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살인청부업자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임의로 상상해서 쓴 내용임


*이 채널에서 처음으로 하는 장편소설이라 그런가 부족한게 맞음. 지적 부탁



"제발 부탁드릴게요, 돈이 필요해서 그런거였다고요!"


늘 한결같은 반응들, 죽음을 앞에 둔 인간들은 나이 불문하고 똑같은 발악들을 해댄다



"난 고용된 사람일뿐. 그건 그 사람들한테 따져"


난 돈을 받고 움직이는 기계다. 이 놈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빌던,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다



이번 의뢰는 꽤나 간단했다. 


늘 도박에 빠져 항상 빚이었던 가장이 하다하다 사채까지 써가며 판을 벌였고. 결국 그 마저 망해 거액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


설상가상으로 부인은 날라리라 늘 밖에 나가 남자랑 바람을 폈고 어느 ㅂㅅ같은 남자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그 남자가 돈을 갖고 튀어서 역시나 빚이 생겨 사채를 쓴 것


이 둘이 시간을 줬는데도 갚지 못해 결국 나를 고용해 그들을 죽여 시체를 갖고 와야 한다는 것.

이미 자신의 신체를 담보로 돈을 빌렸기에 아마 업체는 이 둘의 신체와 장기를 뽑아낼 것이다



그럼 업체가 직접 나서지 왜 내가 대신 하냐고? 이 무능한 것들이 자꾸 미꾸라지처럼 도망간다고 해서 날 시킨거랜다. 개새끼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아주 비도덕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라고 할지도. 그러나 이것이 내 직업이고 내가 해야할 의무이다 


난 살인청부업자니까. 사람을 죽이면 되는 것이니까


"당신도 사람이잖아! 일말의 자비라도 제발"


부부가 쌍으로 내 다리를 붙잡고 울며불며 하소연하였다. 



몇번째 하소연을 들은건지는 중간에 까먹었을 정도로 지겨운 레파토리이다.


틱틱, 소음가 달린 총으로 그들의 머리를 조준했다.


몇 번의 작은 소리가 울린 후, 남자와 여잔 머리에 피를 흘린채 쓰러졌다.


"....시발, 진짜 지겹네"



이제 사람 시체만 봐도 신물이 난다. 말라가고 차가운 시체를 보니 약간의 구역질이 났다


이제 적응될만도 하지만, 여전히 사람의 시체를 마주하기란 꽤나 용기가 필요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러고 살아왔지만 정말 개같고 ㅈ같은 직업이다




보일러 덕에 집 안은 따뜻해지만 두 구의 시체가 열기를 다 뺏어간듯, 점점 온도가 떨어져 갔다.


순간 안방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난 문을 향해 총을 겨눴다

"거기 있는 거 다 아니까 괜한 저항 말고 나와"



나의 말에 겁을 먹은 걸까, 문 뒤에 있던 존재는 조심히 문을 열고 내게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외로 어른이 아니었다. 아주 작고 여린 여자애였다. 검은 눈동자는 피를 본 나를 두려워 하듯 반쯤 감겨 있었고, 몸 곳곳에는 블루베리보다 진잔 멍이 있었다. 


'이 놈들 딸인가 보네'

옷이 많이 헤지고 허름한 것으로 보아 옷도 제대로 안 입히고 방치한 것으로 보였다.


얼굴과 눈가 옆은 무언가로 얻어 맞은 듯한 상처가 보였다. 손과 다리는 절대 쓰러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간신히 힘을 내고 있었다.


생각보다 막장이었구만, 부모라는 놈들이 돈 빌릴 수는 있고 자식은 눈꼽만큼도 챙기지 않았어


척 봐도 학대 당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터진 입술과 손가락과 발가락이 뽑혀 있는 걸 보면


"...살려주세요"


두려움에 떨고 있었지만 작은 체구로 꽤나 용감히 말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죽는다는 걸 예상한다는 듯


"난 명령받은 대로 네 부모를 죽였어. 그 이외의 살생은 하지 않아"


"........"



이 여자아이는 꽤나 대담했다. 비록 나의 모습에 덜덜 떨며 눈물을 흘렸지만, 그뿐. 보통 아이들과는 다르게 그 이상의 반응을 하지 않았다. 울고 불며 운다던가, 날 죽일 듯 달려들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부모의 죽음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다


"...무섭지 않은거냐? 네 눈앞에서 부모가 죽었는데"



"아니요... 애초에 부모라고 볼 수도 없는 인간들이었으니까요"


애 입에서 나온 말치고 꽤 충격이었다. 아직 어리고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할 여자아이가 저런 말을 할 줄이야. 부모가 어지간히 쓰레기인 것 같다.


"뭐 그럼 됐고. 난 이제 이 둘을 사채업자에게 데려갈 거야. 넌 어떻게 할꺼지? 경찰에 신고라도 할꺼냐"



"....전, 친척도 없고 이제 혼자에요. 길거리로 나와 노숙을 할 바엔.."


그 아이는 말은 그렇게 해도 불안해 했다. 당연하겠지. 가족이 순식간에 죽어버렸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막막하겠지


그렇지만 사실 내가 알 바는 아니었다. 그저 난 돈을 받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 아이는 왠지 무시할 수가 없었다. 평소 나 답지 않게 이 아이가 약간 신경쓰인 달까. 사람을 죽이고 살아왔으면서 더 이상의 인정은 남아있지 않은 줄 알았던 내게 뭔가 이 아이는 넘어갈 수 없었다



'나도 많이 바보같아 졌네'


"...따라와"


그 여자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


나도 미친거 같다. 여자아이를 내 집으로 데려온다니. 정말 오늘은 날이 아닌건가


아니 아니, 이건 그저 잘못 없는 애를 죄인처럼 살게 할 수 없는 나의 최소한의 양심일 뿐이다.


그저 오늘 하룻밤만 재워줄 거다.


"집은 많이 깔끔하진 않지만, 그래도 더럽지도 않아"


"..."


아직 여자아이는 날 경계하고 있었다. 일단 소파에 앉히고 쉬라고 했다.


"잠깐 기다려 봐, 여자아이가 입을 만한 옷이 있나 찾아볼 테니까"


남자 혼자 사는 집에서 여자아이 옷을 찾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였다. 자개장과 서랍, 옷걸이를 뒤진 끝에 내가 어렸을 때 입었던 옷들 몇개를 발견했다.


조금 크긴 하겠지만 그래도 어린 여자아이 한테는 맞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입던 옷들이야. 옷 받고 우선 목욕부터 해, 저기가 욕실이야."


여자아이는 옷을 받아들고 뭔가 머뭇머뭇 거렸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었지만 곧 눈치를 챌 수 있었다.


"고마워 할 거 없어. 어차피 널 데려온 건 나니까"


그러자 여자아이도 마지못해 욕실로 향했다.

.

.

.



여자아이는 잠시 전원이 꺼진 로봇처럼 멀뚱멀뚱 서있었다


확실히, 씻으니 보기 훨 좋았다. 머리 여기저기 뭉쳤던 부분이 풀어지자, 부드러워졌다. 때가 껴 더러웠던 손발도 깨끗해졌고 피도 어느정도 씻겨나갔다.


하지만 아직 상처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여자아이에게 앉아있으라고 한 뒤 구석에서 구급상자를 꺼내왔다


"자 가까이 와봐"


솜에 약을 바른 채, 몸 곳곳에 바르고 소독을 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아이의 신음과 아픈 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래도 큰 저항은 하지 않았다


"감사...해요"


"응급처치니까, 이걸론 부족할꺼야. 내일 병원 가서 제대로 치료받아"



치료를 끝내고 미리 준비했던 코코아를 건네주었다. 아이는 뜨거움에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고 마셨다


"그래서, 이름이랑 나이는?"


"유은빈, 12살이에요."


역시 아직 어린 나이, 초등학교에 다닐 아이였다


"난 박준우, 21살. 나이 차가 나니까 아저씨라고 부르든 늙은이라고 부르든 알아서해"


"그... 아저씨 감사해요"


"착각은 하지마, 오늘 하룻밤만 재워주려는 거니까".


조금 냉정하게 말했지만 여자아이는, 아니 은빈은 내 말이 기분이 좋은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네, 아저씨"



이것이 나와 은빈이의 첫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