 일이 오질나게 많은날.


퇴근하고 집에 가서 그 일을 다시 마주치려니

속이 오질나게 긁혔던 것이다.


하지만 퇴근 전, 문제의 원인께서

오늘 외출하여 외박을 한다고 하니

오호통재라 바로 파티의 시작이다.


늦은 퇴근으로 인해 마트는 문을 닫았으니

평소에 자주가던 편의점으로 발을 옮겼다.




자주가는 편의점에서 치킨꼬지를 사먹을 때

매번 나의 눈에 추파를 날리던 칼바사가 있었다.


칼바사란 기본적으로 맛이 보장된 놈이란걸

내 알지만서도 이놈이 그렇게 내 눈을 끌었던 것은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았다.

이시국 물가에서 님섡을 내는 놈인지라

보통내기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늘은 파티니 용기를 내어 카운터로 가져가니

6500원을 달라고 하더라.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맥주 한캔과 함께 그대로 납치했다.



구매 후 이놈의 꼬롬하게 휜 자태를 보고 있자니

영문 이름이 내 눈을 강타했다.

아쎄이..! 기열바사!!

내 이리 기합찬 이름은 처음 보는지고 싶어

본인도 기합 바짝 넣고 바로 요리를 시작하겠다









재료는 별 특별한 것은 없다.

왜냐하면 집에 별 특별한 재료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해병의 요리이다.


필자는 면제 아쎄이라 해병과 해병문학에 관하여

조예가 깊지 않지만,

신성한 칼라처럼 생긴 기열바사가

나에게 모든 해병생각과 모든 해병감정을

함께 나눠주었다.





나의 해병 사이오닉 퀀텀 6.5인치 유틸리티 나이프로

모든 재료를 다듬었다.


마늘은 통에서 절반만 잘라

식감을 가진 건더기상태로 먹을 수 있게 하였고,


표고는 트러플 마냥 정말 얇게 쳐내었다.

국산재료라 은근 무시당하는것이 표고라 생각한다.

국, 볶음 등에 표고가 들어갈 때

진짜 얇게 쳐서 넣으면

그 특유에 팅글탱글한 식감이 얇음 사이에서

극한으로 살아남아

마치 정말로 트러플인 마냥 재미난 식감을 주며

향조차 굉장히 향기롭고 강한 편이라

생각보다 엄청나게 고급진 느낌을 살릴 수 있다.

먹어보지 않았다면 시도해보길 바란다.

츄라이 츄라이.





볶음요리에서 감자를 익히기란

여간 기합이 필요한 것이 아닌데,

이것을 간단하게 때우는 방법은

바로 전자레인지에서 미리 익혀버리는 것이다.


저정도 두께에서 뚜껑을 덮어

2분 30초만 돌려주어도

그냥 바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딱 좋게 익어버린다.

필자는 버터감자가 되라고 버터도 몇조각 올렸다.







이제 기열바사를 포함한 모든 아쎄이들이

무쇠 팬 안에서 뜨거운 전우애를 나누도록

독려해 주겠다.


내가 선택한 기열바사 볶음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도록.







이렇게 모든 과정이 끝났다.






기열바사의 지도 아래

모든 재료가 해병정신이 깃들어

기합찬 상태의 볶음이 되었다.







간 볼때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소스가 정말 맛있다.

만들 때 부터 저렇게 볶은 한팬을

그저 술술 다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글을 이쯤 다 쓰고 나니

비어가는 접시가 한접시 더 하지 않겠냐고 추파를 던진다.

그것은 아직 밤은 길다는 신호인가,

하루 자고가라는 꽃뱀의 신호인가,


남은 볶음을 다 먹었는지 안먹었는지는

슈뢰딩거에게 문의하면 답해줄 것이다.



자고로 저 맥주는 파울라너 뮌헨 라거이다.

잘보면 캔에 HELL이라 적힌 것을 볼 수 있는데

저게 뮌헨 동네에서 자기동네 줄여부르는 약어랜다.

어떻게 도시가 HELL;; 인천도 아니고;;


여하튼 맛은 기가막힌데

라거인데도 결코 가볍지않게

묵직하고 달콤한 베이스가 깔리면서

밀맥 특유의 풍부한 탄수화물향이 올라오고

끝맛으로 바나나가 치는,

정말 묵직한데 잘넘어가는 그런 맥주인것 같다.

웬만한 향과 맛은 압도하는 기열바사 볶음과 함께해도

결코 그 맛과 향이 죽지 않으면서

강한 안주와 쌍벽을 이루며 쉬지않고 질주하는

그러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이번 글은 읽을거리라는 탭이 부끄러울 만큼

글을 잘 쓰지는 못한 것 같은데

잘 알지도 못하는 컨셉 잡은것이 원인인 것 같다.

다음은 잘 아는 컨셉인 우마뾰이에 관하여 쓸까 싶다가도

고작 당근으로 컨셉잡으며 할만한 요리를 할 생각은 없으니

기각하도록 하겠다.



아무튼 긴 글 읽어주어 고맙다.

요붕이들 맛있는것 많이 먹고 행복하길 바란다.



아, 달콤 짭짜름했던 기열바사의 추억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