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17세. 키 186. 몸무게 78. 잘생김. 운동, 공부 좀 침. 예쁜 소꿉여친 있음. 특이사항, 남들의 머릿속 생각을 들을수 있음. on/off 쌉가능. 

내게는 태어났을때부터 신이 준 축복?이 있었다. 바로 남들의 생각을 읽을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그 때문일까, 나는 어릴적부터 항상 겉과 속이 같은 사람만 내 옆에 두었었다.


늘 내 얼굴과 비상한 머리만 보고 친분을 만드려더 버러지같은 놈들은 내 능력으로 걸러낼수 있었다.

그런 내게도 예외가 한명 있었는데..

"ㅇ, 왜 이제와?! 늦었잖아!"
'흐으.. 오늘도 잘생겼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생겼지?!'

내 여자친구, 데순이였다.

내가 겉과 속이 다른사람을 싫어한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이런 사람은 내가 혐오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이하게도, 자신의 호감을 숨기고 겉으로만 악의를 내비치는 사람.

이런 데순이는 어렸을 적 내게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분명, 내게 다가와서 처음으로 했던 말이, '거기 너? 내 친구가 될수 있는 기회를 줄게. 영광으로 알라고?'

그때는 분명, 예쁘긴 했지만서도, 그저 그런 성격 더러운 년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속마음을 들어보니, '저 잘생긴 애는 누구지? 친구하고 싶다..' 였다.

이런 흥미로운 사람은 처음 봤다ㅡ 라는 심정으로 그때 그녀의 친구 신청을 받아 주었으나, 거리가 가까우면 마음도 가까워진다고 했었나?

어느새 중학교 2학년이 된 나는 그녀에게 고백을 하고 있었다.

"데순아. 좋아해. 내가 책임져 줄테니까 나랑 사귀어주라."

책임져 주겠다라.. 내가 생각해도 구린 고백이였으나, 데순이는 기쁘게 받아들여주었다.

입 밖으로는 '너같은 애랑 사귀어주는 나한테 감사하라구!' 였지만 말이다.

그 이후로 우리는 지금까지 상당히 유명한 커플로 지내왔었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내가 좀 잘나지 않았겠는가?

물론, 데순이의 외모도 한몫 했다. 그것보다 겉으로 봤을때는 더러운 성격 때문에 더 유명했다.

그녀가 나와 만나 데이트를 하던, 그냥 평범하게 등교를 하던, 같이 밥을 먹던, 공부를 하던. 데순이는 내게 주어진 능력이 없었다면 이미 헤어지고도 남았을 위험한 언행들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물론, 나는 그런 솔직하지 못한 데순이의 성격도 싫지는 않았지만, 남들이 데순이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것은 원치 않았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가 오늘 그녀와 만난 이유는 데이트도 할 겸, 조금이라도 그녀의 성격을 고쳐주기 위해서였다.

내 능력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딱 3명뿐이였는데, 그게 바로 우리 부모님과 데순이다.

데순이가 평소에 내게 막말을 할수 있는 이유 또한 내 능력을 알기 때문인 것도 있는 것이다. 원래 성격이 그렇기도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고쳐 주느냐?

간단하다. 그냥 한 선언만 해주면 된다. 될 것이다. 첫 시도이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다. 되겠지?

"음.. 데순아."

"왜 불러 멍청아."
'날 불렀어! 뭐 때문이지?! 얼굴에 뭐 묻었나? 키스해주려고 그러나?! 으으!! 떨려..'

"내 능력 알지?"

"내가 그걸 까먹었겠냐 바보야!!"
'앗.. 또 심한말 해버렸네.. 망했다.. 랄까 이거 이미 다 듣고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알고 있다면 다행이고. 그래서 그런데, 내가 오늘은 좀 특별하게 지내고 싶어서."

"어떻게 지낼껀데?! 빨리 말해!!"
'순애착정섹스? 강간? 임신? 우리 벌써 결혼하는건가?'

듣기만 해도 어지러운 말들이 내 뇟속을 강타한다.

"저기, 데순아? 그런 망상은 집에 가서 하는게 어떨까 싶어.."

"뭐? 뭣!! 너 남의 머릿속을 마음대로 들여다보지 말라고!! 기분나쁘게시리.."

'하악하악.. 머릿속 말고 내 옷 안도 마음대로 들여다봐줬으면..'

나는 애써 내 뇌리를 스치는 야시꾸리한 언행?들을 무시하고 데순이의 말에 동조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오늘부터, 꾸준히, 일주일에 한번씩! 꼭 내 능력을 봉할꺼야."

"봉하다니? 좀 쉽게 설명해봐!!"
'어.. 이거 좆된건가? 능력 봉인하면 내 진짜 속마음 못 듣는거 아닌가? 이러다가 내 말에 상처받고 다른 여자한테로 가는건 아닐까? 그건 안되는데..'

솔직히 이런 반응을 원한 것이긴 했으나 막상 직접 눈 앞에서 마주하니 조금 안타까웠다.

'미안해.. 이게 다 널 위한거야 데순아. 나 말고도 친구는 좀 사귀어야하지 않겠니?'

"이제 능력 꺼놓을꺼야. 잠시만 기다려?"


"어?"
'잠ㄲ..'

나는 정신을 집중했고, 내 능력이 꺼졌다는걸 반증하듯이 세상이 한순간에 고요해진다.

길 가던 행인들의 목소리도, 왁자지껄 떠들던 어느 한 가정집의 소리도, 내 여자친구의 따뜻한 마음씨도.

'아.. 벌써부터 이러면 곤란한데..'

"어, 야? 김데붕? 너 진짜 안 들려?"

"어? 아? 으응. 이제 진짜 껐어."

"하아.. 젠장, 이걸 어떻게 하지? 한순간에 말투를 바꿀수도 없고. 이러면 위험한데.."

데순이가 뭐라고 중얼중얼댔지만 능력이 꺼진 이상 나는 그녀가 뭐라고 하는지 알 방도가 없었다.

"우리, 이러지만 말고 영화관이나 가 볼까? 평소에는 능력 켜놔서 가기 꺼려졌는데, 오늘은 껐잖아?"

"그, 그거 영화관 데이트?"

"응."

데순이는 평소에 나와 영화관을 가지 않다보니 영화관 데이트에 대한 로망이 있는듯 했다.

오늘은 그 로망을 최대한 실현시켜주며, 데순이의 진심이 담긴 말들을 끌어낼 예정이다.

"그으럼.. 빨리 가자! 따, 딱히 너랑 영화관에서 팝콘먹다 손 부딪혀서 서로 지그시 바라보다가 내가 눈을 스르륵 감으면 네가 키스하고 그렇게 영화가 끝날때까지.."

"아니, 그거 민폐라고.. 손 잡는것까진 괜찮아도."

데순이는 말을 끝낼 기세를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어서 그녀의 손을 낚아채 영화관으로 끌고 갔다. 

~~~~

영화관에 도착한 우리는 무슨 영화를 볼지 고르기로 했다.

"보고싶은 영화 있어 데순아?"

그 말에 데순이는 최근 개봉한 [소꿉 그녀]라는 제목의 영화를 가리켰다.

츤데레 소꿉친구 남주와 활발 댕댕이 여주의 러브스토리, 가 주요 내용이였다.


오, 이거 잘만 하면 거울치료가 되지 않을까?


"그래? 그럼 예매하고 팝콘 세트 사서 들어가자."

예매를 하려다 보니 예약때문에 자리가 차있으면 어쩌나 걱정했으나 다행히도 이른 아침이였기에 좌석이 남아있었다.

커플석, 뒷쪽좌석. 낭만 넘친다.

데순이는 영화가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들떠있었고, 왠일인지 내게 과감한 스킨십을 해주기 시작했다.

몰캉거리는 두 덩이가 내 팔을 감쌌다.

"저기요? 닿아요?"

"다, 닥쳐.. 빼버린다?"

"그건 좀, 조용히 할게."

그 상태로 나는 잡히지 않은 오른팔을 조심히 움직여 팝콘을 한 움큼 쥐고는,

"아~ 해봐."

"아~"

데순이에게 먹여주었다.

이건 뭐, 능력을 쓰지 않아도 이미 이 여자애가 미치도록 행복해한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물론, 내가 그리 만들었다는 사실이 묘한 정복감을 주기도 했다.

"맛있어?"

"맛있어.."

잠시 멍을 때리던 데순이는 핫! 하고 귀여운 소리를 내더니, 굳이 뒤에 붙이지 않아도 되는 말을 붙였다.

"무, 물론 네가 직접 먹여줘서 그런건 아니지만?! 착각하지 마!"

실제로 상처를 받기도 했고, 교육적인 방면에서도 자극을 당했기에 일부러 더 슬픈 표정을 지어준다.

"아.. 그렇구나.. 알았어. 앞으로는 안 먹여줄게.."

"아앗.. 그, 그런게 아니였는데.."

그녀가 '아, 맞다.. 지금 능력 안쓰고 있지..' 라며 자신의 실책을 비난하는 어조로 혼잣말했다.


그렇게 아무말도 오가지 않던 탓에 온 정적은, 영화가 시작되며 물러갔다.

영화는 대충 '어 왔냐? 너 기다린건 아니다.' '딱히 널 좋아하지는 않는다.' '너 오늘 별로다.' 등등 개쓰레기같은 말만 지껄였고, 결국 여주가 울고, 달래주고 화해하는 내용으로 전개가 되었다.

그러다, 드디어 쓸만한 대사가 하나 나왔다.

"야 멍청아, 그것도 못 풀냐? 이리 줘봐."

"멍, 멍청하다고 말하지 마.. 괜히 슬퍼진단 말이야.."

"어, 어?? 진짜 울어? 야, 야 미안해.."

"야 말고.. 데진아라고 불러.. 지금부터.."

"어, 알았어 데진아.. 미안해.. 내가 너 사랑하는거 너도 알지?"

"응. 고마워 데돌아.."

그렇게 영화는 츤데레계였던 남주가 댕댕이화가 되며 끝을 맺었다.

나에게는 조금 감동적인, 와닿는 영화였으나 데순이에게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였던것 같았다.

데순이의 말투를 고치기 위해서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무슨 생각해?"


"그, 그냥. 아무생각도."

"그래?"

영화관을 나올 때까지 아무말을 꺼내지 않던 그녀가 살짝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물었다.

"저, 있잖아 데붕아.."

"응?"

"내가 평소에 바보니 멍청이니 한다거나, 심술맞게 구는것이 너한테 상처를 줘..?"

"음.. 솔직히 평소에는 별로 그런 생각 없었는데, 네 생각을 보지 않고 얘기한다면, 응. 오늘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

"그럼, 나 말투 고쳐볼게.. 지금부터 바로는 안되겠지만.. 앞으로 꾸준히 고쳐볼게!"


"정말?!"

오늘 내 작전이 잘 먹혀들어간 것일까. 데순이는 너무나도 기특하고 귀여운 말들을 늘어놓았다.

"응. 그, 그게.. 네 아내가 되려면.. 너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으으!! 방금껀 잊어버려!!"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는 그녀의 빨간 얼굴은 능력을 쓰지 않고 있는 내게 말하고 있었다. 절대로 잊지 말고 나를 신부로 받아주라고.

~~~~

얼마 후. 그녀는 전보다 내게 더 따스한 말들을 건내왔다.

"데붕아! 사랑해 헤헤.."

"고마워 데순아."

"나중에 고등학교 졸업하면 꼭 나랑 결혼하기야?"

"응. 얼마든지."

물론, 다른 사람들은 대하는 태도가 같았고, 오작 내게만 그랬지만.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는가.




완결후기: 힘들군. 파딱 일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