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몇개월에 한 번 분기로 갑작스럽게 포인트가 딱, 꽂히는 날이 있다.


그리고 저번주가 그랬다.


애플파이.


나는 특히 애플파이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맥도날드 애플파이가 단종되었을 때 느꼈던 그 슬픔은 20연패 박고 플레에서 골4까지 떨어졌던 내 롤계정보다 더욱 슬프게 다가왔다.


바삭한 겉반죽, 그 사이로 아삭하게 씹히는 사과 과육과 혀를 부드럽게 코팅하는 달콤한 과즙과 설탕, 깊은 풍미를 느끼게 해주는 버터, 후추.


그리고 마지막 포인트로 훅! 들어오는 시나몬의 향.


나에게 있어 애플파이는 그 어떤 빵보다 좋아하는 간식이다.


하지만 이곳은 군대.


내 혀를 마구 유린하는 새송이버섯볶음과 맛대가리 없는 패주미역국이 지배하는 육훈소.

(말이 좀 거창하긴 하지만 솔직히 먹을만한 메뉴들이 많다)

그런 곳에서 애플파이를 먹기는 참으로 힘들다.


그래서, 내가 직접 만들기로 했다.


조리 자체는 간단하다.


속재료를 만들고, 만들어진 파이시트로 덮고나서 오븐에 굽기만 하면 끝나는 메뉴.


하지만 군대에서 재료를 구하기에는 답이 없는 상황.


그래서 나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연대 병영식당을 관리하는 관리관님께 레시피를 제출하며 나의 애플파이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선보이자 쿨가이 관리관님은 감독하에 조리를 허용해주셨다.

(구하기 힘든 재료 또한 구해주셨다.)



(실제로 레시피 작성하고 프린터로 뽑아 제출)


그렇게 재료를 준비하고 계획을 세우는 나날이 지나고.


바로 오늘!


야간조(새벽조리)를 끝내고 나서 바로 조리를 실시했다.


그리고 사무치게 후회하는데....


오늘은 새로운 연대장이 오게되어 취임식을 하는 날이었다.


그 즉슨.


새벽조리 끝나고 제작->다 만드니 점심조리 끝남(아침, 점심 굶음)->바로 연대장 취임식 가서 2시간 동안 단독군장하고 서있기->끝나자마자 저녁조리


구라 안치고 진짜 죽을뻔했다.


너무 빡세고 힘들었지만, 내가 만든 애플파이를 먹은 동기, 후임들. 그리고 간부님들의 칭찬일색이 쏟아져서 매우 뿌듯했다.




(같이 조리를 도와주는 민간조리원 이모가 찍어준 애플파이. 다양한 사진도 찍고 싶었지만 군대는 렌즈를 막아두어 이것도 겨우 찍었다)



(입대전, 집에서 만든 애플파이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았다)


무튼 긴 글 읽어줘서 고마우며, 이만 가보도록 하겠다.


전역까지 5개월 남은 개짬찌 육훈소 취사병의 일탈이었다.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