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별꽃, 시가지의 이슬과도 같은 '필립'에게는 정말 오랜 시간 전부터 그려오던 꿈이 있었다. 1912년의 일이었다. 


하늘에 비춰오는 아득한 샛별 사이를 유영하는 감각. 필립이 사랑한 것은 자신이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감각이었다. 매일 밤 고향에 계신 어머니와 누이에게 편지를 쓸 때면, 항상 극점에서 그를 바라보는 거성부터, 마치 길가의 민들레를 보는 듯 작은 별들 사이에서 아른거리는 커다란 빛들이 그의 머리를 스쳐지나겠다.


그렇게 겁없게도 바라보던 밤하늘, 검은 하늘에 도화지를 칠하듯 내려오는 푸른 물감 속 순백색 별똥별, 책들과 신화를 통해 접한 그 별들의 커다랗고 더욱 아름다운 실체들...


필립이 그런 상상을 하고 있을 무렵에는, 마치 밤하늘의 별들이 자신을 향하기라도 하는 듯이, 마치 팡, 팡 거리며 터져나가는 별사탕과도 같이 반짝거리는 유성우들이, 축제에서의 축포와도 같이 연백색 빛을 내며 뿜어져나오는, 필립의 마음 속 깊은 곳애서 울려오는 서정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 내일부터는 아무래도 이 밤하늘을 보지 못할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이제부턴 어머니께서, 누워있는 누이와 함께 은하수들 사이를 걸어다닐 절 기억해주세요. 영원히." 


필립은 언젠가는 도착하리라 믿는 편지를 쓰며 기다렸다. 자신이 대학에 가는 그 순간부터는, 밤하늘보다 책 속의 검은 잉크들을 규칙적으로 흩뿌린, '흰 밤하늘'을 더욱 많이 보게될 것만 같았다. 공부를 즐기는 필립에겐 검은 바탕에 흰백색이 반짝이는 진짜 밤하늘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아름다운 오로라가 비추는 밤, 이  조용한 밤, 필립에게 있어서 소란스러운 밤이자 밤하늘이 수다를 떠는 청렴한 밤. 대지에 얕게 안개가 낀 도시, 탈로나의 새벽은 그렇게나 푸르르고, 온 세상의 아련함을 담고 있었다.


"필립, 편지가 왔어."


"편지?"


"맞아, 편지. 너희 어머니께서 보내신거야. 혹시 아직도 눈이 아파?"


"응, 마치 누가 찌르는 것 같이 아파.. 정말로 내 눈 멀쩡한 것 맞지?"


"말했잖아. 멀쩡하다니까. 아까 넘어져서 얼굴에 흙을 엄청나게 뒤집어썼잖아. 30분 정도면 괜찮아질거라고 주사도 놓아주시고 가셨잖아! 그렇지?"

"맞아.. 이런 세상에 의사선생님을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어. 네가 옳아. 주사를 맞으니까, 기분이 너무 편해. 잠이 들 것만 같아. 내가 잠들기 전에 그 편지, 읽어줄 수 있을까?"


"좋아.. 특별히 읽어줄게."


"...정말 기대된다. 편지를 보낸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답장이 오다니, 생각보다 정말 빠른데."


"필립. 동생의 병이 정말 많이 호전된 모양이야. 이젠 걸어다닐 수도 있다 하시는구나. 관청에서 고생한다고 먹을 것도 주고 갔대. 신발 한 켤레랑."


"정말 다행이다.. 저번 편지에서는 세금이 더 올라서 정말 힘들다 하셨거든. 곧 고향에 내려가면, 동생이랑 동생 신발을 마구마구 예뻐해줄거야. 분명 사이즈에 맞춰서 줬겠지?"


"맞아. 겉은 빨간색에, 무두질이 잘 되고 광이 난, 양옆에 검정색 단추도 달린 둥근 굽 구두래. 빨간 줄무늬 양말과 정말 잘 어울린다 하는데?"


"좋아... 엘레나, 기다리고 있어. 곧 내려가면 마음껏 봐줄 테니까.. 마뇽, 나 침대 매트리스가 너무 불편한데, 무슨 돌 같은게 들어있는 것 같아. 앞이 보이질 않아서 어떻게 할 수가 없네. 의사선생님께선 옆 진료실에서 진찰하시는 중이실테니 혹시 불러와줄 수 있을까?"


"...알겠어. 조금만 자고 있어. 선생님 불러올게."


"..."


"필립. 일어나. 의사선생님 데려왔어. 마침 여기로 들어오시는 중이었어. 정말 빨랐지?"


"..."


"필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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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발. 필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