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겨울,

나는 기차 여행을 다녔다


자유이용권을 끊고 

발 닫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새벽 4시에 여수역에 내려 

해안을 따라 걷는와중 승합차가 보였다


그 새벽속에서 움직이는 물체는 나와 승합차 뿐이었다



가로등의 불빛 아래에서,

다시 그 아래로,

나는 점멸하듯 걸었다


queen - another one bites the dust를 들으며



승합차가 되돌아 왔다

그러나 속도는,

자동차가 목적지를 가졌을때의 그것이 아니었다


추위없이 등골이 시렸다


나는 근처의 공중화장실로 들어갔다


딱딱하게 굳은 겨울새벽의 공기 속에서,

승합차의 엔진음은 맹렬했다


나는 승합차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었다

승합차는 길가의 공중화장실을 스쳐지났다


안도는 한숨의 형태로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엔진음이 멀이지고,

나는 변기에 앉아서 일출 시간을 검색했다


'오전 07:33' 


'두시간 정도인가'


그때,

엔진음은 줄어들기를 멈췄다

음량은 크기를 잠시 유지하더니 커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내 두려움에 근거를 가졌다


나는 겁없는 젊은이였고,

책임감 없는 성인이었고,

생각없는 어린애였다.


대가를 치루기에는 가져본 것이 없었다



엔진음이 점점 커지고

그 크기를 가장 키운 순간,

승합차는 공중화장실을 스쳐 지났다

두꺼운 패딩을 뚫고 한기가 스몄다


다행이었다

내가 마침 숨은곳이 화장실이라 



속옷과 바지를 갈아입고,

나는 일출을 기다렸다


해 아래에서 나는 안전할 터였다



빛이 탈출하던 쪽창은,

내가 바라보지 않는 사이 입구로서 기능하고 있었다


태양빛의 비호 아래서, 나는 빨래방을 향해 걸었다



'다음은 정동진이 좋으려나'

생각없이 생각하며.



전라도는 피순대가 제일 맛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