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겨울의 붕어빵 하나


"감사해요..."


 옷을 사준 뒤 돌아오는 길, 연신 내게 고맙다고 얘기하는 은빈이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이걸 받아도 되는지 계속 고민하는 것 같았다.


어린 여자아이가 뭘 입어야 할 지 잘 몰랐기에 전적으로 옷가게 직원에게 모든 걸 맡겼다. 옷가게 점원은 귀여운 은빈이의 모습에 반했는지 아주 열정적으로 옷을 골라주었다. 옷을 한가득 들고 바들바들 서있는 은빈이의 모습이 좀 웃겼다. 



"고마운 줄 알면 제대로 입고 다녀, 거지라고 소문 내고 다니지 말고"


"네..."


이젠 이 아이를 어떻게 할까 생각해 보았다. 이 상태로 다른 데로 입양보내거나 고아원으로 보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진짜 부모처럼 얘를 키우기도 그렇고. 정말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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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단보다를 건너려던 중, 옆에서 복작복작대는 소리가 들렸다. 한 아주머니가 붕어빵을 굽고 있었던 것이다. 반죽을 붓고 굽는 모습을 보니 나도 꽤 군침이 돌았다. 그리고 그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


 은빈이 얼굴을 붉힌 채 붕어빵을 보고 있었다. 순수한 아이가 장난감을 갖고 싶어하는 듯. 설마 이 녀석, 저게 먹고 싶은 건가



"먹고 싶어?"


그녀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미 옷을 사줬기에 더 이상의 요구는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난 아무 말 없이 붕어빵 가게로 다가갔다


"여기, 붕어빵 3개 주세요"


갑작스런 내 행동에 은빈이는 당황해하며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뭘 그럴 필요 없어, 얼굴에 먹고 싶다고 쓰여있더만"


"아이고, 아빠가 음식 사줘서 되게 고맙겠네?"


저기요 아주머니, 제가 성인이긴 해도 그렇게 늙지는 않았거든요.



갓 구운 붕어빵을 은빈이의 손에 쥐어주었다. 물고기 모양의 빵에 신기한듯 한참을 바라보더니 이내 한입을 베어물었다.


"어때, 맛있어?"


"엄청이요!"


흰 입김이 나오는 차가운 겨울날을, 따뜻한 붕어빵이 덮어준듯, 은빈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피었다. 뜨거운 팥에 혹여 입이라도 데일까, 괜한 걱정이었다.


기왕이면 여러 맛을 보라는 의미로 슈붕과 팥붕을 섞어서 사주었다. 그 덕인지 은빈이는 팥의 고소함과 슈크림의 부드러움을 둘 다 즐길 수 있었다내가 도대체 왜 이 아이를 위해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누군가를 위해 돈을 써본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는 더더욱. 항상 나만을 바라보며 살아왔고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준 적 없었다. 그러나 난, 만난지 이틀도 안되는 이 아이에게 옷을 사주고 음식을 사주었다. 그 이유가 뭘까. 어쩌면 잠시 동안의 즐길거리를 찾아서인걸까. 아니면 그저 미친걸까 



하지만 확실한건, 지금은 이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는 걸로 족하다고 생각했기에 나도 살짝 웃어주었다


내 미소에 은빈이는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더니 붕어빵으로 작은 얼굴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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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샌 길거리에서 붕어빵 사는 사람이 많이 없어져서 아쉬움, 옛날에는 포장마차에 들러서 오뎅 먹고 호떡 사먹는게 삶의 낙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