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인 데순이는 전지전능한 힘을 가졌어. 숲과 바다를 만들고, 하늘을 창조하며, 생명을 만들어내는 힘을 가졌지


 여러 부분을 창조해내던 얀순이는 문뜩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종을 만들고 싶었어.


 그래서 데순이는 주변에 있던 모래를 쌓고 모양을 잡았지, 팔다리, 상체, 목, 얼굴을 만들고 자신의 생명의 힘으로 숨을 불어넣었어


 신기하게 그 모래 더미가 살아움직이는 거야. 황토색이던 피부가 살구색으로 바뀌고 눈에 흰자와 동공이 생겼지.


 데순이는 성공적으로 끝난 자신의 결과물에 크게 만족했어. 그리고 자신의 첫작품에게 이름을 붙여줬지


"좋아, 네 이름은 이제 데붕이야"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내 이름은 데순이야. 넌 특별히 내 이름을 부르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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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은 자연 속에 데붕이 혼자였던 날 후로, 세상은 놀랄 정도로 발전하기 시작했어


 나뭇가지나 짚으로 몸을 가렸던 사람들이, 이제 천과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했어. 동굴이나 나무 아래에서 지냈던 때에서 목재와 벽돌을 이용해 집을 짓기 시작했지


 사냥과 채집만 하던 때에서, 시장이 만들어지고 돈이란 게 생기기 시작했지


 이 모든 건 신인 데순이가 나선 덕이야. 인간들은 이 모든 발전을 이루게 해준 데순이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숭배했어. 제단을 만들고 매년 공물을 바쳤지. 그렇게 하면 분명 데순이가 축복을 내려줄거라고 말이야


 하지만 데순이는 그런 건 관심이 없었어. 항상 데붕이 생각 뿐이었지


 자신이 처음으로 만들었던 인간인 데붕이에게 데순이는 많은 애정과 관심이 쓰였어. 


 

 항상 일을 끝낼때면 몰래 인간세상에 내려와 데붕이를 만나고는 했지


 "데붕아!"


 "아 데순 님, 안녕하세요"


 "그 님 자는 좀 빼라니까"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요."


 "됐고, 오늘 무슨 일 있었는지 알려줘"


 데순이는 신이기 때문에 세상에 있는 모든 일들을 알고 있어


 하지만 데붕이의 입에서 직접 듣는 걸 좋아했어. 데붕이가 살갑게 자기 일을 말해주는 게 좋았어. 데순이는 점점 데붕이에게 더 관심을 가졌고, 곧 그게 어머니의 마음이 아니라, 애정의 감정이 된 걸 깨달았지


 그러던 어느날, 데순이는 하늘에서 세계를 관장하고 있었어. 데순이는 빨리 일을 끝내고 데붕이를 볼 생각이었지. 한참을 일하다 지친 데순이는 쉬는 시간 겸 데붕이를 쳐다봤어. 여전히 귀엽고 데붕이는 사랑스러웠지. 하지만 데붕이는 이번에 혼자가 아니었어. 데순이는 보고 만거야.


데붕이가 데진이와 함께 뽀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말이야.


데순이는 속이 녹는 고통을 느꼈어. 자신의 데붕이의 첫키스를 다른 여자한테 뺏겼다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어. 자기가 데붕이를 만들었는데. 데붕이는 내 자식과 다름 없는데, 감히 피조물 주제에 자신의 것을 넘본다는 생각에 데순이는 머리를 쥐어짰어.


그리고 점점, 데순이의 머릿속엔 사악하고 나쁜 생각이 자리잡았어. 데붕이를 다른 찌꺼기들에게 뺏길 바엔 데붕이 빼고 전부 죽여버리겠다고 생각한거야. 



 데붕이는 데진이와 함께 걸어갔어. 노을 빛 아래에 익어가는 분위기, 데붕이는 이 순간,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행복할거 같았어


 두 남녀는 조심스레 눈을 맞췄어. 서로 밝게 빛나는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순수한 영혼이 서로를 입맞춤하는 거 같았지. 데붕이는 데진이의 속을 꼭 붙잡고 말했어


 "데진아, 사랑해. 이 세상 누구보다"


 데진이는 눈물을 흘렸어. 감격스러움에 복받쳐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어


 "응 데붕아. 나도 널 사ㄹ"


 쑤와와아아악 소리가 두 남녀를 덮쳤어. 엄청난 해일이 절벽에 부딪히듯 밀려오기 시작했어. 사람들과 가축, 집과 도로, 인간이 이뤄논 모든 문명이 자연의 힘 앞에 모두 한줌의 먼지가 되어가고 있었어. 데붕이는 쓸려가는 와중에 부서진 잔해를 잡고 상황을 살펴봤어. 몸도 제대로 가누기 어려운 와중, 데진이는 허우적 대며 저 멀리 쓸려가고 있었어


 "데진아 안 돼 데진아!!!!"


 "우읍 데부아 사려ㅈ..."


 수영을 못했던 데진이는 발버둥치다 결국 물 속으로 빠져버렸어. 데붕이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자기 몸을 챙겨야 했어


 물이 이미 목 밑까지 찬 상황 속, 데붕이는 포기하려 했어. 하지만 그 순간 데붕이의 몸이 하늘 위로 떴어. 그리고 위에선 한 여자가 내려왔지


 "데순님!! 정말 다행이에요. 다 끝났다기 생각했는데. 부탁이에요 지금 데진이가 위험해요!"


 데붕이는 자신의 구세주가 왔다고 믿었어. 데순이라면 모두를 구해줄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알고 있어.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만든거니까"


 "...뭐라고요?"


 데붕이는 큰 충격을 받았어


 "난 말이야. 내가 만든 모든 인간 중에서 널 제일 아꼈어"


 데순이는 분명 웃고 있었지만, 큰 화를 억누르고 있었어


 "언젠가 먼지가 될 개돼지들한테 정 따윈 주지 않으려 했지만, 너의 그 순수하고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난 변하게 됐지"


 "데, 데순님"


 "늘 일하는 도중에도 널 생각했고, 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는 지, 어떤 옷을 입는 지, 누구와 얘기했는데 전부 관찰했고, 너에게 온 사랑을 쏟았어"


 데순이는 이제 웃지 않았어. 오히려 대놓고 격노했어


 "근데 이제 와서 나를 버려? 감히 다른 피조물과 사랑을 나누려해?"


 "데순님 제발"


 "님 자는 빼라고 했지"


 

 데순이는 전지전능의 힘을 사용해 자신과 데붕이를 제외한 모든 걸 무로 돌렸어. 색색의 화려한 자연, 그리고 발달한 거리와 도시 모두 무한의 공간으로 바뀌어 버렸어


 데순이는 주위의 공간을 베어서 어떠한 틈새를 만들어 냈어



 데순이는 이미 데붕이가 알던 인자하고 순수한 신이 아니었어. 오직 데붕이 말고는 전부 없애버린다는 파괴자였어


"이게 차원의 틈새,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어. 우리 함께 이 새로운 세계의 아담과 이브가 되자? 시조가 되는거야?"


 "그러니까... 너와 함께 할 수 없는 세계 따윈 필요없어. 우리를 빼곤 모두 없어져야 마땅한 존재들이야. 이곳에선 누구도 볼 수 없지. 오직 우리 둘뿐인거야 데붕아"


 데붕이는 강제로 데순이 앞으로 끌려왔어. 저항해 보려했지만 데순이는 비집고 데붕이의 혀를 자신의 혀로 감고 놓아주지 않았어.


 "데붕아, 사랑해. 우리 함게 새로운 세계에서 영원히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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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 보고 영감을 얻어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