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쿨데레 너무 어려움, 어떻게든 열심히 썼음


아침 8시, 밥을 먹고 학교갈 채비를 한다.

가방에 이것저것을 챙기고 엄마에게 인사를 한뒤 대문 밖을 나선다. 


일기예보에서 영하 5도라고 해 목도리를 멨지만 밖은 꽤나 온건했다. 약간의 입김이 하얗게 나오긴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리고, 그 아이를 만난다는 생각에 아무 추위도 느껴지지 않았다



"안녕, 데순아!"


"응 안녕"



오늘도 데순이와 함께 등교를 하게됐다.



-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존재한다고 하면 그건 아마 데순이일 것이다.

성적은 전과목 최상위권, 운동 능력 출중, 거기다 남들이 지나가다 무심코 돌아볼 만큼 아름다운 얼굴까지. 그녀의 파란 머리와 바다처럼 푸른 눈동자는 누구도 미워할 수 없다


그리고 난, 데순이와 반대로 너무나 평범한 소꿉친구이다. 성적도 중하위권에 운동도 별거없고. 얼굴은 더더욱 수수한. 그래서일까 데순이와 늘 함께 등교하고, 같이 수업을 듣고, 밥을 먹을 때면 늘 주위의 수군거림이 들린다

  


'쟨 뭔데 데순이랑 같이 다니냐?'


'진짜 개 안어울려. 데순이도 사람 보는 눈 참 없다'


가끔 그 시선 때문에 억울하기도 하지만 상관없다. 데순이와 같이 있다는 것 만으로 행복하니까


"늘 집 앞에서 기다려줘서 고마워. 그냥 먼저 가도 되는데"


"항상 같이 갔잖아. 친구니까 기다려 줘야지"


'친구니까' 이 말이 왠지 모르게 이상 속에 있던 나를 현실로 데려왔다


많은 남학생들이 그렇듯 나 또한 데순이를 좋아한다. 산속에 흐르는 벽계수처럼 푸른 데순이를 볼때마다 심장이 떨리고 숨이 가빠온다. 앵두처럼 붉은 입술에서 내뱉는 말 한마디한마디 몸에 있는 긴장을 풀어줬다


늘 고백하는데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느낌이 좋아 용기를 가져본다


"데순아, 좋아해!"


"그렇구나 고마워"



오늘도 실패한것 같다 

 


-



"큭ㄱㅋㅋㅋ ㅅㅂ 어떻게 맨날 까이냐"


"하.. 그정도로 내가 별로인걸기ㅏ"


내 사연을 듣고 폭소를 하는 데진이의 반응이 얄미웠다


"이번이 몇번째 고백이냐?"


"한...100번쯤일걸"


 "야 그 정도면 너 너무 집착이야. 그쯤하고 포기해"


 "아니, 내가 비록 너무나 평범하고 데순이는 너무나 완벽한 사람인 건 맞아. 그래도 거절할땐 확실히 해야지 계속 늘 고맙다고만 하면 나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어쩌면 그게 데순이의 배려일지도 모른다. 평소에도 냉정하고 현실적인 편이라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 해도 고마워해야 할것이다



"솔직히 나라도 정 떨어질 것 같다야. 소꿉친구인데"


"그런가..."


처음엔 단순히 친구가 생겨 좋았다.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데순이는 날 친한 친구 이상으로 본적이 없을지도 모른다. 학교 최고 인기녀로써 지금껏 숱한 고백을 받아왔지만 늘 거절해왔다. 그러니 내가 한다 해도 안 받아주는게 당연하겠지




어렸을적, 길가에서 비를 맞으며 죽어가던 강아지를 데려와 지금까지 키우고 있는 모습에서, 난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차갑고 조용한 아이라고 볼 지 모르지만 난 알고 있다 누구보다 다정하고 여린 아이란걸


그래서일까, 가장 허물없이 지내왔고 편하게 대화를 했던 친구를 한순간 잃어버릴까 점차 두려웠다. 괜히 고백을 여러번하여 있는 친구마저 날 떠날까 두려웠다.


충격에 힘이 쭉 빠져 책상에 고개를 처박고 깊은 고뇌에 빠져있는 사이 교실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데붕아 여기 있었네?"


고개를 슬쩍 들어보니 어느새 데순이가 와있었다. 여전히 저 속을 알 수 없는 무표정을 보니, 데진이와 대화를 해 조금 풀린 마음이 다시 조여왔다


"아 데순이 하이~"


"데진아 안녕, 근데 넌 다른반인데 웬일이야?"


"아... 우리 데붕이가 뭔가 고민이 있대서 말이야. 이 누나가 친히 해결해주려 온거지!"


-그렇구나- 왜인지 데순이의 말투가 평소보다 백배는 날이 서있는 것 같았다. 나와 얘기할때도 정돈 아니었는데.



"아무튼 난 가볼테니 잘 해봐 빠빠"


"응 잘가, 고마워"


그래다 이런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데진이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근데 데순이가 왜 인상을 쓴 거 같지?


-



수업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 평소대로 데순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려고 했지만 바쁜 일이 있어 교무실로 가야된다고 해 그러지 못했다. 아쉽긴했지만 어쩔 수 없었기에 알겠다고 말하고 혼자 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 데순이와 같이 밥을 먹자고 했지만 다른 여자애들과 같이 먹는다고 해 거절당했다.


평소에는 늘 함께 수다를 떨고 -물론 내쪽에서 일방적인 말이긴 하다- 같이 밥을 먹고 하교를 하지만, 처음 등교를 할 때 빼곤 데순이와 같이 볼 시간이 적었다



"아 그 데순아"


"미안, 나 지금 갈때가 있어서 이따봐"


이런식으로 계속 날 피하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고백을 하니 정이 떨어진 거겠지. 나라도 그럴것이다


이젠 받아들여야 했다. 데순이가 날 이성으로 보지 않는다는 걸. 이제 포기해야 한다는 걸. 결심했다. 이따가 정중히 사과하고 마음을 정리해야 한다고 설령 예전에 관계로 돌아가지 못한다 해도


-


학교가 끝나고 하교하는 시간, 늘 같은 일상대로 같이 나란히 서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만 오늘은 좀 다른 상태랄까.


"저.. 데순아, 그 있잖아"


"응"


굉장히 내가 대역죄인이 된 기분이다. 짧게 끊어지는 말투에 괴물 앞에선 꼬마 아이처럼 몸이 굳었다.


"... 데붕아."


"아, 응 데순아!"


드디어 데순이의 입에서 말이 나왔다


"데진이랑 많이 친해?"


'갑자기 데진이가 왜?' 정말 뜻밖에 얘기가 나왔다. 데진이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데순이 만큼이나 친한 사람이다. 


"어? 뭐 그렇지,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으니까"


"그렇구나. 알았어"


침울한 강아지처럼 데순이의 입고리가 처져있었다. 


이제 내쪽에서 먼저 말을 해야 한다.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너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겠다고.



"그 데순아, 정말 미ㅇ"


"미안해 데붕아"



갑자기 데순이가 내게 사과를 했다



"사실 아까전에 학교에서 일부러 널 피하던거였어. 데진이가 널 향해 웃으며 말하는 모습이 보기가 힘들어서"



점점 믿기 힘든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말 못할 고민을 데진이와 나누는 널 보며 질투가 났어, 너와 가장 오래 지내온 나한테 하지 못하는 고민을 데진이와 나누는 모습이. 난 너와 허물없이 지내왔는데 넌 그렇게 느끼지 않는 거 같아서"



말은 무심해보이지만 점점 데순이의 귀가 빨개지고 소리가 작아지는 게 보였다



"그러니까... 앞으로 고민 있으면 나한테도 말해줬으면 좋겠어. 네가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처럼. 나도 네 말을 귀 기울여줄테니까. 여자친구로써"


데순이가 이런 마음인지 몰랐다. 항상 데순이가 날 받아룬다고, 집이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나와 어울려 준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도 날 친구로 생각해줘 기뻤다. 근데 잠깐만 여자친구?



"잠깐만, 마지막에 뭐라고 했어?"


"나도 네 말을 귀 기울여준다고"


"아니아니 그거 말고 맨 마지막에"


"여자친구로써 라고 했는데"



...????



-



은하계를 떠다니는 성운처럼, 내 정신이 가출해 한동안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도로시의 양철로봇처럼 기름이 없어 두뇌회전이 안된다. 시공의 폭풍에 빨려드는 것처럼 아무 사고도 돌아가지 않는다.


여자친구? 여사친도 아니고, 소꿉친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친도 아닌 여자친구?



내 마음과 정신이 이데아에 가있는 것처럼 백지장이었다



"여자친구라면... 연인 사이에서 그거?"


"그게 아니면 뭐겠어, 우리 커플된지 백일이잖아"


이젠 ?밖에 쓸 수가 없다. 이때까지 내가 해왔던 고백들을 돌이켜보았다. 분명 데순이는 항상 고맙다고 하며 날 우회적으로 거절해왔다 그런 줄 알았는데



"기억 안나? 백일전에 네가 날 불렀잖아. 네가 날 예전부터 좋아해왔다고. 소꿉친구에서 여자친구가 되달라고. 나도 너 좋아해서 받아줬고"


그때를 상상하며 돌아봤다. 편지와 꽃을 들고 데순이에게 조심히 고백하던 날, 데순이는 내게 똑같이 고맙다고 했다. 아주 덤덤하고 무심히. 그렇다는 건


"그게 허락하는 거였어?!?!??!?!"


"... 그게 무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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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계속 거절하던 거로 알아들은 거야?!"



이렇게 당황한 데순이의 모습은 처음 본다. 그리고 이마를 약간 찌뿌리며 자기 머리를 만졌다



"어쩐지, 계속 좋아한다고 하길래 그냥 애정표현이 많은 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보통은 다 거절하는 걸로 알지 않냐고..."



아까보다 더 나쁜놈이 된것 같아 손가락을 베베꼬며 우물쭈물댔다. 



"그랬던 거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아마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자신의 태도에 미안한듯 데순이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데붕아, 오해가 있긴 했지만 어쨌건 서로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다시 데순이가 부끄러워 하며


"이참에 정식으로 사귀는 거 어때?"


"당연하지! 이때까지 못했던 애정표현 더 많이 할게"


데순이의 양손을 잡고 다짐했다


"윽...부끄러우니까 떨어져"



오늘 소꿉친구를 잃고 여자친구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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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주딱씨 슬릭백은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