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972만 명을 감염시키고 78만 명의 생명을 잃게 하며 세계인의 삶을 빈틈없이 짓눌렀던 인플루엔자55가 드디어 종식되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인플루엔자55 팬데믹의 '비상관리체계'를 '특별감시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히며 전 세계에서 대인감염의 폭발적 확대가 더이상 나타나지 않으며 백신과 효과적인 치료제의 개발로 H2N2/54와 H2N2/55는 계절성 독감의 유행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밝히며 이같이 선언했다.


하지만 인플루엔자55로 각국이 문을 걸어잠그고 출근 등 이동을 제한하며 수억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재앙 수준의 불황이 세계를 덮쳤다. 각국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도전에 황폐화된 경제를 복구할 책임을 지게 되었다.


먼저 인플루엔자55는 내수를 크게 위축시켰다. 재작년 1월 유럽에서 첫 환자가 나타났는데 다음 달인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30.2% 줄었다. 역사상 가장 큰 낙폭이었고 최악의 디플레이션까지 이어졌다.. 전세계인이 사실상 격리에 들어가며 소비는 제로에 가까워졌고, 의약품과 생필품 업종만이 홀로 호황을 누렸다.


한편 무역은 인플루엔자55와 관계없이 부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플루엔자55로 각국이 공장과 국경을 폐쇄해 전 세계의 상품사슬이 끊기면서 그나마 상황이 나았던 곳도 사태가 이어지는 내내 생산과 수출입을 중단했고, 간신히 개방에 성공했던 수많은 신흥시장이 뒷걸음질쳤다. 특히 감염자가 많았던 공업국가 미국과 소련의 피해 여파가 컸다.


주식시장도 흔들렸다. 뉴욕증시와 런던증시 모두 대공황 이후 최대 낙폭으로 추락했다. 주가는 인플루엔자55가 계속되며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수준으로 복귀했다. 게다가 이동 중단에 따른 소비 여파가 길게 이어졌다. 지난 한 해 전 세계의 관광 수입은 18달러에 그쳤다.


세계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루엔자55의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2.8%였다. 1년 전(3.2%)보다 6%포인트, 사태 이전(11.83%)보다 15%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이 기간동안 인플루엔자55가 성장률을 최소 12.2에서 13.3%포인트 끌어내렸다는 게 세계은행과 IMF의 추산이다.


이제 각국 정부는 국민경제와 일상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락으로 떨어진 고용, 물가, 생산을 잘 복구한다면 그야말로 재에서 솟아오른 불사조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회의 분열과 물가와 고용의 붕괴, 전염병의 후유증에 감염병보다 무서운 아포칼립스가 닥칠지 모른다.


한편 독일과 영국 등을 중심으로 의료보험 체계와 감염병 치료체계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국은 애틀리가 주창했다가 보수당 정권 아래 위축되었던 NHS를 크게 확대했다. 경쟁력 있는 의료체계가 감염병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선진적인 의료체계를 갖춘 독일부터 광범위한 확산이 일어났던 미국, 감염자가 없었던 소련조차도 각국 보건당국을 감염병 대응과 진단키트, 치료제, 백신 연구를 맡는 컨트롤타워로 바꾸는 일에 들어갔다.


다른 국가들은 어떻게 이 어려움을 헤쳐갈 것이며, 새로 닥칠 재난에는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