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군기지가 있던 용산등의 부대찌개집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메뉴로, 모둠 스테이크라는게 있음.

이름은 스테이크지만 실제로 스테이크와는 거리가 멀고, 부대찌개에 들어가는 소시지와 햄, 그리고 베이컨과 소고기 덩어리. 채소로는, 양파와 감자등을 넣고 버터도 아닌 마가린에 구워 먹는...소스 없는 부대볶음, 혹은 햄으로 재료를 대체한 찹스테이크에 가까운 묘한 음식임.


때는 무엇이든 미제가 최고라던 시절.

미군 기지에서 유출된 햄이나 소세지를 가져와 부대에서 나온 고기라 하여, '부대고기' 를 구워 파는 집이 여럿 생겨났음

이후에 이 부대고기 집들은 그런 부대고기를 때려넣고 끓인 부대찌개를 주력 메뉴로 취급하기 시작했고, 전국적으로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지만, 이 기묘한 '스테이크' 만큼은 그 당시의 노포 부대고기집 정도에서만 찾아볼 수 있지.


맛 자체는 딱 생긴 그대로임, 그냥 햄이랑 소시지 대충 구워놓은거...식당에 따라 스테이크 소스를 뿌려주거나, 마늘향 나는 조미료를 뿌려주거나 하지만 결국 죄다 공산품을 조합한 것에 불과함.

옛날 그 시절에야 두툼한 미제 소세지와 햄 따위를 구하기 힘들었기에 나름 특식에 속하는 음식이었지만, 지구 반대편의 식재료도 핸드폰으로 간단하게 주문할 수 있는 지금은 식당에서 사먹을 이유가 없는 음식이 됐지.

너무 뻔하고 특별할 것 없는 맛인지라, 굳이 취급하는 집도 많지 않은데다가, 원조집인 용산 등지의 부대고기 집에서 파는 것들은 또 가격이 너무 비쌈.


한국 식문화의 과도기때 탄생해, 이제는 점점 사라져가는...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전한 요식업 환경을 실감하게 해주는 그런 음식.

간만에 옛 부대고기집을 찾아가, 모둠 스테이크 중자에 술 한잔 들이키다가 얼큰한 부대찌개를 주문해 식사로 마무리하고 싶어지는 그런 날이다.


본인틀딱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