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칭찬에 약한 아이



 규칙적이고 딱딱 끊어지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메웠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침 7시,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안녕히...주무셨어요?”


 이 아이와 함께니까, 은빈이는 새로 잔 잠자리가 마음에 드는 듯 내게 감사인사를 표했다. 그녀가 잔 방을 바라보니 이부자리가 깔끔히 정리되 있는 게 보였다.


 “그래”


 간단히 대답을 한 뒤, 아침을 준비하였다. 아침 식사라고 해봤자, 그저 토스트에 우유 뿐이지만, 남자 혼자 살기에 따로 재료들을 사둔 적이 없었기도 하고


 토스트를 기계에 넣어 굽고 있던 중, 은빈이의 모습을 바라봤다. 기 죽은 강아지가 차례를 기다리듯, 어딘가 안절부절해 보였다. 뭔가 도와야 겠다는 의무감인지, 몹시 앉아있는 게 불편해 보였다.


 “가만히 앉아있어. 어린애가 뭐 도와주려고 나서는 게 더 방해되니까”


 내 말의 조금 상처를 받은 듯, 어깨를 내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 그야 애가 뭘 할 수가 있겠냐고



 토스트를 건네 주었을 때, 은빈이는 처음에 전혀 손을 데지 않았다. 그저 날 바라보며 무언가 말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허락을 구하는 걸까?’


 “내 눈치 보지 말고 먹어. 아무도 너 안 혼내니까”


 그제서야 은빈이는 허겁지겁 토스트를 먹었다. 마치 며칠을 굶다가 동냥을 받는 거지처럼, 살기 위해 먹어대는, 누군가 쫓아와 죽여버리려 해, 최후의 식량 차원으로 먹는 피난민인 양, 


 “야, 천천히 먹어, 누가 쫓아오냐”


 뚝뚝. 세 차례의 소리가 들리고 토스트 위로 물이 떨어졌다. 처음엔 천장에 물이 세는 건가라고 착각했지만, 곧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감사해요.”


 노릇노릇한 토스트가 은빈이의 눈물에 눅눅해져 갔다. 


 ‘아마 이때까지 제대로 밥도 먹은 거겠지’


 겉으로 보기에도, 한동안 뭘 먹지 않다는게 보였다. 상체는 갈비뼈가 훤히 드러난데다 팔다리가 삐적 말랐으니.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 놈들도 어지간히 악마였다.


 똘망똘망하고 큰 눈에 곧 눈물로 가득찼다. 작은 고사리 손으로 눈가를 닦아보았지만 닦으면 닦을수록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닥치고 먹기나 해, 그리고 앞으로 이런 사소한 거에 마음 약해지지 마, 그러다 일찍 저승 간다”


 “네...”


 좀 매정하게 말했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이런 사소한 것 하난하나에 마음이 약해져선 안 된다. 사람들은 울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난 너무나 이성적으로 이 열두 살 아이에게 마음을 단단히 먹게 했다. 그러나 매일 마시던 오렌지 주스가 씁슬한 이유는 뭘까



 밥을 먹은 뒤, 화장실을 잠깐 다녀온 사이, 싱크대에 놓여있던 접시가 모두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


 뭐지, 귀신이라도 왔다 간건가? 나 진짜 미쳤나 보네


 “...그... 죄송..해요”


 은빈이는 우물쭈물거리며 젖은 자신의 옷을 가리며 내게 사과를 했다. 


 설마, 네가 설거지 한 거야? 내 물음에 은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까이 그녀에게 다가고자 순간 눈을 질끔 감고 내게서 멀어지려 했다. 뭐지, 때릴 거라고 생각한건가. 내가 아무리 살인자라도 그런 놈은 아니거든


 최대한 놀래키지 않기 위해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는다. 마치 솜털처럼, 예쁜 꽃처럼 다치지 않게


 나의 예상 밖의 행동에 은빈은 상당히 몸을 떨었고, 이내 포근함을 느끼며 가만히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리곤 내 손이 마음에 들었는지 발그레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웠다. 


 그러고 보면, 난 어렸을 적 칭찬을 받아본 적 없었다. 애초에 그런 말을 해줄 어른도 없었으니까 내가 본 어른들은 인간의 탈을 쓴 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서로의 목적을 위해 죽이고, 배신하는. 돈이 이 세상에 전부로 아는 머저리들


 어렸을 적부터 보고 자라서일까, 난 점차 인간에 대한 불신과 혐오로 가득차게 되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놈들을 욕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그런 새끼들이나 그런 새끼들을 죽이는 나나 도긴개긴이다.


 하지만, 순수히 어른의 칭찬을 받아 좋아하는 녀석의 얼굴을 보니, 어느 정도 괜찮은 인간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러고 보니, 너 옷에 물이 너무 많이 뭍었네"


 은빈이는 순간 죄송하다고 말하려다 멈췄다. 아마 내 말 때문이겠지


 "지금 시간이... 되겠네. 따라와"


 "어디를요...?"


 어디긴, 네 옷 사러 갈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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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일상물로 갈 예정이기에 앞으로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짧게 짧게 갈 예정임.


똥손이라 그림도 못 그리고 번역도 못 하는 마당에 글이라도 써야지 싶어 올림. 주딱이 쓴 것 만큼 잘 쓰진 않았지만 그냥 할 꺼 없을 때 본다고 생각하고 보길


그리고 이제 소설 제목을 정해야 할 것 같음. 너무 길다. 혹시 괜찮은 거 있으면 추천 좀 해주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