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채널

바람부는 이 늦은 밤에 누가 말을 달리는가?
그건 아이를 안은 아버지.
그 팔로 아들을 꼭 잡아,
품에 안전하게, 따뜻하게 안았네

"아가, 네 얼굴에 근심이 숨겨져 있구나."
"아버지, 아버지에게는 마왕이 안 보여요?
왕관을 쓴, 긴 옷자락을 날리는 마왕이 안 보여요?"
"아가, 그건 그저 안개의 한 자락일 뿐이라다."

"얘야, 나랑 함께 가자꾸나!
가서 아주 재미난 놀이를 함께 하자꾸나!
너무나 아름다운 꽃들이 해변에 피어 있단다
나의 어머니는 너에게 줄 예쁜 황금빛 옷도 있단다"

"아버지, 아버지, 들리지 않아요?
저 마왕이 내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쉬어라 아가야, 조용히 쉬어.
그건 그저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란다."

"얘야, 나와 함께 가자꾸나."
예쁜 내 딸들도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너와 함께 밤 강가로 갈거야.
너를 위해 함께 춤추고 노래도 불러 줄 것이란다."

"아버지 아버지, 저기에 안보여요?
마왕의 딸이 서있는 것이 안보여요??"
"아가 우리 아가, 보인다, 아주 잘 보여.
그러나 그건 그저 시든 버들가지일 뿐이란다."

"얘야, 난 널 사랑한다. 네 아름다운 모습이 날 흥분시키는 구나.
네가 나와 함께 가기를 원치 않는다면 난 폭력을 써야만 해."
"아버지 아버지, 마왕이 나를 만져요!
마왕이 나를 아프게 해요!"

온 몸에 퍼지는 무서움을 쓸아내리며 아버지는 더욱 빨리 말을 몬다.
아파서 신음하는 아이를 팔에 꼭 안고서. 있는 힘을 다해. 간절한 마음으로.
전속력으로 급하게 말을 몰아 마침내 의사의 집 앞에 닿는다.
그러나 아버지의 팔에 아이가 여장당해있다.

아이는 오토코노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