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럽게 붉은 동백이 피기 전의 바다는 그야말로 차가웠다. 서글픈 파도가 바위에 부딫히고 찢겨 나가는 동백정 앞바다의 바람은 제법 매서웠다. 장검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수가 내리꽂히는 아련하고 슬픈 아픔, 그것이 동백정의 바람이었다. 매캐한 연기와 칼바람이 어우러진 주차장을 지나 이윽고 나는 서서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야트막한 산이었다. 고난을 선물했으니 이제는 그 아픔을 치료해주겠다는 의미였던 걸까. 정상에 오르니 아름다운 동백나무들과 서해 바다, 그리고 신당이 있었다. 서낭신아, 서낭신아, 나를 보고 있다면 그리운 내 님을 동백에 태워 여기로 보내주오. 더이상 칼바람에 시달리고 싶지 않으니. 눈시울이 더워졌다고 바람을 맞고 식어버리고 싶진 않으니.


-파딱의 상상력을 발휘한 중2감성 소오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